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증시가 호황일 때에는 판검사보다 증권사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금융투자업계는 사면초가의 분위기이다."
전직 증권사 직원이었던 한 취재원은 최근 개인 블로그에 이 같은 글을 올렸다.
그는 "한국은 증권사가 너무 많다. 다양한 아이템은 없으면서 획일화된 영업을 하니 본사는 방만한 경영을 하고 영업점은 실적 압박을 받는다. 증시가 호황이면 영업점이 인기지만 불황일 때에는 본사가 인기다"고 말했다.
세계적인 금융 위기의 여파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주식시장의 거래량은 현저하게 줄고 있다. 주가지수는 2000포인트에서 거래되나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일부 대기업의 주가만 오르고 나머지 대다수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은 금융 위기 전과 비교해 한참 모자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증권사의 주 수익원은 주식 매수·매도 시 발생하는 브로커리지 수수료와 자산 관리 수수료 등이다. 기업공개(IPO) 주선이나 투자은행(IB) 업무 등이 있지만 일부 대형사들에 한한다.
온라인 거래의 발달로 수수료가 줄고 시장 침체가 계속되자 정부는 증권사의 해외 수출을 통해 업계를 살리려고 하지만, 이는 오랜 준비 기간과 작업을 통해 이뤄질 일이다.
한 정부 당국 관계자는 "일찍이 자본시장 선진국으로 발달한 나라들은 대형 IB들이 시장을 선도하고 해외 자금을 끌어모았다. 우리는 일부 대형 증권사들을 위주로 시장이 움직이고 있어 소형사의 수익 모델을 찾는 것이 시급한 문제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증권사의 당기순이익은 2516억원을 기록, 1년 만에 62.6%가 감소했다. 수수료 수익은 같은 기간 동안 743억원(2.4%) 줄었다.
전체 증권사 62곳 중 26곳이 적자를 냈고, 적자 규모는 1921억원에 달했다.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적자 회사는 11개가 늘었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판매 시스템이다. 증권사 직원은 보통 자기 급여의 3배 정도에 달하는 수수료 수익을 회사에 기여해야 한다. 월 300만원 받는 직원은 최소 900만원, 대형사라면 좀 더 많은 수수료 실적을 내야 본사의 관리비 및 영업점 임차료가 커버된다.
증권사 영업점 직원의 절대다수는 공채를 통해서 뽑히지만, 투자 분야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학점과 자격증 등 소위 스펙(specification)이 일반적 기준이 되고 모의 투자 대회 입상자들도 현장에서 투자 실력이 검증된 것은 아니다.
상당수 증권인들의 자산 관리 현황은 일반인보다 좋지 않다. 그는 "급여 받아서 투자하다 손해본 직원, 민원과 소송으로 손해를 물어준 직원, 회사에서 억지로 받은 자사주의 추락으로 과도한 빚을 지거나 자기 자금을 매매하는 직원 등 심각한 분들이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회사에서 정한 기준을 장기간 넘지 못하면 당연히 구조조정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직장인이 과중한 업무로 자살하는 경우는 종종 뉴스에서 들을 수 있으나 증권사의 경우 그 사례가 특히 많다. 대다수 유형이 본인 자금뿐 아니라 가족, 친척, 지인의 돈까지 끌어모아 투자를 하다가 손해를 입고 비관했다.
고객의 수익과 무관하게 판매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하다보니 무조건 '많이만' 팔아야 하는, 이른바 '불완전 판매'가 성행하기도 한다.
결국 쓰레기(?) 상품인 줄 알면서 고객에게 떠넘길 수밖에 없는 증권 업계의 현실이 동양그룹 기업어음 부실 사태와 같은 문제를 낳았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