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신용 불량의 과보
지난 주 12일 2016년 대학수능시험이 있었다. 모든 시험이 다 그렇듯이 출제위원은 문제 중간 즈음에 어려운 문제를 내어 학생들의 발목을 잡는다. 이때 공부가 덜 된 학생들은 마음 조절에 실패하여 한두 문제에 집착해 눈물을 쏟는 경우가 있다.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는 사람을 만날 때면 마치 시험 문제 몇 개에 발목 잡힌 수험생들이 생각날 때가 있다.
신용불량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사회의 전문직 종사자까지 신용불량이 되는 이면에는 불경기 탓도 있지만 재테크도 한몫을 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에서 신용불량자 선고는 매우 치명적이다. 신용불량자는 그야말로 숨 쉬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미국인들은 신용관리에 참 민감하다. 그런데 우리 주변에는 신용불량자들이 많다. 한 번씩 특단의 조치로 구제되다보니 이제는 신용 불감증이 만연하게 된 것 같다.
신용불량자들은 법적, 사회적인 제재를 가장 두려워하지만, 영적인 제재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남에게 고통을 주는 등 여러 가지 죄를 짓는 한편으로 자신에게 짓는 죄과가 상당히 크기 때문이다. 신용불량자들의 두드러진 특징은 항상 너무나 바쁜 나머지 자신을 되돌아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바쁜 사람들은 구명시식 요청을 하면서도 비용만 내고 대신 해달라는 요청을 많이 한다. 물론 본인이 참석 안 해도 가능은 하다. 그러나 화장실 가는 것과 잠자는 것을 남이 대신할 수 없듯이 그 시간만큼은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만들어야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바삐 산다는 것은 지금 보기에는 자신을 위해 사는 것 같아도 종국에는 남의 인생을 사는 것이다. 그리고 약속을 하면서도 ‘10분쯤은 늦어도 괜찮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가짐을 가진 사람은 신용 불량자가 될 확률이 높다. 도움이 절실한데도 약속에 잦은 지각을 한다면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
시간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돈을 대하는 마음을 알 수 있다. 시간과 돈에 대한 신용 또한 마찬가지. 숨을 쉴 틈도 없는 바쁜 마음은 죽은 마음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마음이 언제나 과거의 빚과 미래의 일에 허덕이니 현재에 머물러 참된 자신으로 살아갈 기회를 스스로 버리게 된다. 그것은 영적으로 스스로에 대한 신용 불량이 되는 것이다.
요즘은 외부에 의존해 돈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 그들을 유혹하는 대출 광고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온다. 옛말에 ‘친절한 사람은 강도보다 더 무섭다’고 했다. 친절한 타인에게 천금 같은 인생을 떠맡기기에 앞서, 자신의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스스로에 대한 실망감을 벗기고 영적 신용을 회복해줄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본인뿐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