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영화를 대표하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더 랍스터'. 이 작품은 제20회 BIFF에서 예매 시작 3분 만에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사진은 '더 랍스터' 스틸컷>
'오후' 등 아시아 영화 흐름 한눈에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과 '뉴 커런츠' 부문은 아시아 영화의 흐름을 가장 폭넓고 심도 있게 파악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이다. 특히 차이밍량 감독의 '오후'와 조코 안와르 감독의 '내 마음의 복제'가 큰 주목을 받았다.
'오후'는 감독 자신과 배우 리캉셍 두 사람의 긴 대화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감독과 배우로서의 고뇌를 드러내고 있어 영화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함께 읽을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의 정치권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스릴러 '내 마음의 복제'는 현대사회의 축소판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는 입소문을 탔다.
'월드시네마' 섹션은 비아시아권 거장과 중견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 전체 50편 가운데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자크 오디아르의 '디판'과 그리스 작가 영화의 저력을 대표하는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더 랍스터'가 눈길을 끌었다.
칸이 선택한 영화 '디판'은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화두인 유럽 난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화제작. 프랑스로 망명하기 위해 신분을 위조하여 가짜 가족이 된 두 남녀와 한 소녀의 이야기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중성적 외모와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파리지앵의 동경의 대상으로 떠오른 레아 세이두. 그녀는 '더 랍스터'에서 처음으로 악역을 소화했다.<사진은 '더 랍스터' 스틸컷>
한국 걸작 회고전·佛 특별전 주목
대중적인 라인업으로 관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오픈 시네마' 부문에는 이탈리아의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과 국내 작품 '돌연변이' 등이 포함됐다.
2015년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작인 '당신을 기다리는 시간'은 현재 이탈리아의 미래라고 평가 받는 차세대 감독인 피에로 메시나의 영화다. 직접 부산을 찾은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이탈리아 영화의 저력을 보여줬다.
충무로가 기대하는 신예 권오광 감독의 '돌연변이'는 최근 열린 제40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독특한 소재와 흥미진진한 캐릭터가 담긴 '돌연변이'는 혁신적이고 새로운 시도와 탄탄한 구성으로 토론토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9년 연속 매진을 기록했던 '미드나잇 패션' 부문은 이번에 12편으로 구성됐다.
이 중 드류 홀 감독의 영화 '컨버전스'는 화려한 캐스팅이나 많은 예산을 들여 제작한 작품은 아니지만 흥미로운 스토리와 독특한 연출로 주목받았다.
인기만화를 각색한 '라이치 히카리 클럽'은 10대 소년들의 애증과 배신의 이야기를 퇴폐적인 시선으로 그려내 많은 시선을 모았다.
◆…BIFF 한국영화 회고전에 내걸린 '장군의 수염'은 '하녀'로 스타덤에 올랐던 이은심의 남편 故 이성구 감독의 작품이다.<사진은 '장군의 수염' 스틸컷>
이외에도 전통 영화 강국 프랑스 영화 10편이 특별전으로 소개됐으며 '비무장지대', '나무들 비탈에 서다', '현금은 내 것이다' 등 1960년대 숨은 걸작 8편이 '한국영화 회고전'을 통해 스크린에 부활했다.
지난 3일 1960년 '하녀'의 주연 배우 이은심이 33년 만에 고국을 찾아 고인이 된 남편 '장군의 수염'의 이성구 감독을 대신해 디렉터스 체어상을 받았던 것도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이은심은 이성구 감독과 결혼한 뒤 1982년 브라질로 이민했다.
한편 10일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에서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마무리하는 결산 기자회견이 열렸다. 회견장에는 공동집행위원장 강수연, 이용관, 실비아 창 뉴 커런츠 상 심사위원, 도리스 헤그너 비프메세나상 심사위원, 스와 노부히로 선재상 심사위원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강수연은 "지난 1일 개막을 시작으로 오늘(10일) 폐막까지 숨 가쁘게 달려왔다.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면서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장 큰 주인공은 관객이 아닌가 싶다. 영화제를 운영하면서 해외 게스트들이 가장 놀라는 점이 관객들의 층이 젊고, 열정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우리 관객들의 수준이 올라가 있다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