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8정도(八正道)의 참뜻
젊은 날 내가 수행의 한 시기를 보냈던 송광사. 조계산의 품안에 자리 잡은 수행도량에도 어김없이 무더위가 찾아오곤 했다. 초여름 석탄일을 보내고 시작됐던 하안거. 그 하안거를 송광사에서 지내면서 더위를 잊고 정진했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때 송광사는 과거의 대찰 모습을 찾기 위해 각종 불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오래된 건물을 고치고 새로운 사찰 건물을 짓기 위해 노력하면서 천일기도를 정진, 관음전에서 3년에 가깝게 매일 예배를 올렸다.
지금은 이름을 기억할 수 없지만 두꺼운 안경을 쓴 학과 같은 모습을 한 스님이었는데, 입산한 지 10년이 넘도록 산문 밖을 나가지 않았다는 수행의 집념이 높은 스님이었다. 그러나 많은 선방수좌들과 학승들은 관음전 스님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사찰의 최고 어른인 방장스님은 가사장삼을 입고 한 번씩 내려오는 날, 그 스님과 마주치면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큰 절을 공손하게 드리곤 했다.
당시 나는 왜 방장스님이 서열이 낮은 천일기도 주재 스님에게 큰 절을 올리고 두 손을 모으고 하는 것일까 의아한 마음을 가졌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방장스님의 그런 행동의 이유는 물리적이고 눈에 보이는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관음전 스님은 당시 기도를 진행하면서 많은 영혼들의 선한 도움을 받고 있었던 것 같다. 전생에 죄를 짓고 구천을 떠도는 영혼, 억울하고 이루지 못한 전생의 업을 등에 지고 황천에 가지 못했던 영혼들이 그 스님을 통해 선한 업을 보상받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작용하고 있었다. 방장스님께서 관음전 천일기도 스님께 큰 절을 하며 공손히 모신 것도 당시 기도처를 중심으로 현생의 선한 업을 구축하려는 영혼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인간은 누구나 선조들의 영혼,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자신과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영혼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한 인간의 삶은 결코 자신의 독단적인 삶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나를 통해 새로운 업을 짓고 영혼의 안식을 가지려는 조상들의 뜻과 또한 개인을 통해 인간 세상에 선한 일을 행하고자 하는 주인 없는 영혼들이 부단히 나의 영적인 세계와 교감하고 있다.
우리들 스스로가 평소 바른 생각(정사), 바른 말(정언), 바른 뜻(정의) 등 정도를 지켜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바른 생각을 가지고 바르게 사는 사람은 반드시 그 선한 업에 대한 보상을 받고 그 자신의 존재가 끝난 뒤에도 보이지 않는 영혼의 세계를 통해서 평화와 안식을 가질 수 있다. 세상은 그만큼 공평한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