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라는 회사가 있다고 가정합시다. 이 회사는 실제로는 1000만원 어치의 물건을 팔았지만 장부상에는 900만원 어치만 팔았다고 적혀 있습니다. 100만원의 돈의 행방은 묘연한 상태입니다.
만약에 과세관청이 이를 발견했다면 어떻게 될까요?
과세관청은 이런 경우 이 100만원이 회사 대표에게 상여금, 쉽게 말하면 '보너스'로 지급됐다고 보고 100만원을 대표의 소득에 합산해 종합소득세를 물립니다. 이를 세법에서는 '대표자 인정상여'라고 합니다.
사실 100만원이 대표에게 상여로 지급됐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사회통념상 이 100만원은 대표가 아니면 그 행방을 좌우하기 힘든 것이기에 대표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이를 상여로 '인정'하자고 해서 '인정상여'라고 하고, 그 대상이 '대표자'이기 때문에 '대표자 인정상여'라고 합니다.
최근 조세심판원은 '대표자 인정상여'에 대해 받아들이지 못한 한 회사 대표에 대한 결정을 내놨는데요. 심판원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 "난 대표가 아냐" vs "그래도 당신 책임" = 2011년, 2012년도 법인세를 내지 않은 A법인. 과세관청은 A법인이 내지 않은 법인세를 추계결정하면서 장부상 비는 금액을 발견했고, 이를 A법인의 대표이사인 B씨에 대한 '인정상여'로 처리해 종합소득세를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B씨는 펄쩍 뛰었습니다. 자신은 단지 명의만 빌려줬을 뿐이라며 과세관청의 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는데요. 과세관청의 종합소득세 부과를 받아들이지 못한 B씨는 결국 조세심판원을 통해 불복신청을 했습니다.
B씨는 자신이 비록 A법인의 법인등기부상 대표이사로 등재되어있지만 이름을 빌려줬을 뿐 실질적으로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B씨는 "페인트 재료 도소매업을 운영하는 C씨로부터 명의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인정상 거절하지 못해 명의를 빌려줬을 뿐"이라며 "법인을 설립할 때도 지분 30%를 인수한 것처럼 했으나 실제로는 C씨가 출자한 것이고 실제로 경영한 것도 C씨"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법인의 소득처분시 귀속이 불분명한 경우 대표자에게 상여로 소득처분을 하더라도 그 대상이 되는 대표자는 제한적으로 엄격히 해석해야 한다"며 "비록 법인등기부에 대표자로 등재되어있다고 해도 법인을 실질적으로 운영한 사실이 없고 실질적인 대표자가 따로 있어 그가 운영했다면 법인등기부상 대표에게 소득처분을 해 종합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항변했습니다.
그밖에 B씨는 과세관청이 B씨에게 부과하는 종합소득세의 과세표준 및 세액을 경정하면서 장부나 그밖의 증명서류에 근거했는지도 불명확하고 납세고지서에 세액산출 근거를 적지도 않았다며 위법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현행 법인세법상 귀속이 불분명한 금액은 대표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고, B씨가 대표자가 아니라고 볼 객관적인 증거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과세관청은 "현행 법인세법상 익금에 산입한 금액 중 사외유출된 것이 분명하지만 귀속이 불분명한 금액은 대표자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법인세법상 대표자 인정상여는 대표자에게 소득이 발생했다는 사실때문이 아니라 세법상 부당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일정 조건 하에 무조건 대표자에 대한 상여로 간주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대표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객관적인 증빙이나 법원의 판결에 의해 입증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법인등기부상 대표자를 그 법인의 대표자로 본다"며 "B씨는 자신이 대표자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A법인의 실제 대표자가 누구고, 자신이 대표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객관적 증빙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B씨는 2013년에 과세관청을 방문해 자신이 직접 A법인의 폐업신청을 한 바 있다"며 "이는 B씨와 A법인간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인정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종합소득세의 산출 근거가 미비하다는 B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현행 법인세법에 따르면 증빙서류가 없거나 중요한 부분이 미비, 허위이면 추계결정을 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며 "A법인은 이미 폐업해 장부나 증빙서류에 의해 소득금액을 산출할 수 없어 추계결정을 해 법인세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 심판원 "책임은 B씨에게 있다" = B씨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심판원은 B씨에게 적용된 대표자 인정상여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B씨가 법인의 대표자가 아니라는 실질적이고 객관적인 증빙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심판원은 "B씨는 2011년 7월5일 A법인의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2013년 3월15일 사임한 사실이 등기부등본에 의해 확인된다. 그뿐만 아니라 주주명부상에도 지분 30%를 보유한 주주로 등재되어 있고, 발기인총회의사록에 B씨가 발기인으로 참가하고 있다"며 "B씨가 A법인의 대표자가 아니라고 인정할만한 객관적인 증빙자료가 제시되지 않고 있어 B씨를 대표자로 봐 종합소득세를 과세한 처분에는 잘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과세 증빙서류가 미비하고 추계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현행 법인세법상 소득금액을 계산할 때 필요한 장부나 증빙서류가 없는 경우 추계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과세관청은 A법인에 대한 세금을 추계한 뒤 수차례에 걸쳐 A법인에게 과세예고를 해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심판원은 "이러한 이유를 종합했을 때 과세관청이 B씨를 대표자로 보고 종합소득세를 과세한 것이 부당하며 납세고지서에 세액산출근거를 제대로 기재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B씨의 청구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못박았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4부43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