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비감사 보수, 감사 보수 금액의 55% 차지
정치권, 회계법인의 비감사 업무 금지 법안 추진
회계법인의 외부감사 외 업무가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저해한다는 논쟁이 세계적으로 일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상장기업의 감사 대비 비감사 업무가 늘면서 보수의 비중이 절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비감사 업무는 재무제표의 대리 작성, 자산 실사 및 가치 평가, 컨설팅 등으로 외부감사의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왔다.
미국은 2001년 에너지회사 엔론(Enron Corporation)의 대규모 회계분식이 드러나며 비감사 업무를 일부 금지하고 있으며, 유럽 국가의 경우 오는 2016년부터 비감사 보수를 감사 보수의 70% 이하로 제한하는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26일 금융감독원은 최근 3년 동안 상장기업의 비감사 용역 보수 현황을 분석해 발표했다. 상장기업 1726개 중 비감사 보수를 지출한 회사는 478개로 전체의 28%에 달했다. 특수목적법인 등 106개는 조사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478개 기업이 비감사 보수로 지출한 금액은 417억원을 기록했다. 감사 보수 금액에 해당하는 862억원의 약 48%이며, 최근 3년 평균은 55%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1년 만에 약 3%포인트 증가했고, 최근 3년 평균인 26%와 비교해 소폭 오른 수준이다.
자산 1조원 이상의 대기업이 최근 3년 동안 지출한 비감사 보수의 비중은 65%로 전체 평균을 크게 상회했다.
반면 한국거래소와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에 동시 상장된 신한지주, 포스코(POSCO), 우리금융, SK텔레콤, KB금융,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최근 3년 평균 비감사 보수 비중이 약 11%로 매우 낮은 편에 속했다.
이는 회사의 내부 감시 기구인 감사위원회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비감사 용역을 받는 것을 엄격하게 견제하고 있기 때문으로 금감원은 분석했다.
박희춘 회계감독1국장은 "국제적인 움직임에 따라가지 못할 경우 우리나라의 감사 품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다"며 "향후 감사 보수와 비감사 보수의 현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회계법인의 경우 4대 대형 법인과 나머지 중소형 법인의 비감사 보수 비중이 비슷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일, 안진, 삼정, 한영 등 4대 대형 법인의 감사 대비 비감사 보수에 따른 수익의 비중은 약 49%이다. 중소형 법인은 43% 수준.
4대 대형 법인이 감사를 수임 중인 상장기업은 전체의 70%에 달한다.
박권추 회계감독1국 팀장은 "2000년대 이후 회계법인의 비감사 보수가 공개되며 규제가 시작됐다. 미국 엔론을 감사한 아서앤더슨(Arthur Andersen)이 내부감사 등 비감사 업무를 수행하면서 독립적 자세의 방해 요소가 되고 유착 관계를 형성해 감사 실패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회계법인의 비감사 업무를 금지하기 위한 법안을 계속해서 추진해왔다.
지난 25일 금융위원회는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 회계법인이 피감법인의 재무제표를 대신 작성해주는 것을 금지시켰다.
또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공인회계사법 개정안을 발의해, 회계법인의 법인세 조정 업무를 제외한 모든 비감사 업무를 금지시키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