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청 "세수 안좋다"-지방국세청 "세수 좋다" 기현상 왜?
경기침체 장기화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대규모 세수결손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정부의 주름살이 깊게 패이고 있지만 정작 일선 현장에서 세수를 걷고 있는 지방국세청들이 체감하고 있는 위기감은 현실과는 다소 동떨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7월 기준 지방국세청들이 징수한 세수실적이 전년보다 나아지는 등 세수결손에 대한 심각한 위기의식이 공유될만한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업무보고 자료에 따르면 올해 국세청 소관 세입예산은 204조9000억원. 이중 7월까지 집계된 세수실적은 119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액수로는 2조7000억원 증가했지만 세수진도율은 3%p나 뒤쳐진 58.2%에 불과했다.
국세청이 밝힌 세수부진의 원인은 경기침체에 따른 법인세수 하락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8일 진행된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세수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았다.
임환수 국세청장은 10월 부가가치세 예정신고 등 신고세수를 극대화하고 현금위주 체납정리 등을 통해 세수를 채우겠다고 대답했지만 의원들로부터 너무 뻔한 대책이라는 핀잔만 들었다.
반면 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6개 지방국세청이 작성해 제출한 업무보고자료에 적힌 세수상황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모 지방국세청장은 "7월말 현재 세수상황이 지난해 대비 양호하다"고 언급하기도 했을 정도다.
□ 우린 괜찮은데?…세수 '미스터리' = 전국 6개 지방국세청들이 7월 말까지 징수한 세수실적은 모두 전년대비 실적이 좋았다. 서울국세청의 경우 37조94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1038억원(3%) 증가했고 중부국세청은 전년 동기 대비 1조9973억원(10.6%) 증가한 20조8838억원의 세수실적을 올렸다.
특히 중부국세청은 소관하고 있는 법인들의 영업이익 증가로 법인세수가 세수실적 향상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법인세 감소가 세수실적 부진의 원인이라고 지목한 본청의 설명과는 영 딴판인 셈이다.
부산국세청(13조3157억, 8.8% 증대)과 대전국세청(8조2146억원, 16.4% 증대), 광주국세청(5조6724억원, 3.5% 증대)도 마찬가지였으며 심지어 6개 지방국세청 중 가장 적은 세원이 척박한 대구국세청도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5.6% 증대된 4조3223억원의 세수실적을 올렸다.
6개 지방국세청이 징수한 세수 총액은 90조3581억. 본청이 취합한 소관 세수실적(119조2000억원)에는 지방국세청을 거치지 않고 관세청을 통해 곧바로 국세청 소관세입으로 잡히는 수입분 부가가치세 등이 포함된다.
결과적으로 환율 변동 등의 여파로 수입분 부가가치세수의 부진이 전체적인 국세청 소관 세수가 부진으로 연결됐다는 설명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숨어있다.
그 맹점이 일종의 '착시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 세수진도율 나오지 않는 지방국세청, 현실과 '괴리' = 세수실적을 바라보는 본청과 지방국세청간 인식의 차이는 잘못된 세수실적 집계방식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경기침체 여파로 세수여건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최근 집계된 8월 현재 내국세수입은 지난해 동기 대비 오히려 3000억원이 쪼그라든 136조6000억원, 세수진도율은 4.5%p 폭락한 63.1%에 머물렀다.
본청의 경우 소관 세입예산(목표세수)와 실제 세수실적을 기준으로 '세수진도율'을 뽑아내지만 지방국세청의 경우 단순히 지난해 실적과 올해 실적을 비교하는 방식을 쓰다보니 마치 세수가 잘 걷히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본청과 지방국세청이 세수 문제를 놓고 위기의식을 공유할 수 없는 형편인 것이다.
일선 세무서별로 비공식적인 목표세수를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과 같은 경제여건상 목표세수를 채우기 위해 무리한 징세활동을 할 수 없어 사실상 '식물화' 되어 있다는 것이 정설.
일선의 한 세무서장은 이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각 세무서별로 목표세수를 정해놓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이를 맞추기도 어렵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국세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세수확보책은 현금위주 체납정리 등밖에 뾰족한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에 국세청 안팎에서는 지방국세청도 국세청 소관 세입예산을 토대로 도출된 목표세수를 정하고, 시시각각 목표세수 대비 진도율을 파악하는 등 세수관리에 현실성을 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도 최근 지방국세청 국정감사에 출석, "지방국세청들이 왜 목표(세수)를 정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목표를 정하면 지방국세청들이 목표치를 채우려 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이해하지만 목표치가 있어야 진도비가 나오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 다른 일선의 한 세무서장도 "세수여건이 악화됐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지만 진도비 등 스트레스를 느낄만한 수치가 없어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국가적으로 세수문제가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개선의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