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일보와 'CEO 대담'을 하고 있는 정의당 박원석 의원(사진 = 김용진 기자).
"박근혜정부 공약실행 '증세'불가피, 세금에 대한 국민'신뢰' 쌓아야"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올해 경제 현안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세수부족' 사태의 원인으로 작은 '세출규모'와 MB정부의 '부자감세'를 지목했다. 나라살림살이의 구조적 문제와 정책의 실기를 동시에 지적한 것.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의 박 의원은 5일 '경제위기 대책과 세수확보 방안'을 주제로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가진 대담에서 "경기침체로 인한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현재 세수부족은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라며 "우리나라 정부의 살림살이 자체가 OECD 평균에 못 미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지난 MB 정부 5년간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감세를 한 게 90조원이나 된다"며 "재정규모가 작은 데 대규모 감세까지 추진한 것이 세수부족의 근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북유럽형 복지국가를 지향하는 '진보'정치인답게 국가정책으로 이익을 본 대기업들의 '사회적 책임'과 '증세'를 내세웠다.
특히, 박근혜정부가 5년간 135조원을 들여 공약을 실행하겠다는 공약가계부에 대해 "지역공약도 들어가지 않은데다 소득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려면 '증세'문제는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더 나은 복지'를 위해서라면 증세를 하겠다는 여론이 높다.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해서 '있는 사람들이 좀 더 낸다'는 상식과 ‘세금을 더 내면 내 삶이 보다 윤택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통해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대담 :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 정리 : 박지숙 기자, 사진 : 김용진 기자)
Q. 세수난이 심각하다. 작년 연말 세수부족으로 공무원 월급지급에 차질이 빚어질 뻔 했다. 이렇게 가다간 올해 12월에는 실제로 공무원 일부가 월급을 못 받게 될지도 모른다, 지자체들은 국고보조금 축소로 지방재정이 파탄날거라고 현수막을 내걸고 있는 실정이다. 내년 세수는 더 어려워 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하경제 양성화는 여의치 않은 상황이고, 국가재정은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이를 타개할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고견을 부탁드린다.
= 정부는 기업의 작년 실적 악화로 인한 법인세 감소와 경기회복 지연에 따른 민간소비 부진과 환율하락 등에 따른 부가가치세 감소가 주요 원인으로 얘기하고 있다. 분명 경기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음으로 인해 세금수입이 덜 들어오는 측면이 있지만 저는 현재 세수부족에 대해 보다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싶다.
일단 우리나라는 정부의 살림살이 자체가 매우 작은 나라다. 2010년 현재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은 19.3%로 OECD 평균 24.6%에 비해 5%나 낮다. 세금이 적은 만큼 정부 지출규모도 적어서 재정규모는 OECD 평균보다 10%나 낮은 수준이다. 미국이나 일본이 우리보다 낮은 조세부담률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 나라는 세금은 상대적으로 적은 대신 국채발행을 통해 부족한 재원을 보충하는 방식이어서 전체 살림살이 규모는 우리보다 10%이상 큰 나라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MB정부 5년 동안 소득세,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에서 9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다. 나라 살림살이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지방재정도 매우 쪼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원래부터 재정규모가 작은데다가 대규모 감세를 추진한 것이 세수부족 사태의 구조적인 원인이었다고 본다.
Q. 세수난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경기침체다. 경기가 어려울 때는 세금을 감면해 지원하는 것이 조세정책의 기본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그렇게 해 왔다. 흉년이 들면 나라 곳간을 열어 곡식을 나눠 주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최근 극심한 불황에도 조세감면을 축소하고 최저한세율을 인상하는 등 사실상 '증세'를 추진하는 등 정책이 거꾸로 가는 것 아닌지 의문이다.
= MB 정부 5년을 거치면서 최소한 세금감면을 통한 경기진작이라는 것이 현실성이 별로 없다는 게 대중적으로 확인되었다고 생각한다. 세금감면이 소비나 투자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세금감면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의 경우 법인세나 소득세를 깎아준다 해도 감면액이 투자나 소비를 늘릴 만큼의 금액은 안 된다. 대기업이나 고소득층의 경우에는 세금을 깎아줬더니 현금을 쌓아두거나 해외로 나가버리는 경우가 많지 않나. 투자나 소비를 늘이기 위해서는 경제성과가 그 기여정도에 따라 골고루 배분될 수 있도록 민주화된 경제시스템을 만들고, 국민들이 직면하고 있는 여러 부담을 덜어낼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튼튼히 갖추는 것이다.
Q. 세수확보를 위해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투자환경이 조성돼야 하는데 여기에는 세제지원이 핵심이라고 본다. 투자환경조성을 위한 세제지원책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 세제지원이 투자 확대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될 수 있겠지만 세제지원이 있고 없고가 투자의사결정에 결정적인 기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일례로 지난 6월 국회에 정부는 코넥스 시장 활성화가 창조경제 활성화의 핵심인양 코넥스 상장기업에 세제지원책을 처리해달라고 강하게 요구했지만 코넥스 시장 개장 이후 7월 한 달 간 누적 거래대금이 85억에 불과하다. 코넥스 자체가 공시요건 등 여러 면에서 코스피나 코스닥과 현격한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 세제지원책이 마련된다고 코넥스 시장이 살아나겠나? 도리어 정부의 세제지원이 국민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줘서 과거 코스닥이 처음 도입될 때와 같은 심각한 혼란을 야기할 수도도 있다.
또한 정책적 목적의 세제지원의 원래 의도했던 정책효과를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는지에 대해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에너지 효율성이 악화되고 있는 기업에 에너지절약시설투자세액공제를 해준다거나, 심각한 환경오염사고나 산재사고를 일으킨 기업에게 환경보전시설투자세액공제나 안전시설투자세액공제 해주는 것을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나? 하지만 확인해 보면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고쳐야 한다.
Q. 기업투자에 대한 세제 인센티브를 더욱 늘리는 제도가 올해 통과되더라도 실질적으로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시점은 내후년이다. 따라서 정부가 선제적으로 투자활성화를 위한 세제개편을 추진, 시장에 투자 마인드를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방안 중 일감몰아주기 이중과세 조정, 법인 비사업용 토지 중과제도 폐지, R&D 투자세액공제, 가업상속공제제도 개선,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 현행 법인세에 대한 세금감면 제도 문제는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감면혜택에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2008년에 전체 법인세 감면혜택의 62%가 대기업에 돌아갔지만 2011년에는 71%로 늘어났다. 당연히 그만큼 중소기업의 감면혜택 비중은 줄어들었다. 이 기간 동안 법인세 공제감면액이 2조6천억 원 늘어났는데 이중 2조5천억 원은 대기업에게 돌아갔고 천억 원만 중소기업에게 돌아갔다. 심각한 불균형이다 이를 완화해야 한다.
또, 원래 도입목적과 무관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공제감면이 있다는 거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원래 임시투자세액공제였는데, 임시투자세액공제가 무려 18번이나 일몰을 연장해오면서 한해 2조원이 넘는 세액공제를 해주었지만 고용증가에는 별반 기여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그래서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로 바뀌었다. 하지만 현재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경우에도 고용과는 전혀 무관한 기본공제를 허용해 변형된 임시투자세액공제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원래의 도입취지에 맞게 기본공제는 폐지하고 고용과 연계된 추가공제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정책적 지원 수단으로서의 세금뿐 아니라 정책적 규제 수단으로서 세금도 인정해야 한다. 일감몰아주기 과세나 비사업용토지에 대한 중과제도는 우리나라 경제와 국민통합에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는 사회적 문제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서 순기능이 훨씬 크다.
Q. 전문가들은 상속세 개선 필요성을 많이 이야기 한다. 이 역시 경기활성화와 긴밀한 관련이 있다. 예컨대 현행 세법상 100억원을 벌면 소득세와 상속세로 70억원을 국가가 가져가는데 너무 과한 측면이 있다. 때문에 힘들여 번 돈을 세금으로 내느니 현금으로 쌓아 놓아다가 물려주겠다는 심리가 확산, 요즘 자산을 5만원권으로 바꾸는 게 유행이다. 돈이 돌아야 하는데 금고에 넣거나 땅에 묻으면 경제의 혈관을 막아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상속세 개편이 절실하다고 보는데?
= 상속세와 증여세는 부의 무상이전에 대한 세금이라는 점에서 소득세와는 다르다. 상속세 최고세율이 50%지만 각종 공제를 통해 실제 부담하는 세금은 이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알고 있다. 배우자 공제 등을 통해 30억 원까지 상속세를 부담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고, 최근에 도입된 사업상속공제는 최대 300억 원까지 상속세 부담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과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저는 한국의 워렌 버핏과 같은 사람이 나와 부유층에 대한 세금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모습을 기대한다.
또, 다른 세제와 비교할 때 부의 무상이전은 곧, 불로소득이다. 고소득 연봉자와 아버지 잘 둔 사람이 세금을 똑같이 내면 사회적 형평성에 맞지 않다.
Q. 진보정치인으로서 '증세'를 주장해왔는데 현 경제상황에서는 재계나 고소득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고 경기침체로 '증세'는 과도한 주장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 얼마 전 정부에서 이른바 공약가계부라는 걸 발표했다. 5년간 135조에 이르는 공약내용과 이에 대한 재원조달 방안에 관한 내용인데, 공약이행에 필요한 돈이 135조원에 그칠지 더 늘어날지도 예측하기 힘들뿐더러 135조원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아보인다. 정부는 SOC(사회기반시설) 분야 등 기존 세출을 절감해서 84조원을 마련한다고 하지만 대통령은 경제성만으로 지역공약을 판단하지 않는다고 해 예산낭비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결국 증세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현 정부의 재원대책이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규모는 세계15위의 경제대국이라는 경제력 면에서도, 소득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하는 국가적 과제에 대처하기에도 너무나 작다. 저는 국민들에게 증세의 불가피성을 호소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방법인데, 증세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해서는 "있는 사람들이 세금을 좀 더 내야 한다"는 상식과 "세금을 조금 더 내면 내 삶이 보다 윤택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통해야 한다. 증세에 있어 '선(先) 부자증세 후(後) 보편증세'의 원칙과 사회복지목적세 도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침체된 경기를 활성화하는데 경제민주화가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가 않다. 경제민주화와 경기활성화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보나?
= 경제민주화가 경기활성화의 걸림돌이 된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경기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제민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경기침체기라고 하지만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매년 사상최고의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은행에 10억 이상 여윳돈을 예금하고 있는 부유층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있다면 중소기업과 서민들만의 일일 것이다.
그동안 블균형 성장이 경제개발 초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지금은 그 불균형이 잠재성장률을 갉아먹고 경제에 커다란 짐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사상누각의 경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향후 우리나라의 경제의 성패는 경제의 성과를 공정하게 나눔으로써 허약한 기초를 튼튼히 키우는데 달려 있다고 본다.
[Inside Interview-사람의 '香']
'말 좀 통(通)하는' 진보정치인, 박원석이 '주목'되는 이유
20년 가까이 시민운동가로 '현장·정책·정치' 감각 익혀
'진보' 정치인은 말이 통하지 않는다(?).
'똑똑한' 의원은 많아도 '말'이 안 통한다는 지적은 진보 진영 정치인에 대한 오래된 선입견이다. 정관계 사람들의 이런 선입견을 그들의 '핫 플레이스'에서 해소시킨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시민운동가 출신치고 물렁하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겸손해했다.
정부 경제정책의 감독역할을 하는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의 박 의원은 정관계, 재계 인사들 사이에서도 '똑똑하면서도 말이 되는' 정치인으로 통한다.
기재위 산하 조세소위, 조세개혁소위 위원이기도 한 그가 정부정책의 맥과 '허와 실'을 짚어내 관계자들은 자신들을 '공부'시키는 몇 안 되는 의원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의 이런 '스마트함'은 일찍이 참여연대 시절부터 갈고 닦은 '치열함'에서 기인한다.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 등을 맡으면서 오랫동안 시민운동가로서 이름을 날렸던 박 의원은 진보진영에서 대중성과 정책전문성, 그리고 진보정치인에겐 흔치 않는 '세련된' 정치 감각을 겸비한 몇 안 되는 인사로 꼽혀 '제2의 심상정, 노회찬'이라는 평가다.
'대중성'이 있기까지 2008년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가 상징적이다. 그는 당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공동상황실장을 맡아 100만 촛불시민을 이끌었고 이로 인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수배를 받고 구속되기도 했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과 함께 창립멤버로 지난 1994년 참여연대를 이끌며 주요 활동기구를 거쳤고 재벌개혁과 중소상인보호, 반값등록금 실현, 복지국가 실현 등 한국사회의 핵심의제를 선정, 이슈화하면서 정책전문성과 정치 감각을 익혔다.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정치적 이념에 흔들림 없이 한 발짝 앞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그는 그동안 사회적 기업의 지원을 위한 부가가치세 개정안,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사회복지목적세,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세' 등을 발의해왔다.
이 중 박 의원은 산후조리, 보육, 간병 및 교육업종이 면세업종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한 부가가치세 개정안 발의로 지난 3월 한국 사회적 기업 중앙협의회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그는 최대 화두인 '증세'에 대해서도 '합리'를 내세운다. "국민들의 조세회피심리는 그동안 세금을 내도 국가에 뜯겼다는 피해의식이 광범위하게 있기 때문"이라며 "증세저항이 따르겠지만 합리적으로 세금이 국민복지에 쓰인다는 신뢰형성"을 우선으로 강조한 것.
그가 40대 초반의 젊은 초선의원으로서, 분당사태로 힘을 잃은 진보정당의 새로운 '희망'으로 주목되는 이유다.
[약력]
▲1970년 서울 종로 ▲유신고 ▲동국대 사회학과 ▲홍콩대 인권법 석사 ▲참여연대 창립 발기인 및 상근활동가 ▲참여연대 합동사무처장 ▲참여정부 국무총리 산하 저출산·고령화 연석회의 실무위원 ▲서울 친환경 무상급식 추진운동본부 집행위원장 ▲반값등록금 실현 국민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회 자문위원 ▲19대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정의당 전 원내수석부대표 겸 원내대변인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