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등 선진국 국세행정조직 비교 보고서
세종시 이전 후 수도권 관리차원, "일부 기능 서울 존치"
미래 세정환경 변화에 발맞춰 현행 국세청 조사조직을 기업규모별로 특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납세자의 소득규모, 사업성격에 따라 성실납세 수준과 탈세규모 등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룹별 특성에 맞는 차별화된 집행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납세자를 사업자와 비사업자로 구분하고 매출액별로 대기업국(5000억원 이상), 중견기업국(500~5000억원), 중소기업국(500억원 이하) 등으로 구분지어 전담 관리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한 국세청 본청·지방청 및 일선세무서에 조세범칙조사 전담조직을 설치하고, 국세공무원도 '행정직'과 '조사직'으로 직렬을 이원화시켜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6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3년 국세행정포럼에서 세명대학교 행정학과 고숙희 교수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국세행정 조직·인력체계 비교·검토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영국 등 주요 선진국 세정당국은 국세행정 조직을 기존 세목별 조직에서 기능별 조직으로 개편해왔고 최근에는 납세자 유형별 조직으로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또한 조직 투명성 확보차원에서 국세행정 전략계획 등을 검토·승인하는 역할의 외부 감독위원회를 설치하고, 경제·통계 전문가들이 참여한 별도조직을 통해 Tax-Gap(실제 내야하는 세금과 징수한 세금의 차이)을 측정 업종별·유형별 탈세위험도에 따른 차별화된 세정운용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탈세, 지능적 조세회피 등 각종 조세범칙 분야를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범칙조사국을 설치하고, 대기업·대재산가 전담 조직도 늘리는 추세다. 이런 기류에 맞춰 우리나라 국세청 조직도 점차 바뀔 필요가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핵심이다.
□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구분 관리 = 보고서는 우선 국세청 조사국 조직형태를 현재 세목별 구조에서 납세자 유형별 조직으로 재설계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례로 본청 개인납세국, 법인납세국, 재산세국, 조사국 조직체계를 대기업국, 중견기업국, 중소기업국, 비사업자국으로 세분화하는 방식이다. 지방청 세원분석국, 조사국 형태도 마찬가지로 납세자 규모별로 나누는 방안이 제시됐다.
기업규모별 부서 내 각 과에는 산업별·업종별 전담팀을 설치해 신고관리, 조사대상자 선정, 조사 진행을 총괄하고 비사업자국에서는 개인 재산세제, 근로소득 관리, 원천세 총괄, 전자세원 업무를 담당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고 교수는 "기존 조직체계에서 우선 대기업국을 별도의 조직으로 분리·설치해서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을 위한 방안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외 조직개편은 중장기적 과제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 '조세범칙 전담조사국' 설치 = 통상적인 세무조사와 별개로 탈세 등 조세범칙 조사를 전담하는 부서를 신설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보고서는 "현행처럼 모든 조사조직에서 범칙조사까지 수행하는 경우 전문성을 보장하기 어렵고 검찰·경찰 등 외부기관과의 공조체계 유지와 범칙조사 전문가 양성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며 "정보 수집조직과 활용조직의 통합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본청과 지방청에 조세범칙조사국을 일선 세무서에는 조세범칙조사과를 설치해 정기조사 등 일반조사와 구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체 조사계획을 수립하는 총괄기획과, 탈세제보 조사를 전담하는 범칙조사과, 국내외 세원정보를 수집하는 정보과 등 구체적인 직제개편안도 제안됐다.
조세범칙 조사 전문성 확보차원에서 현장경력 중심으로 조사요원을 선발하고, 타과와의 인력교류를 제한하는 등의 후속 관리대책도 제시됐다. 이밖에도 보고서는 부과·징수 조직 이원화, 복지세정 전담조직 신설에 따른 인력확충, 정보공유 확대를 위한 통계전담조직 신설방안 등도 제안했다.
□ 세종시 이전 대책…"수도권에 핵심기능 남겨야" = 내년 말로 예정된 국세청의 세종시 이전에 대비한 대책도 제시됐다. 헤드쿼터 역할을 하는 본청이 지방으로 이전하더라도 세원관리, 세수확보 여건을 고려할 때 수도권에 일부 기능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게 보고서의 핵심이다.
보고서는 "전체 납세인원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위치해 있으며, 국세심사업무, 납세자 세법교실 등 납세자 교육수요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며 "대법인 등 주요세원과 역외탈세, 해외투자, 수출업체 등도 수도권에 몰려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보고서는 대기업 세원정보 수집, 검찰·경찰 등 대외기관 협력업무, 조세박물관 운영 등 홍보기능 일부는 효율적 업무추진 차원에서 수도권에 존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보고서는 국세공무원 전문성 제고차원에서 세무직렬을 행정직과 조사직으로 이원화하는 방안과 함께 조세범칙, 전산조사, 금융조사 분야에 이른바 '전문보직제(Special Agent)'를 도입해 업무난이도에 따라 직급·보수 등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