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는 30일 국무조정실을 마지막으로 27개 정부부처의 업무보고를 마무리 지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무조정실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번 업무보고를 통해 새 정부의 국정 철학과 국정운영 원칙을 공직사회에 확산시키고 국민들께 알릴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특히 "각 부처가 서로 참여해 협업과제를 발굴하고 협업방안을 보고한 것은 앞으로 부처 간 칸막이를 제거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처가 새 정부의 국정철학을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노력을 보여줘 고맙다"면서 "이제 소관 국정과제에 본격 착수해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전력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새 정부의 노력이 국민 체감으로 이어지기 위해 체계성을 갖춘 정책평가 방안의 마련과 국무조정실의 갈등조정 역할을 강조했다.
또 정부 부처의 비효율적인 운영 방식을 개선할 것을 주문하면서 대면 위주의 업무형태를 탈피해 화상회의와 원격 민원처리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정부는 이날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첫 화상 국무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 출범 100일 중요하다더니…65일만에 업무보고 완료
이로써 박근혜정부는 지난달 21일 보건복지부의 보고를 시작으로 17부 3처 5위원회 1청, 국무조정실까지 27개 부처의 업무보고를 40여일만에 마무리지었다. 지난 2월 25일 정부 출범 이후 65일만이다.
시작 17일만에 업무보고를 마친 이명박 정부와 비교해서도, 출범 100일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주장해온 새 정부의 계획 상으로도 다소 늦어진 일정이다.
이토록 오랜 기간이 걸린 이유로는 국회에서의 정부조직법 처리 지연과 각 부처 장관들의 국회청문회 일정과 임명 지연, 개성공단 등 북한 문제 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황철주 중소기업청장 후보자와 한만수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의 사퇴로 업무보고 순서가 바뀌고, 공정위의 업무보고가 서면 보고로 대체될 위기에 놓이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또 청와대는 북한이 개성공단 조업을 잠정중단키로 발표한 지난 8일 이후 10일간, 우리 측의 중대조치를 예고한 25일 이후에는 5일간 업무보고 일정을 중단시켰다. 국민들에게는 그만큼 안보를 중시하는 새 정부의 기조를 각인시킬 수 있었지만, 각 부처에서는 언제 청와대의 일정이 재개될지 몰라 노심초사하기도 했다.
실제 예정됐던 업무보고 브리핑을 전날 급작스럽게 취소한 한 부처의 관계자는 일정이 언제로 예상되느냐는 질문에 "전혀 알 수 없다. 청와대에서 하명이 내려오기만을 기다릴 뿐"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 격식 깬 업무보고 스타일 '신선'…꼼꼼한 지시 '역작용' 우려도
한편 박 대통령은 업무보고에서 국정과제의 실현 방안과 국민 중심 문제해결, 부처간 협업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업무보고의 특징은 부처간 칸막이 제거를 통해 협업 체제의 국정운영을 시도하려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일관되게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인수위원회 9개 분과별 국정과제 토론회에 직접 참가해 국정운영 로드맵 작성을 진두지휘한 결과 정부조직법과 장관 인사청문회 등의 국회 처리 지연 등으로 업무보고가 늦어진 여건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일정을 소화해 국정 업무를 정상화했다"고 밝혔다.
윤 대변인은 업무보고 방식에 있어서도 고위공무원 중심의 짜맞추기 보고에서 탈피해 현장의 실무진을 중심으로 자유로운 방식으로 토론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자평했다.
실제 삼각형의 자리배치와 현장 공무원들과의 격의없는 발표와 토론 등의 업무보고 스타일은 다소 신선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창조경제' 등 추상적인 국정 철학에 비해 대통령의 지나치게 자세한 주문과 요구들이 부처의 자율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