소비자가 은행이나 증권회사의 상품을 구매할 때에는 별도의 사업비를 지불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험은 예외여서 기준에 정한 바에 따라 사업비를 부담하게 된다.
보험의 원래 목적은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는 상부상조 정신이다. 이에 따라 가입자가 낸 보험료와 운용수익은 가입자에게 지급하는 보험금과 사업비 등과 같아야 하는 소위 수지상등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
보험업법에서는 보험회사가 사용하는 사업비에 대해 최적사업비 또는 예정사업비 한도내에서 수수료ㆍ수당 등의 보수와 그 밖의 경비가 지급될 수 있도록 자체 지급기준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광고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은 없다.
흔히 광고를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부른다. 광고는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소비자에게 알려 기업의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수단이 된다. 보험도 예외가 아니다.
정부는 1989년 7월 동방생명이 삼성생명으로 회사명을 변경하여 광고를 하기 전까지는 보험소비자가 납입한 돈으로 광고를 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 하여 광고를 규제하였다. 그러나 미국 및 유럽의 보험시장 개방 압력 등에 따라 보험시장이 외국계 회사에게 열리게 되고 이들이 조기에 회사기반을 구축하고 상품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광고를 허용하라고 요구하여 현재는 생명보험광고가 홍수를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최대의 수혜를 받는 사람들이 생겨났는데 바로 보험상품 광고모델들과 홈쇼핑채널이다.
탤런트 이순재, 김남주, 김상중, 이덕화, 홍여진 씨 MC 손범수·진양혜 부부, 정은아 씨 개그우먼 박미선 씨 그리고 의사겸 방송인인 표진인 씨 등이 대표적인 보험광고 모델들이다.
특히 홈쇼핑 채널 등에서 이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출연하여 광고를 하자 올해 열린 국회 국정감사장에서도 일부 정무위소속 국회의원들이 보험광고에 대한 개선대책을 강구하라고 금융당국에 요청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은 광고에서도 보험상품을 판매할 자격이 없는 사람은 상품추천 등 한정된 정보만 제공하도록 했다. 광고 모델의 상품설명은 보험설계사 자격이 있는 사람만 하도록 감독을 강화하였다.
그러자 탤런트 이순재 씨 등 연로하여 자격증을 취득할 수 없는 사람은 "바로 전화해 보세요" 내지는 "00상품을 추천합니다"는 식의 멘트 밖에는 할 수 없게 되었다.
다른 광고 모델들은 관련 회사로부터 개인교습 등 집중교육을 받아 자격증을 취득하여 상세한 상품설명을 곁들여 광고 활동을 하고 있다.
유명인이 보험가입 필요성에 대해 광고하여 보다 많은 사람이 보험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그러나 고액의 광고모델료를 지급하거나 과다한 광고비를 집행한다면 결국은 보험료 인상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몇해 전 아이돌 그룹들이 경쟁적으로 교복광고를 하고 비싼 모델료 때문에 교복값이 터무니없이 올랐다는 비난이 일어 교복 불매 운동이 일어난 적이 있다.
보험료에 더해지는 사업비는 계약자가 납입한다. 계약자가 사업비를 부담하도록 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 사업비가 자신들의 계약과 관련하여 보험사가 서비스를 해 주는데 대한 댓가이기 때문이다. 교복의 사례처럼 유명인에 의한 보험광고가 적정수준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약력] 삼성생명 부장, AIG생명 부장, GE캐피탈코리아 이사, 에이스(뉴욕)생명 전무, 조세일보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