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흘 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됐다.<사진은 '제20회 BIFF' 공식 포스터>
소피 마르소·탕웨이 등 ★들 잔치 빛내
지난 1일 화려한 막을 올린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0일 폐막작 '산이 울다'를 끝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열흘 간 22만 7377명의 관객이 BIFF를 찾는 역대 최다 스코어를 기록하며 이름값을 했다.
아시아 최고 영화제를 넘어 세계가 집중하는 영화제로 성장한 이번 BIFF는 부산국제영화제 고유의 정신과 정체성을 강조하는 내실있는 프로그램과 행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불어 BIFF는 한국영화회고전, 아시아영화 100 등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영화의 가치를 재평가하는 프로그램으로 국내외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시아영화의 허브'로서 영화제의 위상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킨 것.
또 관객과의 대화(GV), 무대인사, 다양한 주제의 컨퍼런스와 포럼 등을 통해 관객과 영화인들이 함께 호흡하고 담론의 장을 확장하는 영화제로 거듭났다. 마스터클래스, 핸드프린팅, 특별토크, 오픈토크, 야외무대인사, 아주담담, 야외무대공연, GV 등이 역대 최다 회수로 진행됐다.
한편 아시아 신인 감독 발굴을 위한 경쟁부문 '뉴 커런츠상'은 이란의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아야즈의 통곡'과 카자흐스탄 예를란 누르무캄베토프 감독의 '호두나무'가 수상했다. 모하게흐 감독은 해당 작품으로 국제영화평론가협회(FIPRESCI) 상까지 받았다.
실비아 창 뉴커런츠 부문 심사위원장은 "뉴 커런츠 상영 작품들에 큰 감명을 받았다. 특히 수상작들은 작품성이 아주 뛰어나다. 고도화된 전략, 기법을 추구하는 요즘 영화와 달리 단순해서 좋았다. 영화 본질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다"고 총평했다.
비프메세나상은 강석필 감독의 '소년, 달리다', 중국 예윈 감독의 '마주 보다'에게 돌아갔다. 선재상은 이은정 감독의 '치욕일기'와 대만 라우 켁 홧 감독의 '가정부 니아'가 받았다.
조직위는 아시아필름 시장의 성과에 대해 "여러 가지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새롭게 시작한 엔터테인먼트 지적재산권(E-IP) 마켓과 아시아캐스팅마켓 등이 기대 이상의 성과와 호응을 이끌어 내 엔터테인먼트 토탈 마켓으로서의 미래상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의 메카 충무로가 아닌 곳에서 열리는 국제영화제라 기대 반, 우려 반의 시선을 받으며 1996년 출범했던 BIFF는 상영작수와 관객들이 늘어나면서 가파르게 성장했다. 이후 부산은 '영화의 도시'라는 타이틀도 얻었고 부천, 전주, 광주 등에서 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제20회 BIFF도 시작 전부터 영화 팬들을 들끓게 만들었다. 개막작 '주바안'은 예매시작 1분 31초 만에, 폐막작 '산이 울다'는 2분 53초 만에 입장권이 매진됐다.
팬들은 '라붐'으로 전 세계적 스타 반열에 오른 소피 마르소를 비롯해 '설국열차'에 출연했던 할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 '피아노'·'저수지의 개들'·'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등에서 활약한 하비 케이틀의 참가에 환호했다.
김태용 감독과의 결혼으로 많은 국내 팬을 확보한 중국 여배우 탕웨이와 대만 인기 배우 진백림은 물론 국내 톱스타인 박중훈, 문소리, 이정재, 유아인 등의 참석도 화제를 모았다.
◆프랑스 대표 청춘 아이콘 소피 마르소(왼쪽)와 중국 여신 탕웨이가 BIFF를 더욱 풍성하게 장식했다.<사진은 '섹스 러브 앤 테라피'·'만추' 스틸컷>
화제의 개막·폐막작, 예매 1~2분 만에 매진 기록
이번 BIFF 개막식에서는 배우 송강호와 아프가니스탄 여배우 마리나 골바하리가 사회를 맡았다. 개막작으로는 인도에서 능력 있는 독립영화제 작가로 주목받은 모제즈 싱 감독의 데뷔작 '주바안'이 걸렸다.
'주바안'은 가난한 집안에서 자라나 성공을 꿈꾸며 대도시로 올라온 딜셰르가 온갖 역경을 겪다가 아버지와 음악을 통해 삶의 소중한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이 그려져 관객들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신인 감독 모제스 싱의 데뷔작인 '주바안'은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제20회 BIFF 개막작으로 당당히 선정됐다.<사진은 '주바안' 스틸컷>
지난 10일 오후 영화의 전당에서 치러진 폐막식은 '신세계'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박성웅과 중국 내 최고의 한류스타로 떠오른 추자현의 사회로 진행됐다.
폐막작인 래리 양 감독의 '산이 울다'는 소설가 거쉬핑의 2005년 루쉰문학상 수상작인 동명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 사실주의적인 연출 스타일과 뛰어난 촬영 등이 아름답게 어우러졌다는 평을 받았다.
김지석 BIFF 수석프로그래머는 "래리 양 감독과 주연배우 랑유에팅, 왕즈이 모두가 이 작품을 통해 도약의 기회를 잡을 것"이라며 "관객들의 마음도 사로잡을 전망"이라고 확신한 바 있다.
◆BIFF서 처음 선보인 폐막작 '산이 울다'는 전 세계 평론가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사진은 '산이 울다' 스틸컷>
75개국 초청작만 304편 줄이어
20회 BIFF는 75개국 304편의 초청작과 월드·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21편 등 다양한 장·단편 영화의 경연장이었다. 동시대 거장 감독들의 품격이 느껴지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에는 모두 6편의 작품이 내걸렸다.
대만을 대표하는 감독 허우 샤오시엔은 이번에 '자객 섭은낭'으로 연기파 배우 장첸과 함께 부산을 찾았다. 허우 샤오시엔 감독은 2001년부터 4차례 이상 수상자 혹은 심사위원 등으로 BIFF와 인연을 맺었으며 8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자객 섭은낭'으로 올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했다.
주로 멜로·로맨스·드라마 등을 밀도있게 다뤘던 허우 샤오시엔 감독의 첫 무협 작품인 '자객 섭은낭'은 버라이어티, 가디언, 타임 등 서방 언론들로부터 "아름답고 매혹적인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밖에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 지아 장 커 감독의 '산하고인' 등 칸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작과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비거 스플래쉬'(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 클로드 를루슈 감독의 '(신)남과 여'가 '갈라 프레젠테이션' 섹션에서 선보였다.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 요쿠-토두와 화이 픽쳐스, BIFF가 공동 기획한 '컬러 오브 아시아-마스터스'도 같은 섹션에서 관객을 맞이했다. 이는 임상수 감독 등 아시아 거장 4명의 독특한 단편영화로 구성됐으며 짧지만 묵직한 메시지가 함축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