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돈이 필요할 때 약관대출(보험계약대출)을 통해 한숨을 돌린 경험들이 있을 것이다.
약관대출은 가입자 자신이 가입한 보험계약을 담보로 해약환급금의 일정한 범위 내에서 대출을 받는 것을 말한다.
계약자 측면에서 보면 신용대출이나 부동산 담보대출 같이 복잡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되고 까다로운 심사절차가 없을 뿐만 아니라 신청 즉시 대출을 받을 수 있어서 좋다. 중도상환에 따른 수수료도 없고 횟수에 제한도 없어서 수시로 이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대출정보가 신용평가 회사에 제공되지 않아 신용등급 하락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도 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빌려준 돈을 떼일 우려가 없는 아주 안전한 투자처이다. 여기에다가 계약자가 납입하는 보험료에 적용하는 예정이율에 2~3%의 가산금리를 추가하여 이자를 받기 때문에 보험사의 수익에도 기여한다. 특히 요즘 같은 경기침체기에는 돈을 빌어 쓸 사람이 부족해 자금을 굴릴데를 찾아내기가 쉽지 않은데 약관대출은 안전성과 수익성을 다 갖추고 있어서 안성맞춤이다.
2012년 10월말 현재 보험사 총대출액 109조 7천억원 중 45조 9천억원(41.8%)이 약관대출로 운용 중이며 이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보험사가 과도한 가산금리를 물리는데다 연체이자도 높아 계약자와 소비자단체들의 불만을 초래했다. 2007년까지 보험사들은 이자를 제때 못낼 때 물리는 연체이자를 연20% 수준으로 높게 부과했다. 일부 계약자들이 이의 부당함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대법원은 이를 폐지하라고 판결했다. 약관대출은 나중에 받을 해약환급금을 미리 사용하는 것이므로 대출이 아닌 선급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금융감독원도 연체이자를 폐지토록 했다. 이와 더불어 대출금리 산정방식도 단일금리방식, 구간금리방식, 가산금리방식 등 회사마다 제각각이어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서 이를 가산금리방식으로 통일하였다.
가산금리에 대한 논란은 현재도 진행중이다.
약관대출관련 인건비 등 원가비용, 이미 투자한 자산을 팔아 약관대출 재원을 마련하는 데 드는 유동성 관련 비용 및 적정 이윤 등이 가산금리를 부과하는 명분이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가산금리를 최고 3%로 지나치게 높게 부과하는 바람에 문제가 되었다. 소비자단체는 물론 감독기관도 한 목소리로 부당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보험개발원에 개선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하였다.
연구를 담당한 보험연구원 임준환 박사는 “유동성관련 비용이 가장 논란이 많다”고 밝히고 “보험사에 외부차입을 허용할 경우 가산금리를 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 박사는 “예정이율이 고정되어 있는 확정금리형대출의 경우 가산금리가 0.5%면 충분하다”며 가산금리의 인하여지가 많다고 분석했다.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은 “보험계약자가 낸 돈을 담보로 잡고 약관대출을 하면서 과도한 가산금리로 서민소비자를 상대로 고리를 받아 폭리를 취하고 있다”며 약관대출 가산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산금리는 보험사의 재원조달 방식을 다양하게 허용해준다면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약관대출을 펌뱅킹이나 폰뱅킹 등 저렴한 비용으로 하게 하면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보험 소비자들도 약관대출을 쓸 때 해당 보험상품의 예정이율을 잘 살펴야 낮은 이율의 이자를 낼 수 있다. IMF사태 직후에는 보험사들이 유동성에 문제가 생겨 신규 자금을 유치하기 위해 연 17% 예정이율상품을 팔았고 2000년에는 연 7% 그리고 최근에는 연 4%인 상품을 팔고 있다. 약관대출은 이 가운데 예정이율이 가장 낮은 상품으로 받는 게 상책이다.
[약력] 삼성생명 부장, AIG생명 부장, GE캐피탈코리아 이사, 에이스(뉴욕)생명 전무, 조세일보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