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와 산업 양극화로 정부와 금융 당국이 중소기업 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있으나, 금융권은 여전히 불합리한 대출 관행을 고수하고 있다.
담보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에게 대출을 빌미로 담보를 요구하거나, 펀드나 보험 가입을 강요하는 일명 '꺾기' 실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기준 의원(민주당)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5년 동안 국내 은행들은 중소기업 담보대출의 비중을 꾸준히 늘려왔다.
시중은행 18곳의 중소기업 대출 현황을 보면, 전체 대출에서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50%, 2009년 51.4%, 2010년 52.7%, 2011년 53.6%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해에는 55.9%를 기록, 1년 만에 2.3%포인트가 증가했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담보대출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KB국민은행(68.5%)이었다. 뒤를 이어 경남은행 66.9%, 대구은행 66.8%, 신한은행 66.2%, 한국SC은행 64.6%, 하나은행 64.3% 순이다.
국민은행은 2008년과 비교해 18%포인트가 증가, 증가 폭이 가장 컸다. 평균 증가 폭은 5.9%포인트로 집계됐다.
김기준 의원은 "우리나라 중소기업 중에는 기술력이 풍부하지만 담보가 부족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이 많다"며 "금융기관은 담보, 보증 위주의 대출 심사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의 창의성, 기술력을 평가할 수 있는 심사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성장잠재력이 큰 중소기업에 대한 적극적 신용 평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금융위원회가 중소기업 359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23.7%가 꺾기 피해를 입었다고 답변했다.
특히 종업원 수가 적은 소기업(25%)일수록, 매출액이 100억원 미만인 기업(24.9%)일수록 피해가 더욱 컸다.
8000만원 대출을 받으면서 월 50만원씩 5년 동안 납입하는 정기적금에 가입하거나 대출 승인을 빌미로 가족 명의까지 이용해 매달 500만원을 10년 동안 내야 하는 보험에 가입한 사례도 발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