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5일 수석 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오른쪽 두번째)과 맞은 편에 앉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사진 = 청와대)
청와대 권력투쟁에서 비롯된 국정농단 의혹은 한 달 이상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음에도 전날(5일) 검찰의 수사 중간발표에 따라 전직 비서관과 행정관의 '자작극'으로 허무하게 마무리되는 수순에 접어들었다.
박근혜 정부 최대의 위기를 불러온 '정윤회 문건' 파문의 책임은 오로지 두 명의 '일탈행위자'들에게 전가됐다. 하지만 이 파문이 청와대 내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논란의 핵심 당사자들에 대한 책임 역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른바 '십상시', '환관정치'라고 비난을 받았던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 안봉근 제2부석비서관)이 사전에 이 문건의 존재를 인지했음에도 제대로 대처를 하지 못하고 사태를 키워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 '김기춘-문고리 3인방 인책론', 朴 대통령 '마이웨이' = 국정농단 의혹이 검찰수사에서 제대로 밝혀지지 않아 국민적 불신이 크다는 점도 청와대 인책론을 키우고 있다. 때문에 이들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신뢰'를 인정한다 해도 이들을 다 품고 가기엔 앞으로의 국정운영에서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의 '결단'이다. 하지만 스스로 이 문건을 '찌라시'로 규정한데다 그에 걸 맞는(?) 검찰 수사결과까지 나오면서 인적 쇄신은 더 난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전망은 6일 청와대가 검찰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몇 사람이 개인적 사심으로 인해 나라를 뒤흔든 있을 수 없는 일을 한 것이 밝혀졌다"고 평가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윤두현 홍보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발표한 수사결과에 대해 "늦었지만 다행으로 보고, (문건) 보도 전에 한 번의 사실 확인 과정만 거쳤어도 이런 일이 없었을 텐데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특히 앞서 김기춘 비서실장이 지난 2일 시무식에서 '불충'을 언급, 공직기강 확립을 강조한 것과 관련, 이례적으로 시무식 발언이 공개된 점을 들어 박 대통령이 김 비서실장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신임'을 보여준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 청와대 '인책' 없이 국정운영? = 하지만 국정농단 의혹의 당사자들을 그대로 놔둔 채 국정 운영을 하는 것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 내에서도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당 중진의원은 "논란이 됐던 사람들 중에서 한명이라도 대통령을 생각해 스스로 물러나주는 게 좋을 것"이라며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 해도 논란을 크게 일으킨 점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대통령을 위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또 다른 여당 관계자는 문고리 3인방의 인책론에 대해 "정치인이 될 때부터 함께 해온 사람들이고 의지를 많이 했기 때문에 이들 없이는 솔직히 업무가 안 될 수도 있다"며 "한마디로 이들을 빼고 같이 일할 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민정라인의 대대적인 교체가 필요하지만 잘 될지 의문"이라며 "특히 문고리 3인방에 대한 교체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문책이 이뤄지지 않으면 국정난맥상이 풀리지 않은 채 앞으로 3년 내내 국정운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野, 운영위 '김기춘-문고리3인방' 출석 촉구…특검 압박 = 한편, 야당은 검찰 수사가 '가이드라인'에 맞춰진 수사라고 규정, 특별검사 도입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오는 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김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의 출석을 촉구하고 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실망스러운 내용"이라면서 "이제는 국민의 명령에 따라 국회가 특검을 만들어야 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안규백 원내수석부대표는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고사성어를 언급하면서 "태산이 시끄러운데 그 장본인은 쥐였다는 말이다. 이런 수사결과를 어떤 국민이 납득하고 이해할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청와대 비서실장과 민정수석, '문고리 3인방'이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 '비선실세 국정농단 진상조사단' 단장인 박범계 의원과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 야당 의원들도 이날 연이어 기자회견을 열어 거듭 특검 필요성을 역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