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일감몰아주기 소급과세 지양해 달라"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고지납부' 전환 건의

재계 관계자들이 최근 감사원이 국세청에게 권고한 바 있는 완전포괄주의에 따른 상속증여세 소급과세와 관련, 기업의욕이 저하될 수 있다며 가급적 지양해달라고 요청했다.

25일 오전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손경식)는 김덕중 국세청장과의 오찬간담회를 열어 올해 국세행정 운영방향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손경식 회장 및 상의 회장단은 김 국세청장에게 세정현안과 관련된 다양한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손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국세청은 4년 주기 대기업 정기 세무조사를 지난해부터 5년으로 연장하고 성실납세협약 체결기업들이 협약을 충실히 이행할 경우 세무조사를 면제해주기로 했다"며 "납세자 중심의 국세행정은 기업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국세청이 공평 과세와 건전재정 기반 마련을 위한 과제를 추진 중으로 알고 있다"며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새로운 세원발굴 과정에서 무리한 과세나 과도한 세무조사로 기업 의욕이 저하되고 대다수 성실기업이 피해를 입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백남홍 하광상의 회장은 "최근 감사원이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일감몰아주기에 대해 증여세 소급과세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기업인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일감몰아주기 과세제도 도입당시 2012년 1월 1일부터 적용하겠다고 법에 명시한 만큼 소급과세 논란에 따른 우려가 해소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일감몰아주기에 따른 증여세 납부방식을 현행 신고납부 체계에서 고지납부로 바꿔달라는 건의사항도 나왔다.

이용배 현대자동차 부사장은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신고납부 기한이 올해 7월부터 처음 도래하는데, 규정이 너무 복잡해서 납세자가 정확한 과세소득을 계산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2008년 고지납부로 전환된 종합부동산세처럼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도 고지납부로 전환돼 기업부담이 덜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와 관련된 건의사항도 나왔다. 

박영안 태영상선 사장은 "내년 해외금융계좌 신고분부터 징역형, 벌금형까지 받을 수 있도록 바뀌었는데, 운송업이나 무역업 등 해외 영업망을 폭넓게 가지고 있는 기업들은 해외금융계좌가 수백개에 달해 신고를 위해 많은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 애로가 있고, 적발시 단순착오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어렵다"며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최근 지하경제 양성화에 따른 일련의 세무조사 강화기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은 "기업들은 지하경제 양성화가 자칫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강화로 이어져 경영에 부담을 줄까 우려하고 있다"며 "실제 현장 세무조사 강도가 예년과 다른 것 같다. 최근 경제민주화를 둘러싸고 조성되는 기업 옥죄기 분위기로 기업들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덕중 국세청장은 재계 인사들의 건의사항과 관련 "국세청 대부분의 세수는 기업들의 자신신고납부"라며 "기업이 잘 되어야 세수도 늘어나는 만큼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대해서는 세정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상적인 수출입거래와 합법적인 해외투자는 전혀 (세무조사 등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며 "해외투자를 가장한 불법송금, 비거주자로 위장해 국외소득을 조세피난처로 은닉하는 지능적인 국부유출행위에 대해서만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 이인원 롯데쇼핑 부회장,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 변용희 STX 사장, 조성제 부산상의 회장 등 30여명의 재계 관계자들이 참석했고, 국세청에서는 김덕중 청장과 본청 국장급 간부 10여명이 배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