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임기 5년 동안 총 135조원 국정과제 이행 재원 마련을 위해 비효율적인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폭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올해에만 2조원 이상, 2017년까지 총 15조원 가량의 비과세·감면을 축소해 세입기반을 확충한다는 계획.
하지만 연간 총 30조원에 육박하는 국세감면액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조세지출 항목들은 정책목표가 뚜렷해 실제로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감면규모만 16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20대 조세지출 항목의 경우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등으로 앞으로도 정부 차원에서 세제지원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 분야가 대부분이다.
반면 세법에는 비과세·감면 등 세제혜택이 명확히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감면지원이 단 한 푼도 실시되지 않은 '빈 껍데기' 조세감면 제도도 상당하다.
일단 실효성이 전혀 없는 비과세·감면 제도들을 선별하는 작업을 시작으로,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 각종 조세감면 제도를 정비하려는 노력이 시급한 실정이다.
□ '몸집' 자랑하는 대형 조세감면 16조원…"줄일 수가 없다?" =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3년도 조세지출예산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세감면액 규모는 총 29조7633억원에 달한다.
특히 감면규모 상위 20대 조세지출 항목의 국세감면액 합계는 16조533억원으로서, 전체 국세감면 규모의 54%에 육박한다. 20대 조세지출 항목을 제대로 정비·축소만 해도 상당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대형 조세감면 항목들의 경우 정책적 목적과 취지가 명확해 단기간 내에 감면규모를 축소하거나 제도를 폐지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20대 조세지출 항목의 면면을 살펴보면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2조7076억원, 임시·고용창출 투자세액공제 1조7017억원, 농림어업용 석유류 간접세 면제 1조6129억원,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 소득공제 1조4994억원, 농축임업용 기자재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 1조3513억원 등이다.
이외에도 중소기업 특별세액감면, 자경농지 양도세 감면, 근로장려금 지급, 노인·장애인 등 생계형저축 이자소득 비과세 등 중기·농민·서민 등 우리사회의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제도가 대부분이다.
□ 감면실적 '제로'…빈 껍데기 조세감면 '타깃팅' = 반면 연간 국세감면 실적이 단 한푼도 없는 비효율적인 비과세·감면도 수두룩하다. 세법에는 규정돼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아무런 효과가 없는 국세감면 제도가 상당한 실정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실제 감면액이 '0원'인 조세지출 항목만 총 40여개에 달한다.
중소기업정보화 지원사업 과세특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기금출연 세액공제, 기업간 주식 등의 교환에 대한 과세특례, 산림개발소득 세액감면, 대학재정 건전화 과세특례 등은 실제 감면액이 한 푼도 없는 '식물제도'에 불과하다.
국세감면 실적은 있지만 감면액이 30억원도 채 되지 않는 '있으나 마나'한 비과세·감면 제도들도 상당수 존재한다.
연구개발 관련 출연금 등의 과세특례 9억원, 기술취득금액에 대한 과세특례 10억원, 고용유지 중소기업 등에 대한 과세특례 3억원, 창업자금 증여세 과세특례 12억원, 공장의 대도시 밖 이전에 대한 법인세 과세특례 9억원, 사회기반시설투융자회사 주식의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특례 1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비과세·감면 정비의 칼을 빼든 정부로서는 대형 감면제도들을 건드리기가 쉽지 않은 만큼, 감면실적이 거의 없는 비효율적인 국세감면 제도들을 대폭 축소·폐지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취재팀 : 김진영 정책팀장, 장은석·이희정·이현재·강상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