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들이 정부의 요금 인하 및 보조금 인상 생색내기에 적극(?) 동참해 이름만 다른 요금제와 차이 없는 보조금 인상, 그리고 출고가 인하를 발표했지만 실제 내용은 '시간을 끌면서 버티기'라는 지적이다.
우선 통신사 맏형격인 SK텔레콤은 지난 23일 ‘업계최초 가입비 전격 폐지, 다양한 고객혜택 강화’ 등의 수식어를 써가며 1만1880원이던 가입비를 폐지하고 갤럭시 노트4 지원금을 최대 22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갤럭시S5광대역 LTE-A, G3 Cat6 등 5종의 보조금도 5만원에서 8만원 정도 인상하고 갤럭시S4 등 3종의 단말기에 대한 출고가를 5만원에서 7만원 가량 인하한다고 덧붙였다.
SK텔레콤은 또 신규가입·기기변경 이후 180일간 동일요금제를 유지할 경우 이후 요금제를 변경해도 할인반환금을 면제하는 ‘프리미엄패스’를 도입했다. 즉 약정 할인에 대한 위약금을 받지 않겠다는 것이다.
KT 역시 ‘순액요금제’를 내 놓으면서 모두다 올레10 요금제 가입시 갤럭시노트4, 갤럭시 S5, LG전자 G3, 애플 아이폰5S 등 4종에 대해 ‘완전무한 129 요금제’ 가입조건인 경우 30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또 삼성전자 갤럭시S5 광대역 LTE-A, LG전자 G3 CAT, 갤럭시 그랜드2와 G3 BEAT 등 KT가 취급하는 단말기에 대해 보조금을 5만원에서 10만원을 올려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KT가 내놓은 ‘순액요금제’란 2년 약정 조건으로 가입할 경우 매달 일정부분(완전무한 67요금제의 경우 매월 1만6000원 할인) 요금을 할인해 주던 것을 할인대신 기본료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 또한 갤럭시노트4 등 최신 기종들에 대해 보조금을 5만원에서 10만원 가량 상향하고 갤럭시S4 및 G3비트 등의 단말기 출고가를 5만5000원에서 7만원 인하했다.
사용자가 휴대하고 있는 중고폰 보상금에 새로 구입하는 단말기를 18개월 후의 중고 단말기 가격을 더해 할인해 주돼 반납하지 않을 경우 가입시 보상 금액을 12개월 분납하는 ‘0클럽’제도를 도입했다. 단 아이폰6 및 아이폰6플러스에만 적용된다.
이와 함께 12개월 이상 사용 고객의 누적 요금 합계가 70만원 이상인 경우 쓰던 단말기를 반납하면 약정 기간을 채우지 않았더라도 잔여할부금과 단말기 보조금을 면제해 주는 U클럽도 도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과 대리점 관계자들은 별 혜택도 없는 것을 대단한 혜택이나 주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일산에서 대리점을 운영 중인 박모(일산, 38세 남)씨는 “법 시행 이전에 가입비 내는 가입자는 거의 없었고 프리미엄패스 역시 약정기간 내에 해지해야만 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의미 없다”고 말했다.
또한 “순액요금제도 2년 이상 약정을 해야만 단말기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2년 약정 없이도 약정할인 요금을 면제 받는 것이 무슨 혜택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단말기 출고가 인하에 대해서도 신촌에서 만난 대학생 신모(22세 여)씨는 친구의 사례를 들며 “어이없는 생색내기”라고 주장했다.
그는 “같은 학과 친구는 단통법 시행 전 ‘LG G3 비트’를 보조금을 제외하고도 30만원을 되돌려 받는 조건으로 KT완전 무한 67요금제로 구입했다”며 “지금은 같은 요금제에서 21만9000원을 더 내게 되어 최소한 50만원 이상 비싸졌다”고 말했다.
한편 통신사와 제조사, 그리고 정부 당국이 국민들의 불평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식 밀어붙이기를 계속하고 있는 이유는 ‘버티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23일 복수의 통신사 관계자들은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를 찾아갈 것으로 믿는다”면서 “통신사들의 5:3:2 구조가 쉽게 깨질 수 없는 환경에서 정부가 경쟁을 막는데 굳이 치고나갈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또한 “단말기를 팔아 남기는 이윤이 거의 없어 마케팅비 절약 분만큼 이익이 늘어나는데 싫어할 통신사가 있겠느냐”며 “일정시기가 지나 제도가 자리 잡으면 막대한 마케팅비를 쏟아 붓지 않아도 되는 시점이 오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러한 인식은 제조사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일부 제조사와는 차이가 있겠지만 삼성전자의 경우 전체 휴대폰 판매량의 3%~5%가 국내 수요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수요는 회복되고 결국 지원금이 줄어들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또한 상황인식은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소비자들의 불만이 폭발하는 데도 근본적인 해법은 제시하지 않고 이통사나 제조사 관계자들을 불러 “무조건 내리라”는 겁주기만 계속하고 있다.
단통법 대란의 주범은 미래부를 포함한 정부와 면밀한 검토도 없이 정부말만 믿고 법을 통과시킨 국회의 책임이다. 취지와 다르게 불편과 불만만 키우는 불합리한 법을 버티기로 지키기 보다는 이제라도 폐지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시민단체들의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