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건설업계, "성장신화는 잊자. 수익이다"

■ 수익성 위주 내실경영...일부 대형사 마이너스 성장 목표

대형 건설사들의 올해 경영방향이 예사롭지 않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 10위권 대형건설사들의 올해 사업목표와 경영전략을 보면 예년처럼 수주, 매출 등 외형 목표를 전년보다 올려 잡던 관례를 깨고 수익성이나 유동성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부회사는 외형을 줄이는 이례적인 모습까지 보이고 있다.

그만큼 건설환경이 심상치 않고 건설사들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사들은 작년 한해 국내 건설시장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해외로 뛰어나갔고 기대이상의 커다란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외형성장만큼 실속은 없었다는게 건설사들의 자체 평가다.

2012년 잠정실적을 공시한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의 작년 실적을 보면 수주와 매출은 10~30% 가까이 크게 성장했으나 영업이익 증가는 수주와 매출을 따라가지 못했다. 매출대비 이익률도 4~5%대로 떨어져 금융비용을 지급하고 나면 남을게 별로 없는 모습이 됐다.

건설사 2012 경영실적(잠정실적 공시 기준)

            *증가율은 2011년 대비                                                자료 : 각사 2012년 잠정실적 공시

업계관계자는 “해외비중이 높고 매출실적이 좋은 회사들도 수익성이 떨어졌다”며 “국내 매출비중이 높은 회사들의 경우 수익성뿐만 아니라 유동성도 심각한 수준이다”고 우려했다.

건설사들의 이익률이 낮아진 이유는 지난해 주력했던 해외시장에서 중국, 동구권 건설사들의 저가공세는 물론 해외시장으로 몰려나온 국내 업체들끼리의 과당경쟁 때문. 거기다 국내에서도 적체된 미분양 해소를 위해 가격을 큰 폭으로 할인하는 고육책을 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수익성 저하로 현금사정도 나빠져 회사에 따라 영업현금흐름이 2000억원 ~ 7000억원까지 적자가 난 회사도 많아 올해는 유동성 확보도 급하게 챙겨야할 경영과제로 떠올랐다.

■ 더 이상 높은 성장 기대 못해...저성장시대 대비

국내 주요 건설사의 2013년 사업목표와 경영전략을 보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회사들이 올해 경영의 최우선 과제를 수익성확보와 내실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비상경영 돌입을 선언했고 롯데건설은 생존경영을 우선과제로 설정했다. 이밖에도 GS건설, 포스코건설, 대림산업, SK건설이 올해 경영전략의 첫 번째 목표를 체질개선과 수익성 개선으로 정했다.

주요 건설사 2013년 사업목표 및 경영전략

또한 올해도 국내시장의 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예외없이 모든 회사들이 해외사업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작년과 달리 무조건 물량을 확보하는게 아니다. 과당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저하를 피하기 위해 시장을 다변화하고 철저한 수익·현금 분석에 의한 사업선별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대림산업 최병준팀장은 “수주마진율이 10~12%를 넘지 않으면 입찰에 참여치 않을 계획”이라며 “수주물량이 줄더라도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은 하지 않겠다”고 수익위주의 수주전략을 강조했다.

GS건설경제연구소 지창구박사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저성장이 일상화되는 뉴 노말시대로 이미 접어 들었다”고 전제한 뒤 “국내 건설사들도 장기불황과 저성장시대에 맞는 경영구조와 사업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성장보다는 불황에 흔들리지 않을 핵심역량 강화가 우선되어야 하며 이를 기반으로 신성장사업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전략 방향을 제시했다.

■ 현대 삼성은 "해외투자 확대”... 그래도 중요한 건 수익성

이렇게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저성장시대 적응을 위해 내부역량과 안정성 강화에 집중하는 가운데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성장·확대 전략이 눈에 띈다.

현대건설의 경우 작년 해외 매출비중은 65%로 국내 건설사 중 해외비중이 가장 높다. 외형뿐만 아니라 해외사업의 이익률도 10.9%로 국내사업 이익률 6.8% 보다 60%나 높다. 국내 대부분의 건설사들이 아직은 해외보다 국내사업에서 이익을 많이 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같이 이미 해외시장에서 탄탄한 영업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회사의 경우엔 저성장시대에도 공격적인 사업목표를 세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현대건설의 경우는 콜롬비아 등 그동안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았던 중남미시장을 새로 공략해 세계적인 건설시장의 리더가 된다는 전략이다. 삼성물산도 올해 해외비중을 70%까지 끌어 올려 초일류 엔지니어링 회사가 된다는 계획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국내, 해외가 중요한게 아니라 얼마나 이익을 내고 안전하게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며 공격적 해외전략의 기본원칙을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