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 간부들이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1박2일 내내 '끝장토론'을 벌였다고 합니다.
지난 5일부터 이틀 동안 백운찬 관세청장을 포함한 120명의 간부들은 '관세청의 미래전략'을 주제로 천안소재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워크숍을 가졌는데요.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개최된 것이라 그런지 여유로울 것만 같았던 간부 워크숍은 어려운 경제상황과 산적한 현안 덕분에 무척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는 후문입니다.
최대 국정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박근혜 정부 5년 간 약 10조원의 세수를 확보하겠단 목표를 세운 관세청이지만 경제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서 세수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황.
자신있다며 큰소리를 쳐 놓은 관세청 입장에서는(경기침체 여파 때문이기는 하지만)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런 분위기가 간부 워크숍에 그대로 반영됐다고 합니다.
특히 관세조사비율을 높여 세수를 확보하겠다는 방침이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기업들을 더욱 옥죄, 경기위축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한 깊은 토론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기업들이 경제활동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관세조사를 어떻게 실시할 것이냐를 놓고 간부들은 오후 3시부터 밤 11시까지 무려 7시간에 걸친 릴레이 토론을 진행했다는 전언입니다.
이마저도 모자라 다음날 아침부터 오후까지 토론이 이어졌다고 하는데요. 애초 오후 3시에 워크숍을 마치려고 했지만 두 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5시에 토론이 완전히 끝났다고 합니다.
1박2일 동안 이어진 끝장토론에서는 조직원들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승진' 문제도 심각하게 거론됐다는 전언입니다.
다른 조직에 비해 관세청은 FTA 집행, 세수확보, 국민 먹거리 안전, 통관업무 등 하는 일이 굉장히 많은데도 4500여명의 직원 수가 20년 동안 그대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20년 동안 고작 스무명 늘어난 것이 전부입니다.
관세청 직원들은 다른 조직에 비해 격무에 시달리는 것이 다반사인데요. 하지만 전체 직원의 90% 이상이 5급 이하로 승진이 무척이나 어려워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일선 세관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50대 관세행정관이 매일 같이 밤샘 근무를 해도 7급 밖에 안 됐다는 사실에 다른 직원들조차 "너무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이니 상황의 심각성은 더 말해봐야 잔소리일 듯 합니다.
이밖에 이번 워크숍에서는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체계적 육성 지원, 국민건강과 사회안전 확보를 위한 관세국경관리 방안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습니다.
관세청 관계자는 "간부급이면 대부분 나이가 있기 때문에 장시간 계속되는 토론에 힘들어할 줄 알았다"며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진지해지더니 토론을 끝내질 않았다. 어떤 간부는 '이런 워크숍은 처음'이라고까지 하더라"고 전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