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급액 '4천억+a'…하반기 희망퇴직자 위로금 활용 전망
수 년 동안 진행한 국세청과의 조세소송에서 KO승을 이끌어낸 국민은행이 추징됐던 세금 이상의 돈을 돌려받게 될 전망이다. 하반기 단행을 계획하고 있는 대규모 구조조정(희망퇴직)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15일 국민은행이 국세청을 상대로 제기한 4121억원 규모의 법인세 취소 소송에서 국민은행의 최종 승소를 판결했다.
국세청은 지난 2007년 국민은행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 법인세와 농어촌특별세 등을 합쳐 4420억원을 추징했다. 이중 국민은행은 지난 2003년 국민카드 합병 과정에서 대손충당금을 과도하게 쌓아 실적을 축소했다며 국세청이 부과한 4121억원의 세액에 대해 조세심판원을 거쳐 지난 2010년 소송을 제기했다.
표면적으로 승소한 금액은 4121억원이지만, 소송 전후 국세청이 1500억원 가량의 세액을 감액하면서 실제 소가(訴價)는 법인세 등 본세 2500억원, 가산세 1000억원 등 3500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 최종 판결에 따라 이 돈에 환불이자 개념인 국세환급가산금 등이 붙어 4000억원을 상회하는 돈을 국가로부터 돌려받을 전망이다. 중간 감액세액 등을 감안할 때 애초 국세청이 추징한 세액을 크게 초과하는 '대박'을 터뜨린 것이나 다름없다.
□ 지루한 소송전 끝 '돈벼락' 맞은 국민은행 = 국민은행이 세금을 환급받을 경우 실적이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환급세액을 4000억원으로 추산해도 국민은행 분기 당기순이익의 절반에 가까운 액수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9047억원을 기록했다
국민은행 당기순이익은 2011년 2조465억원, 2012년 1조4162억원, 지난 2013년 8197억원으로 계속해서 줄고 있다. 돌려받은 환급세액은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에 포함된다.
돈벼락도 돈벼락이지만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겸 국민은행장도 이번 소송전 승소에 최대 수혜자가 됐다. KB금융은 지난해 전임 경영진의 내분 사태로 크게 휘청였지만, LIG손해보험 인수에 이어 수년을 끌어온 법인세 소송까지 깨끗하게 해결된 덕분이다.
특히 윤 회장은 세무조사 추징액이 통보될 당시 부행장으로 재직하며 이 문제로 '감봉 3개월'의 중징계를 받고 쓸쓸히 국민은행을 떠난 바 있다. 이 징계 이력은 지난해 KB금융 회장 선출 과정에서 윤 회장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기도 했다.
□ 환급세액, '구조조정' 실탄으로 활용될 듯 = 올해 대형 시중은행들은 줄줄이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다. 은행업 환경이 악화되고 수익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하반기 일정 규모의 구조조정(희망퇴직) 단행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각지도 못한(?) 거액의 돈이 생기면서 희망퇴직자들에게 건넬 위로금을 충당하고도 남을 충분한 실탄을 확보했다는 분석이 금융권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올해 신한은행이 계획 중인 구조조정 규모와 유사하거나 환급금 수령에 따른 실적 향상의 영향으로 이를 능가하는 수준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은 올해 150명 안팎의 희망퇴직을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희망퇴직자들에게 최대 3년치 월급, 약 3억원 이상을 위로금으로 지급할 방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6월 650명의 희망퇴직을 실시, 1인당 3억7000만원을 지급했다. 은행권의 평균 희망퇴직금과 비교할 때 2배 높은 수준이었다. 근속 연수에 따라 7억~8억원의 희망퇴직금을 받은 사례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희망퇴직을 실시하면 위로금 지급으로 인해 일시 비용이 증가한다. (국민은행의 경우)당장 당기순이익에 마이너스인데 이를 해결했으니 희망퇴직을 마음놓고 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KB금융 관계자는 "희망퇴직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며 "노사 합의 이후 희망퇴직 관련 TFT가 운영 중이나 희망퇴직을 할 지 하지 않을 지 결정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