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토론회' 예결위 상설화·상임화 재정통제권 강화 제안
매년 지적되어오는 국회 예산심사의 늑장처리, 밀실심의 등과 관련해 예산안 심의기간부족으로 인한 것임을 지적하며 충분한 심의기간 확보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26일 주최한 나라살림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현행 국회 예산심사제도에 대해 짧은 예산안 심의기간, 전문성 부족, 국회 예산심의권·재정통제권 부족, 정치적 이해에 따른 예산심의 등을 지적하며 예산심의 제도개선을 주장했다.
이날 주제 발제를 발표한 박종수 이화여대 교수는 현 국회 예산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짧은 심사기간으로 인한 거시예산 심사가 이뤄지지 않음을 꼬집었다.
박 교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특위)의 종합정책질의에서 상임위에서 이뤄져야 할 개별사업과 미시예산, 지역예산에 대한 질의가 주를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교수는 예결위가 거시예산 심사를 위해 재정총량심의를 지속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문성을 확보한 상임위를 신설할 것을 제안했다.
■ "정치적 이해 따른 예산심의" VS "예산은 모든 정치적 사안의 현재" = 또한, 정치적 이해에 따른 예산심의 관행을 지적하며 "선거가 예산심의 과정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에 의원들이 이중적으로 예산심의를 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국회 예결특위 여당 간사인 김학용 새누리당 의원은 박 교수의 정치적 이해에 따른 예산심의 관행에 대해 일부 인정하며 "예산이 정치적으로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지난 해 예산안 심의 때 모든 예산심의가 다 돼서 오전에 국회통과가 가능했는데 제주해군기지가 문제로 인해 해를 넘겼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야당 간사인 민주통합당 최재성 의원은 "예산은 모든 정치적 사안의 현재다. 대한민국에 쓰이는 모든 분야, 쟁점, 보이지 않는 분야까지 망라하기 때문에 픽션이 없다"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또, "예산이 국회뿐 아니라 행정부에서도 숫자놀음으로 왜곡되고 있다"며 "성장률 왜곡이나 기업은행, 우리은행 매각 관련한 것들은 정부에 의해 왜곡되는 케이스다. 대통령도 왜곡한다. 늦게 추경안을 발표해놓고 빨리 하라고 국회를 압박하고 있다. 대단히 왜곡된 정치 행위"라고 비판했다.
■ 예산안 세부심사까지 수천 건 "심사기간은 60일에 불과…국감 앞당겨야" = 특히, 토론회에 참가한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짧은 예산안 심의기간을 문제 삼으며 예산안 심의 기간을 제도적으로 확보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최 의원은 "행정부가 실질적인 예산편성 및 집행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이상 국회에서 실효성 있는 예산심의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정부가 '회계연도 개시 90일 이전'인 10월 2일까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에서 정기국회 기간 동안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로 심의하는 기간은 60여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때문에 국정감사를 7월로 앞당겨 실시해서 예산안 심의 기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 김 의원 역시 예산안의 정부제출 시기를 현행 10월 2일보다 30일 앞당기는 문제와 더불어 국정감사 기간을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국회예산정책처 김수홍 예산분석실장 또한, "상임위 예비심사기간이 평균 4~5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실장은 짧은 심의기간동안 상임위가 각각 수천 건의 세부심사를 하고 이후 예결위에서 전체를 심사, 종합정책질의가 이틀에 걸쳐 치러지고 있는 현실을 꼬집으며 "시간적, 물리적으로 예결위 계수조정수위가 감액대상사업 위주로 심사할 수밖에 없어 일명 '쪽지예산'이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쪽지예산은 대부분 증액사업인데, 위원장과 여야 간사간의 합의한 도출은 불가피하고, 쪽지예산의 상당수는 또 정부부처에서 요구한 사업"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예결심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국회 예결특위 상설화 ▲상임위화 ▲재정통제권 강화, 밀실심사를 방지하기 위해 ▲회의 공개 ▲회의록 작성 등 예산 심사의 투명성 제고 등이 개선책으로 거론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