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국회 마지막 날, 與野 쟁점법안 '첩첩산중'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경제활성화-노동개혁 관련 5대 법안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이 거듭되면서 향후 임시국회 처리에 난항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7일 새누리당 지도부만 청와대로 불러 쟁점법안 처리를 압박하고 나아가 전날(8일) 국무회의에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반대하는 야당을 향해 참여정부의 의료서비스시장 개방 추진을 지적하며 야당의 반대가 '순수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거세게 반발하며 '야당 무시'라고 규정하고 관련 법안 저지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재확인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9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젊은이들 일자리, 경제성장의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기업활력제고법은 저유가 경제침체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는 조선과 철강, 석유화학 주력사업의 신속한 사업재편을 위한 것"이라며 "통과가 지연되면 중견 기업까지 모두 어려워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김 대표는 노동5법과 관련, 새정치연합이 '노동개악'이라고 반대하는 기간제법과 파견제법을 제외한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부터 처리하자고 제안한 것에 "노동개혁5법의 분리처리는 생각할 수 없다. 노동개혁법안들은 패키지법안"이라고 거부했다.

김 대표는 "노동개혁5법을 모두 테이블에 올려놓고 논의한다는 것이 양당의 합의내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간제법은 비정규직고용안전법, 파견법은 중장년 일자리창출법으로 이름을 바꾸겠다"며 "비정규직 근로자 80% 이상이 비정규직고용안전법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중장년 취업을 열어주는 중장년 일자리창출법에는 근로자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가는 내용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19대 마지막 정기국회의 마지막 본회의가 있는 날임을 강조하며 "민생과 경제를 위해 꼭 필요한 법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마음이 무겁다"며 쟁점법안 처리를 거듭 강조했다.

이어 야당을 향해 "야당의 내부사정이 복합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국정 파트너란 점을 잊지 말아 달라"며 "집안에서 싸움을 하더라도 국민을 위한 입법 활동은 중단되어선 안 된다. 직무유기를 중단해 달라"고 압박했다.

노동관련 5법의 핵심쟁점이 되는 기간제법은 35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의 계약을 현행 2년에서 최대 4년까지 늘리는 것이 골자로 야당은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며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또한 파견법은 55세 이상 근로자의 파견을 허용하고, 금형 주조 용접 등 뿌리산업에 대한 파견도 허용하자는 것으로 야당은 이 역시 '쉬운 해고'라며 어르신들을 더 힘들게 살게 할 뿐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반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야당 압박 발언에 대해 "박 대통령의 국회 무시와 여당 통제, 야당 협박이 도를 넘고 있다"며 "새누리당 지도부가 청와대의 하명기관인양 직권상정을 협박하고 여야합의마저 내팽개친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이는 삼권분립의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처사이며 국회를 청와대의 출장소로 전락시키는 굴욕적인 행태"라며 "악법을 대통령의 고통 때문에 통과시킬 순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박 대통령은 누구를 위한 국회냐고 물었는데 국회는 국민 모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대통령 한 사람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노동악법은 우리 당의 존립을 걸고 제지 하겠다"고 맞받아쳤다. 

또한 새정치연합은 이날 박 대통령이 참여정부 시절 의료서비스시장 개방을 추진한 것을 지적하며 '이제 와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반대한다'고 비판한 것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지난 3월 청와대-여야 3자회동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련 '보건의료산업' 분야를 제외하자는 문 대표의 제안에 새누리당 김 대표가 '그렇게 하자'고 말한 것을 강조하며 압박했다.

김성수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참여정부가 의료서비스시장 개방을 추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2012년 11월 7일 문재인 대선후보는 의료정책공약 발표회에서 의료 영리화와 관련한 모든 정책을 더 이상 추진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 있다"며 "야당과의 약속마저 번복하는 청와대가 우리당에 참여정부 시절의 말을 뒤집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 중에 억지"라고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참여정부의 의료서비스시장 개방은 병원의 부대사업을 허용하되 환자 진료와 관련 없는 분야에 한해서만 허용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환자 진료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대해서 사실상의 상업행위를 허용하자는 것으로 의료 공공성을 심대하게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의료서비스 시장 개방을 추진하면서도 국민에 대한 보편적 의료서비스가 희생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임을 못 박았다"며 "모든 분야에 대해서 상업행위를 허용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참여정부에서 비롯된 정책인 것처럼 호도하는 것은 견강부회"라고 거듭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더욱이 서비스산업 발전 기본법에서 보건과 의료를 제외하자는 것이 지난 3월17일 청와대 3자 회동에서 합의한 내용"이라며 "청와대는 야당과의 합의를 뒤집고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에 보건과 의료를 포함해 추진하고 있다"고 재차 보건의료 분야 제외를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