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과징금 중 일부는 발전 기금으로 사용
한국도 논의중…금융투자업계 기대감 고조
세수 유출 감수해야 하는 정부 부담 커져
한국 정부가 주가조작과 전쟁을 벌이는 동시에 한쪽에서는 새로운 논의가 일고 있다. 형사처벌에 미치지 못하는 행정 과징금 중 일부가 금융투자업계의 발전 기금으로 쓰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주가조작을 단속하고 처벌하는 각 나라의 정부들은 과징금과 같은 금전적 제재를 이용해 불법행위를 막고 있다.
한국에서는 그동안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주체가 법원, 검찰에 제한돼 있어 행정적 과징금이 미약했다. 지난해 새 정부 출범 후 행정 과징금 신설을 위해 법 개정이 추진 중인 상황. 이에 한편에서 과징금의 예산 편입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 한국, 주가조작 처벌 강화 흐름…법 개정 박차=자본시장이 일찍이 발달한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검찰과 법무부 등 사법 당국과 함께 금융 당국이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도 한다.
올 초 흥행한 미국 영화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The Wolf of Wall Street)는 이러한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1990년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에서 미국 정부는 주가조작을 한 주인공에게 천문학적 벌금을 부과, 평생 갚는 모습이 그려진다.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이 같은 논의가 있어 왔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뒤 지난해 4월에는 주가조작 종합 대책이 발표, 형사처벌 이하의 과징금 규율을 행정 당국이 할 수 있도록 법 개정 작업이 추진중이다.
문제는 과징금의 용도다. 시장에서는 과징금 중 일부를 이용해 주가조작 제보자 포상금을 지급하거나, 개인 투자자의 피해 보상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미국의 금융 당국이 과징금을 업계 발전 기금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을 벤치마킹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는 불공정 거래자에게 직접 과징금, 즉 민사제재금(civil penalty)을 부과하거나 법원에 신청해 징수할 수 있다.
이 중 약 10%는 주가조작을 제보한 자에게 포상금 재원으로 쓰이기도 하고, 주가조작에 의해 피해를 입은 개인 투자자가 보상을 받기도 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이 시스템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정부 부처 간 이견이 있으면서 수면 위로 오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 금융 당국 vs 예산 당국…주가조작 과징금 동상이몽?=주가조작에 대한 과징금을 기금 형태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아직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붙은 상황은 아니다.
무엇보다 과징금 100%를 정부 예산에 편입하는 제도 하에서 발전 기금은 세수 증대를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과징금 도입도 갈 길이 먼 상황에서 그 같은 논의가 있기는 상당히 이른 편"이라고 말했다.
같은 정부이면서 금융 당국인 금융위원회는 기금 도입을 찬성하는 입장이나 역시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금융위 한 관계자는 "만일 기금이 조성될 경우 운용을 맡겠지만 철저한 감시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부담도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만일 행정 과징금이 도입될 경우 기금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가조작 범죄가 점차 지능적으로 발달하면서 내부자의 정보 제보가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행정 과징금 제도가 도입될 경우 이 중 일부를 포상금 재원이나 피해자 소송비 지원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예산 당국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