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당장 근로자들의 '13월의 월급', 쏠쏠한 연말정산 혜택이 대폭 줄어든다.
교육비·의료비 등 특별공제 항목을 중심으로 소득공제 혜택 줄어들거나, 감면 규모가 적은 세액공제로 바뀐다.
특히 소득이 높을수록 더 많은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었던 소득공제 항목들이 세액공제로 전환돼, 연봉이 높은 고소득 근로자들의 세부담이 부쩍 늘어날 전망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은 26일 서울시 가락동 조세연구원 대강당에서 '과세형평 제고를 위한 2013년 비과세·감면제도 정비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고,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내용 등을 담은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방안을 발표했다.
기획재정부 세제실은 이날 조세연구원이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비과세·감면 정비 방안을 검토, 오는 8월초 내놓을 2013년 세법개정안에 반영할 방침이다.
특히 기재부는 이미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과제를 통해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제혜택이 돌아가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한 만큼, 교육비·의료비 등 주로 고액연봉자들이 소득공제를 많이 받는 특별공제 항목들을 세액공제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23일 "소득세 부담 형평성 개선을 위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교육비, 의료비 등 세액공제로 전환할 대상에 대해 현재 검토 중이고, 조세지원의 형평성과 세부담에 미치는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네버엔딩 비과세·감면…"더 이상 질질 끌지 않는다" = 이날 공청회에서 김학수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과세형평 제고를 위한 2013년 비과세·감면제도 정비에 대한 제언'이라는 제하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김 연구위원은 앞으로 정부가 추진할 비과세·감면 정비 방안의 기준과 함께, 각 분야별로 세부적인 축소·정비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정부가 이미 제시한 대로 비과세·감면 제도의 일몰이 도래하면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필요하더라도 엄격한 검토를 통해 재설계 후 도입한다는 원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비과세·감면 제도를 만들거나 기존 제도를 확대하는 작업은 최대한 억제하되, 국정과제 이행을 위해 필요한 제도에 한해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연구위원은 구체적인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방안을 ▲근로자(소득공제) ▲투자·고용 ▲연구개발 ▲중소기업 ▲저축지원(금융소득) 등으로 분야를 나눠 제시했다.
□ 연말정산 소득공제→세액공제 전환…"교육비·의료비＋α" = 특히 김 연구위원은 전체 비과세·감면 금액 중 무려 47.8%를 차지하는 소득세 부문에서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폭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말정산 소득공제 항목 중에서 고소득자일수록 더 많은 공제혜택을 받는 교육비, 의료비, 보험료, 기부금 등 특별공제 항목들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일반적으로 소득공제 제도는 저소득자보다 고소득자에게 더 유리한 세제혜택이다. 소득공제는 세율을 곱하기 전 근로자가 벌어들인 소득을 기준으로 일정 한도까지 공제해 주는 만큼,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공제혜택이 돌아간다.
예를 들어 100만원의 보험료 공제를 받는 경우 과세표준이 1000만원인 저소득 근로자는 6%의 세율이 적용돼 6만원(100만원×6%)을 공제 받지만, 과세표준이 3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 근로자는 38%의 세율이 적용돼 38만원(100만원×38%)을 공제 받을 수 있다.
반면 세액공제는 소득에 세율을 곱해 계산을 마친 소득세액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해주는 방식으로, 고소득자와 저소득자가 적용되는 세율이 달라 공제혜택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는다.
김 연구위원은 "소득공제 항목 중에서 역진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항목들은 교육비, 의료비, 보험료, 기부금 등 특별공제 항목들"이라며 "소득공제 방식에서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미 기재부 세제실도 특별공제 항목 중 교육비·의료비 등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바꾸기로 결정하고, 세부사항을 조정하는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특별공제 항목을 소득공제에서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미 교육비·의료비는 세액공제 전환을 검토 중이고, 나머지 보험료·기부금 등은 세액공제로 바꿀지를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신용카드 소득공제도 줄어들까?" = 김 연구위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특정한 정책목표를 위해 도입된 공제항목들 중 신용카드 소득공제 등 정책목표를 상당 수준 달성한 제도는 축소·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경우 카드사용 활성화 및 세원양성화를 위해 도입됐지만, 현재 일반 국민들의 카드사용이 보편화됨에 따라 소득공제 혜택을 줄이거나 없애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김 연구위원은 "조특법상 세액공제 항목들 중에서 정책목표를 상당 수준 달성한 경우는 축소·폐지할 필요가 있다"며 "신용카드 공제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밝혔다.
그는 신용카드 공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면 현금 거래가 급증해 지하경제가 더욱 양성화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신용카드의 경우 소득공제를 받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단지 편해서 쓰는 사람들이 많다. 현금 거래가 급증할 우려는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재부 세제실은 아직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신용카드 소득공제가 고소득자로 갈수록 공제혜택이 많은 점은 분명하지만, 저소득 근로자는 물론 인적공제 혜택 등이 적은 미혼 직장인들의 경우 신용카드 공제가 연말정산 혜택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거나, 축소·폐지하는 방안은 결정되지 않았다"며 "조세연구원에서 제안한 사항들을 올해 세법개정안에 다 반영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