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 외국로펌 바가지 법률자문료에 속수무책

해외 로펌에 못지 않는 실력 갖춘 국내 로펌도 수두룩

로펌업계에서 2007년 7월 31일은 역사적인 날로 기억되고 있다. 이날은 두산인프라코어가 소형건설장비 구미시장 점유율 1위 업체인 미국 잉거솔랜드 계열회사인 밥켓사를 인수한 사실이 세상에 알려진 날이다.

두산은 밥켓사 등 3개 사업부문을 49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자산 및 영업양수도의 혼합 방식으로 이 회사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전세계 3700여개의 영업망을 포함해 중국, 벨기에, 북미, 프랑스, 체코 등에 20여개의 생산공장을 확보하게 됐고 동시에 글로벌 판매 및 생산네트워크를 구축했다.

그 결과 두산인프라코어는 단숨에 건설중장비 부문 매출액이 세계 19위에서 7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됐다.

이 사건은 27개국에 산재된 잉거솔랜드의 72개 관계회사를 인수금융을 통해 동시 인수한 세계 최초의 다국적 M&A(인수합병)를 기록했다. 국내 한 로펌에 의해 이뤄진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로펌은 글로벌 리딩 카운슬러로 M&A와 관련된 23개 일류 로펌들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하면서 자문용역을 성공, 한국 로펌의 수준을 세계에서 한단계 상승시킨 계기가 됐다.

또 다른 로펌은 국내 기업인수합병시장에서 급부상하면서 동시에 아시아태평양지역 기업인수합병시장에서 쟁쟁한 해외초대형 로펌들을 누르고 1위로 떠올랐다.

블룸버그가 2011년 7월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이 로펌은 아시아 기업인수합병시장에서도 플래쉬필즈와 디엘에이 파이퍼 등 쟁쟁한 해외 로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로펌이 수행한 아시아 기업인수합병 법률자문은 거래액으로 184억2530만달러, 거래 건수 50건을 기록했다.

국내 로펌들의 M&A와 경영자문 부문에서의 능력이 해외 로펌에 못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 법무부 당국자, “해외로펌이 국내 자리잡으면 소비자 비용 크게 증가할 것”

국내 로펌들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법률시장이 일단 해외로펌에 점령당하게 될 경우 법률 자문료 등 법률 서비스 가격은 오를 수 밖에 없다.

해외 로펌이 국내에서 자리를 잡게 되면 소비자들의 비용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법무부 당국자의 분석도 나왔다.

법무부 이기영 국제법무과 검사는 지난해 2월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제65회 변호사연수회에서 “법률시장이 개방되면 국내 로펌의 기반이 잠식될 우려가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이어 “해외 로펌과 국내 로펌이 경쟁하게 되면 우리 법조계의 체질이 강화되는 등의 장점이 있지만, 법률서비스가 상업화되면서 소송만능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변협의 관계자는 “해외 법인의 국내 진출이 늘게 되면 집단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 부문에서의 소송이 크게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해외 로펌들이 소비자 불만 목소리를 담아 국내 기업에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소송 규모가 수천억원 상당에 이르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해외 로펌들의 법률 자문료가 국내 로펌에 비해 3~5배가 높은 것도 부담이 되고 있다.

기업들은 국내 로펌의 일감에 대해서는 경쟁입찰을 붙이지만 외국 로펌에 대해서는 수의계약으로 체결하는 것이 관례로 되어 있다.

일부 기업들은 외국 로펌과 국내 로펌의 3배가 넘는 가격에 계약을 체결하고 외국 로펌은 다시 한국 변호사에 일을 맡기는 사례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이 글로벌화되면서 겪게 되는 해외 소송도 적지 않은 금액이다. 삼성전자가 애플과 치르는 특허소송 분쟁 소송 규모는 6천만달러 상당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해외 소송에 참여한 한 변호사는 한국 로펌과 미국 로펌이 공동으로 대리했던 회사들의 소송비용이 미국 로펌과 직접 소송을 수행하면서 지출한 비용의 2분의 1에서 3분의 2수준에 불과했던 경험을 소개했다.

대형로펌 소속의 한 변호사는 “외국 로펌을 선임했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과연 사건을 제대로 처리해오고 있는 것인지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매달 꼬박꼬박 청구받는 막대한 변호사 보수는 큰 부담”이라며 “해외 소송 시 한국 로펌의 숨겨진 장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법률 시장이 문턱이 낮아지면서 해외 로펌들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 한국 시장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정부와 관련 업계가 해외 로펌 진출을 수수방관하게 되면 자칫 법률 서비스 가격이 또다시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정책 마련이 절실하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