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8분기 연속 0%대 저성장 흐름이 이어지는 등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며 올해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하자마자 12조원 가량의 세입경정을 포함한 추가경정 예산안을 편성했고, 강력한 지하경제 양성화 정책을 추진하는 등 세입확충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정부는 5년 동안 134조8000억원에 달하는 공약가계부 이행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오는 2017년까지 비과세·감면 제도를 대폭 정비해 18조원의 재원을 마련할 방침이다.
하지만 매년 30조원에 달하는 세금이 나라 곳간으로 들어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국세감면율은 지난 2009년 15.8% 이후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지만, 비과세·감면 규모는 연간 30조원 내외에서 유지되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조세연구원은 26일 서울시 가락동 조세연구원 대강당에서 '과세형평 제고를 위한 2013년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고, 향후 비과세·감면 추진 방안을 제안했다.
김학수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2013년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에 대한 제언'을 발표하고, 현재 비과세·감면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비과세·감면은 영원하다"…연평균 6.9% 증가 =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행 비과세·감면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번 도입되면 축소하거나 폐지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비과세·감면 제도가 일몰이 도래해도 폐지되기는커녕, 일몰이 끝없이 연장되며 감면규모가 확대되는 경우가 많았다. 경기침체기에 투자 확대를 유인하기 위해 도입됐던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의 경우 경기가 회복된 이후에도 폐지하지 못했고, 총 18회나 일몰이 연장되며 상시화 됐다.
비과세·감면 제도가 제때 종료되지 못하고 계속 연장됨에 따라 비과세·감면 총규모는 계속 증가해왔다. 2000년 13조3000억원이었던 비과세·감면 규모는 연평균 6.9%씩 급증해 지난 2012년 기준 29조7000억원까지 늘었다.
□ 비과세·감면은 '부자감세'…"고소득층·대기업 혜택이 40%" = 또한 비과세·감면 제도는 고소득층과 대기업 등에 상당히 많은 혜택이 돌아가고 있는 점도 문제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현재 약 28조6463억원에 달하는 비과세·감면 혜택 중 11조6275억원(40.6%) 가량이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집중되는 실정이다.
특히 근로자 소득공제의 경우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기부금 등 특별공제 항목을 중심으로 저소득자보다 고소득자에게 더 많은 공제혜택이 주어진다.
연간 소득규모별 특별공제 금액을 살펴보면 연소득 1000만원 이하 저소득 근로자가 보험료 공제 등 특별공제로 감면받은 금액은 170만2000원에 불과하지만, 연소득 10억원 초과 고소득 근로자는 6630만원의 공제혜택을 받았다.
정부가 지난 2월말 특별공제 개인별 한도를 2500만원으로 설정했지만, 고소득자일수록 더 많은 혜택을 받는 특별공제의 문제점은 해결할 수 없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1년 기준 1인당 특별공제 합계가 2500만원을 초과해 한도액을 적용받은 근로자는 근로소득금액 5억원이 넘는 4705명(0.06%)에 불과하다. 나머지 99.4%의 근로자들 사이에서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사이에서 여전히 소득공제의 역진성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 "있으나 마나"…효과없는 비과세·감면 '수두룩' = 제도 도입 당시 정책목표에 부합하지 않거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비과세·감면 제도들도 많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비과세 감면 규모가 100억원 미만이거나, 신설된 지 2년 이상 됐으나 활용실적이 미미한 제도들이 전체 226개 항목 중 85개(37.6%)에 달한다.
실제로 2012년 기준 비과세·감면 규모가 10억원 미만인 제도는 14개, 10억∼100억 미만인 제도들도 36개나 된다. 신설된 지 최소 2년이 지났지만 활용실적이 전혀 없는 제도는 35개(15.5%)로 집계됐다.
또한 비과세·감면 제도 도입 당시 수혜대상으로 의도했던 저소득층이 아닌 일부 고액 자산가 등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등 정책목표와 맞지 않는 제도들도 상당수다.
특히 저축지원을 위한 비과세·감면 제도들의 경우 저소득층의 저축 장려를 목표로 설계됐지만, 통계청의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하위 40% 계층까지는 저축여력이 없어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농협, 수협 등 조합 출자금 및 예탁금에 대한 세제혜택은 본래 정책대상자인 농어민들이 혜택을 받아야 하지만, 1만원 정도의 출자금만 낸 준조합원들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농어민이 아닌 도시의 고소득층에게까지 세제혜택이 부여되는 상황이다.
2011년 기준 농협의 비과세 예탁금 62조원 가운데 무려 80.9%에 달하는 50조원은 준조합원들의 예탁금이었다.
김학수 연구위원은 "비과세·감면 제도가 항구화, 기득권화 되는 경향에 따라 세수기반이 약화되고 있고, 정책목표에 부합하지 않거나 실효성이 없는 제도들도 많다"며 "소득세 특별공제 등은 저소득자보다 고소득자에게 보다 큰 혜택이 주어지는 문제점도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