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소득, 투자·임금증가 유인…미활용액 10% 세율 과세
기업이 과세방식 선택시 3년 동안 계속 적용
가계소득 증대효과 의문, 기업경영 자유권 침해 논란
정부가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투자와 배당, 임금 분배 등을 통해 가계 소득으로 흐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유인책을 내놨다. 이른바 '기업소득환류세제'로 기업소득이 가계소득 증가로 환류 되는 선순환 구조를 유도하겠다는 복안이다.
정부가 제도에 담은 목적대로 정상가동 될 경우 기업·가계소득 간 격차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함께 연동되는 제도나 다름없는 근로소득 증대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도 실효성을 상실할 수 있다.
과거 시행됐던 사내유보금 과세제도가 갖고 있는 패널티 성격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의 복안은 기업소득을 투자, 임금증가, 배당에 활용하지 않고 유보한다면 법인세 인하혜택 만큼 도로 환수한다는 것이다.
□ 환류세제, 세수입 목표 '제로'…가계소득 증대 '초점' = 6일 발표된 '2014년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법인(중소기업 제외)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 임금증가, 배당 등이 당기 소득의 일정액에 미달(기준미달액)한 경우일 때 적용된다.
세수입 증대 성격이 짙은 제도가 아니라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실제 정부는 근로소득·배당소득 증대세제는 일정 규모의 세수효과를 추정해 내놓은 반면, 환류세제는 세수입 목표를 '제로'로 설정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당기 이익 가운데 투자나 임금증가, 배당에 쓰도록 하고 남은 부분은 적립금으로 쌓을 수 있게 하되, 3년의 유예기간 후 10% 단일세율로 과세하겠다는 방침이다. 사내유보금을 쓰도록 촉진하는 한편 재계와 전문가들이 우려했던 기본 과세방침은 그대로 가져가는 모양새다.
적용대상은 기업은 약 4000개 수준으로, 전체 법인의 약 1% 미만의 수준이라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제도 자체는 내년부터 도입을 목표하고 있지만 법인세 납부 체계 등 여러 요인들을 고려할 때 실질적인 첫 과세 작동시점은 2017년이 될 전망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우리 경제는 저성장 고착화가 우려되고 기업·가계소득 간 격차가 확대되고 있어 새로운 발상과 과감한 정책대응이 필요했다"며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통해 기업소득이 가계소득 증가로 환류 되는 선순환구조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 과세방식, 기업이 직접 선택 = 정부는 기업별·업종별로 투자소요가 다양하다는 점을 감안해 과세방식을 두 가지로 분류하고 과세방식 선택은 기업에게 맡겼다.
기업들이 내년 사업연도에 대한 법인세를 신고(2016년)할 때 과세방식을 선택하도록 하되 선택을 하지 않을 경우 최초 연도 세부담이 적은 방식을 적용하고 미활용액은 발생연도에 즉시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의 투자계획 등을 감안한 A방식은 당기소득(각 사업연도 소득금액에서 이월결손금, 기업소득환류세를 제외한 법인세액, 상법상 이익준비금적립액 등을 차감한 금액)에서 시설투자, 임금증가, 배당, 상생협력기금 출연금 등으로 사용한 금액을 이익의 일정부분(60~80%)에서 제외하고 나머지 이익금에 대해 10%의 세율을 적용해 과세한다.
A방식은 제조업체들의 경우를 상정해 설계된 과세방식.
예를 들어 기업이 3년 간 1000억원의 이익을 내고 시설투자, 임금증가, 배당 등으로 총 500억원을 사용했다고 가정해보자.
정부는 이 기업에 대해 이익의 일정부분(기준율 80% 가정)인 800억원 중 실제로 사용한 500억원을 뺀 300억원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나머지 이익금(300억원)에 대해 10% 과세율을 적용하면 해당 기업은 30억원 가량 세금을 내야한다.
투자, 임금증가 등으로 사용한 금액이 더 크다면, 과세액은 더 줄게 되는 구조다.
B방식은 투자소요가 많지 않은 기업에 초점을 맞췄다. 과세체계는 A방식과 동일하며, 임금증가나 배당으로 사용한 금액을 이익의 일정부분(20~40%) 제외시키도록 했다.
당해연도 기준미달액은 다음 연도 기준초과액에서 공제가 가능하도록 설계하되 미공제 잔액은 과세한다는 방침이다. 역으로 당해연도 기준초과액이 있다면 다음 연도 기준미달액에서 공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당기 소득의 기준율 상한을 규정하고, 구체적 기준율은 시행령에 규정할 계획"이라며 "업계의 투자·임금증가·배당 수준 등을 감안해 기준율을 설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환류세제가 실질적으로 가계에 직접적인 소득 증진으로 이어질지 의문을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기업들의 지분구조를 감안할 때 배당 증가 역시 민간 소비 증대에 끼치는 영향력은 미비할 것이라는 시각이다.
또 환류세제가 기업 경영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지적도 여전히 존재한다.
한편 기재부 관계자는 "앞으로 발생하는 소득의 일정부분 이상 투자·임금증가·배당 등에 사용하는 경우에는 기업 경영에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설계할 계획"이라며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의 선순환을 유도하는 정책이 착실히 시행되면 신규수요 창출로 기업 성장, 재무구조 개선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