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금융당국 책임 추궁 수위 높여
동양그룹 부실 사태에 대한 정치권 논란이 사그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종합 국정감사를 일주일 앞두고 국회는 야당을 중심으로 당국의 책임 추궁에 대한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동양 사태를 미리 인지했으면서 정부와 금융 당국이 제때 대처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계속해서 부각시키고 있다.
하지만 법과 규정대로 처리했다는 당국의 입장도 팽팽히 맞서고 있어 국감장은 벌써부터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 동안 누적돼 온 동양그룹 부실 문제를 놓고 청와대도 당국의 보고를 받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으나, 지난 국감에서는 피감 기관장들의 위증 논란이 더해지며 금융권은 긴장감이 감돈다.
국회 정무위원회 민주당 김기준 의원은 지난 28일 KDB산업은행 자료를 공개, 홍기택 회장이 동양그룹 관련 청와대 회의에 3차례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최수현 원장은 청와대의 동양그룹 관련 회의가 한차례 있었다고 증언, 결과적으로 상반되는 결과를 낳았다.
국감 당일 최수현 원장은 청와대의 회의에 참석한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가 산은 측의 증언과 엇갈리자 답변을 번복한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날 최수현 원장의 증언에 의해 신제윤 금융위원회 위원장도 청와대 회의에 참석한 사실이 밝혀졌으며, 이 과정에서 신제윤 위원장의 위증 논란마저 더해진 것이다.
국감 당시 회의록에 따르면 신제윤 위원장은 "특별히 보고한 일 없습니다. (국무조정실에는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대해)기억이 잘 안나지만 했습니다. 취임하면서부터 항상 하는…"이라고 답했다.
이를 두고 금융위는 특별히 위증을 한 부분이 없다는 입장이나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동양 사태의 과정을 의도적으로 은폐하면서 당국의 신뢰를 더욱 훼손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기준 의원은 "금융 시스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태가 발생해 금융 당국의 수장들이 대책을 논의한 일은 당연하나 이를 숨기려고 한 것은 잘못됐다"고 했다.
이 때문에 금융위와 금감원의 직원들 간 갈등도 커지고 있다. 당초 산업은행이 정무위에 '청와대 회의에 참석했다'는 내용의 서면을 제출한 뒤 이 사실을 금융위에 알리고 금감원에 알리지 않으면서 이 같이 엇갈린 진술의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과거에도 금융위에만 보고를 해왔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의도적으로 숨긴 것이 아니라도 사실 자체를 축소하려고 할수록 문제가 커져가는 듯 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번 일은 최수현 원장이 신제윤 위원장을 대신해 더 피해를 입은 듯 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두 금융 수장 모두에게 100%의 책임이 있다. 단, 최수현 원장은 지난 금감원 국감에서 충분히 질타를 받은 만큼 이번 종합 국감에서는 신제윤 위원장에게 집중적으로 질의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두 금융 수장의 태도는 정반대이다.
최수현 원장은 답변 과정에서 착오가 있었으나 원칙대로 처리했다는 입장을 대외적으로 전하며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서는 반면, 금융위는 답변 자체에 오류가 없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상황이 이렇게 치닫자 금융권 안팎에서는 동양 사태 회의를 주재한 조원동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과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경기고, 서울대 동문인 점이나 과거 홍기택 산은 회장이 동양증권 사외이사로 근무한 인연을 빌미로 특혜 의혹들을 제기하기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