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서울본부세관 김동원 관세행정관이 작성했습니다.)
지난 2월 16일, 체납관리과로 발령받아 고액 악성체납자들을 끈질기게 추적하겠다는 각오로 체납업무를 인계받으며 첫 근무를 시작했다.
발령 후 첫 주말이 지난 후 월요일, 체납업무 베테랑인 모 계장이 같이 잘 해보자고 106억원짜리 고액 체납업체(A업체)에 대한 분석 지시를 내렸다.
나는 새로 신설된 체납정리 특별 기동반에 소속되었고 체납정리 특별기동반은 이번 인사발령과 함께 새로 구성되었다는 사실도 알게됐다.
당시 체납정리 절차를 살펴보면 훈령에 따라 인계 후 1달 이내 금융, 부동산 등 재산 조회를 실시하고 재산이 있는 경우 압류를 실시하는 등 통상적인 체납활동을 실시했다.
현실적인 근무인원이 부족하기도 하고 은닉재산을 별도로 정보분석해 지속적으로 추적하는 조직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의 업무는 현장보다 전화나 문서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에 관세청에는 체납자 특별추적 기동반을 구성됐고 A업체는 기동반의 첫 분석대상업체로 선정된 것이다.
기동반은 A업체에 대한 서류상의 정보분석을 나름대로 분석한 상태에서 첫 날 A업체를 바로 방문했다. A업체는 갑작스러운 방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A업체는 석유완제품을 수입하는 회사로서, 지난해 국제 유가가 50% 이상 하락함에 따라 파산지경까지 몰릴 정도로 경영이 악화, 체납이 발생한 업체였다.
A업체는 연초에 기업회생을 신청해 스스로 경영정상화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며 금융기관 부채 또한 847억원으로, 체납정리를 위한 채권의 확보 또한 어렵다고 보여지는 상황. 여기에 M&A를 통해 회사를 넘길 생각까지도 가지고 있었다.
A업체를 방문하고 돌아온 후, 기동반은 A업체의 체납정리가능성이 보이지 않아 기동반의 첫 작품이 장기 악성 체납자로 남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을 감지했다.
그러나 자체 회의를 통해 업체 동향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최소 주2회 방문 및 전화를 하고 부동산, 금융 등 관세행정상 연계되는 모든 재산 정보를 수집하기로 결정했다.
결정대로 기동반은 A업체를 매주 2회씩 방문했고 A업체 재무담당 이사, 구매담당 이사는 기동반의 끈질김에 조금씩 지쳐가는 듯 했다. 금융, 부동산 조회결과 업체는 예금잔액이 거의 없다시피 했으며 부동산 또한 선압류가 걸려있어 실익이 없다고 판단되었으나, 우선 압류를 실시했다.
또한 법인 소유 콘도 지분을 파악해 압류를 실시했는데 A업체 또한 이러한 신속적인 압류조치에 세관의 체납정리 의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기동반은 채권확보 조치와 동시에 업체를 달래 체납액을 받아내기 위한 일환으로 A업체가 분할납부를 신청한다면 세관도 업체를 적극 도울 것을 약속하고 조기환급이 발생되는 부가가치세를 먼저 수납처리해 가산금이 경감되는 효과를 설명해 주었다.
또한 기업회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관세 체납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업체에 충분히 컨설팅을 실시했으며 원유의 확정가격 신고시 절차 등 업체에 도가 지나칠 수도 있는(?) 안내를 해주었다.
물론 고액 체납자 명단공개, 2차 납세의무자 지정시 출국 규제 등등 관세행정상 모든 행정제재 조치를 지구 끝까지 쫓아가서 집행할 것임을 약속하기도 했다.
주 2회씩 방문을 지속적으로 실시한 지 3주차가 되어갈 무렵, A업체도 우리 기동반의 끈질김에 지쳤는지, 혹은 관세 체납시 예상되는 불이익이 겁났는지 몰래 숨겨둔 현금이 있음을 실토했다.
A업체는 30억원 가량의 현금을 관세 체납정리에 사용할 것이라고 약속했으며 세관은 세목 중 부가가치세를 먼저 수납처리함으로써 업체 측에 체납정리 의지를 다시 한 번 인식시켜 주었다.
또한 그러한 과정에서 A업체는 주채권은행에 대한 설득 등 어려운 과정이 있었으나, 세관은 국세에 우선순위가 있음을 관련 법규를 들어 설명하면서 해당 은행들과 직접 통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결국 A업체는 지난 3월 30일 분할납부를 신청했고 세관은 관할 세무서에서 문의한 대로 업체측에 부가가치세 조기 환급을 신청하도록 안내했다. 그로부터 1달 뒤 업체가 부가가치세 환급신청을 제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B세무서로 바로 압류공문을 보냈다.
지난 5월 8일 B세무서로부터 34억원이 세관으로 입금되는 순간 매우 기뻤다. A업체 또한 일이 잘 마무리되어 가고 있음에 만족해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A업체는 여유자금이 생기는 대로 체납액을 정리해 5월 말 기준 3억원의 체납액만 남아있는 상태이며 분할납부 계획에 따라 조만간에 완납할 계획에 있다.
이번 사례는 올해 체납자 특별추적 기동반을 가동해 고액을 수납시킨 관세청 최초 사례이며 현장 위주의 선제적인 체납정리 활동을 통해 향후 구체적인 활동방향을 제시했다.
A업체를 통한 체납정리액(분할납부액 포함)은 서울본부 연간 체납정리액(762억원)의 14%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또한 기업회생을 지원하면서 체납액을 전액 정리할 수 있는 새로운 체납정리모델을 구축한 사례이다.
담당자로서 체납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현장을 중심으로 한 체납정리가 서류 위주의 체납정리업무보다 효율성이 더 높다고 느껴지며 이러한 기동반 조직에 대한 많은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A업체는 최근 기업회생 절차에서 벗어나 M&A가 아닌 자구노력을 통해 정상 경영의 궤도로 올라가고 있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