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국민들과 약속한 공약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 임기 5년 동안 총 135조원의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다.
정부는 31일 서울시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개최하고, 총 134조8000억원 규모의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재정지원 실천계획(공약가계부)'을 발표했다.
4대 국정기조를 중심으로 ▲경제부흥 33조9000억원(25%) ▲국민행복 79조3000억원(59%) ▲문화융성 6조7000억원(5%) ▲평화통일 기반구축 17조6000억원(13%) 등에 추가예산을 쏟아 붓는다는 계획이다.
이번 공약가계부는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저소득·서민층의 복지를 늘린다는 계획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지만, 결국은 135조원에 달하는 국정과제 이행에 필요한 실탄을 어떻게 마련하는지가 문제다.
정부는 국민들의 추가적인 세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세율인상·세목신설 등 직접적인 증세는 시행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대신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 세입확충으로 50조7000억원, 비효율적인 예산축소 등 세출구조조정으로 84조1000억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 "증세는 없다"…비과세·감면 축소, 지하경제 양성화 '올인' = 정부는 직접적인 증세 없이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등으로 세수를 최대한 확보할 방침이다.
우선 임기 5년 동안 총 18조원의 세수를 비과세·감면 정비를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연간 30조원 규모로 현행 12.8%에 달하는 국세감면율을 지속적으로 낮추겠다는 의지다.
정부는 비과세·감면 제도의 일몰이 도래하면 원칙적으로 종료하고, 꼭 필요한 경우에만 다시 설계해 도입하기로 했다. 비과세·감면 제도가 갖는 경제적 측면의 효율성만 고려하지 않고, 경제민주화로 대표되는 조세형평성 측면을 고려해 대폭 정비할 계획이다.
다만 중소기업, 서민·중산층 지원제도는 그대로 유지하고, 축소하더라도 국민들의 세부담이 최소화되도록 단계적으로 줄인다. 일자리 창출, 경제활력 회복, 창조경제 구현을 위해 필요한 R&D 및 벤처·창업 분야 등에는 조세지원을 확대한다.
특히 우리나라 GDP 대비 17.1%에 달하는 지하경제 규모를 축소하는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5년 동안 27조2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국세청과 관세청 등 과세관청에서 고의적인 소득 탈루와 민생침해형 탈세 등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분야를 중심으로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한 세무행정 강화를 추진한다.
FIU 금융정보 등을 활용해 현금·차명거래를 통한 탈세와 은닉재산도 끝까지 추적하기로 했다. 탈세규모 및 탈루혐의가 큰 대기업·대재산가·고소득자영업자·밀수·역외탈세 등이 타깃이다.
세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현금영수증 의무발급 업종을 확대하고, 전자세금계산서 의무발급 대상도 늘린다. 성실신고확인서 제출대상의 범위를 넓히고, 해외금융계좌신고제를 정착시켜 납세자들의 성실신고를 유도한다.
다만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이 중소기업·서민경제에 영향이 없도록 성실납세자에 대해서는 정기 세무조사를 유예해주는 등 세무행정적 지원도 병행하기로 했다.
한편 그동안 근로소득에 비해 비과세·감면 등 세제혜택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이자·배당소득, 주식양도차익 등 금융소득과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도 강화해, 5년간 2조85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할 계획이다.
현재 금융소득의 37%는 비과세 또는 분리과세 되고 있고, 주식양도차익은 대주주에게만 과세되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과세대상에서 제외됐던 금융상품·금융거래 등을 과세로 전환하고, 주식양도차익 과세대상인 대주주의 범위를 추가로 확대하기로 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파생상품 거래세 법안도 계속 추진할 방침이다.
□ "정부예산 군살 빼기"…SOC 분야 등 세출구조조정 단행 = 세입확충 계획과 함께 비효율적인 예산을 구조조정하는 세출절감 노력으로 총 84조1000억원을 마련한다.
우선 SOC 분야는 그동안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예산이 집중 투자된 점을 고려해 강력한 세출구조조정을 실시할 방침이다. 신규사업은 공약 및 필수사업을 중심으로 절차에 따라 추진하고, 기존 투자계획은 투자 적정성 등을 재점검해 11조6000억원의 재원을 확보한다.
산업·중소기업 및 에너지 분야의 경우 전력부하관리 사업의 규제방식을 전환하고, 해외자원개발사업의 투자재원을 다양화하는 등 사업방식을 개편한다. 중소기업 지원 등 여러 부처에서 분산·추진되는 재정사업은 부처간 협업을 통해 유사·중복 사업을 정비해 4조3000억원을 마련한다.
농림 분야는 최근 예산확대 등을 고려해 우선순위를 조정해 5조2000억원의 예산을 절감한다. 대신 농어업 직불금, 농어업 재해보험 지원 등 농어가 소득과 경영안정을 위한 지원은 확대한다.
복지 분야도 국민행복연금, 무상복지 등 국정과제 투자는 확대하되, 사회보장정보시스템과 복지전달체계 개선으로 재정누수를 방지해 12조5000억원을 확보한다.
김낙회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지난 2달 동안 비과세·감면 전체 항목을 다시 살펴봤고, 정비가 가능한 부분을 모아보니 18조원 정도의 세수확보가 가능하다고 계산됐다"며 "아직 특정부분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비과세·감면 축소 대상을 내부검토 및 부처협의 등을 거쳐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