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위안부 합의 "어떤 정부도 하지 못해, 인정해주셔야"
경제위기, 경제활성화-노동법 지연 때문 '국회 탓'
박근혜 대통령의 2016년 신년 대국민 담화는 안보와 경제의 위기를 앞에 내세우고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자외교와 경제활성화-노동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데 중심이 설정됐다.
특히 경제위기와 관련해 경제활성화-노동관련 법안 처리가 지연되는 국회를 질타하며 '한숨'을 내쉬는 등 '여의도 불신'을 나타냈다. 나아가 국민들을 향해 '나서 달라'며 국회 심판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논란이 되는 한·일 외교장관회담 위안부 문제 합의에 대해 '역대 어느 정권도 하지 못한 일'임을 재차 강조하며 "(국민들이 이를)인정해줘야 한다"고 '자화자찬'까지 했다.
□ 위안부 합의 실패 지적에 '억울함' 내비쳐 "인정해 주셔야" = 박 대통령은 13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한·일 정부간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 국내외적으로 비판을 받고 '합의 실패'라는 지적을 받는 것에 대해 억울함을 내비쳤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지난 24년간 어떤 정부에서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심지어 포기까지 했던 것"이라며 "이처럼 어려운 문제에 대해 현 상황에서 최상의 것을 받아내 제대로 합의되도록 노력한 것은 인정해주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위안부 문제 합의를 위해 말도 못하게 힘든 과정을 겪어내며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며 "합의 내용이 완벽하거나 100%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동안 손조차 대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했다는 점은 평가해야 한다"고 거듭 자평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에만 위안부 피해 할머니 9분이 돌아가셨고 현재 46분만이 남아 있다"며 "위안부 문제는 시간적 여유가 없는 것으로, 한 분이라도 더 생존해 계실 때 (일본으로부터) 사과를 받고, (피해자들의) 마음의 한을 풀어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명예와 존엄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다급하고 절박한 심정으로 합의를 위해 노력했다"면서 "그동안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본 정부에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했고, 역대 대통령들과는 달리 유엔 등 국제회의에서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했다"고 정부가 한 일을 강조했다.
또 위안부 합의에 있어 피해자 할머니들과 관련 시민단체와의 사전 협의가 부족했다는 지적에 대해 "지난해 외교부 차원에서 15차례에 걸쳐 피해자와 관련 단체들을 만났다"며 "이들이 공통적으로 바라는 것은 일본군이 위안부 문제에 관여했다는 것을 밝히는 것, 일본 정부 차원의 공식 사과, 일본 정부의 돈으로 피해 보상을 할 것 등이었고 이번 합의에 이 세 가지 뜻이 충실하게 반영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위안부 문제로 피해를 입은 동남아 등 여러 나라 등이 한국 수준으로 위안부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일본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며 "결과를 놓고 누구나 비판을 할 수는 있지만 자신이 책임 있는 자리에 있을 때 문제 해결을 위해 시도조차 못하고 이제와 (합의) 무효화를 주장하며 정치적 공격의 빌미로 삼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야당을 겨냥하기도 했다.
□ 경제활성화법 처리 지연, "국회기능 바로잡아야…국민이 나서달라" = 박 대통령은 경제위기와 관련, 경제활성화-노동개혁 관련 법안 처리를 강조했다. 경제 살리기 해법이 곧 이들 법안 처리라는 점을 내세우며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고 있는 국회를 몰아세웠다.
특히 여야 입장차로 처리가 지연되는 것에 대해 정치권의 '정쟁'으로 치부하며 "대통령의 힘만으로는 안 된다"고 국민을 향해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이는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을 향해 '국회 심판론'을 내세운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는 국민들을 향해 "지금 정부는 이런 위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이런 위기는 정부나 대통령의 힘만으로는 이겨낼 수 없다"며 "이런 위기상황의 돌파구를 찾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바로 국민 여러분들"이라고 호소했다.
이어 "이 나라의 주인은 대통령도 아니고 국회를 움직이는 정치권도 아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바로 국민들"이라며 "제가 바라는 것은 정치권이 국민들의 안위와 삶을 위해 지금 이 순간 국회의 기능을 바로잡는 일부터 하는 것이다. 개혁은 사람들만 바꾼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정치가 국민들을 위한 일에 나서고 위기의 대한민국을 위해 모든 정쟁을 내려놓고 힘을 합해주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대통령으로서 저의 소임을 다할 것이다. 욕을 먹어도, 매일 잠을 자지 못해도, 국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수 있으면 어떤 비난과 성토도 받아들일 것"이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나서 주시고, 힘을 모아주신다면 반드시 개혁의 열매가 국민 여러분께 돌아가는 한해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은 "국민 여러분들께서 이런 정치 문화를 만들어 주셔야 한다"며 "국민 여러분이 한데 힘을 모은다면, 우리 앞의 거센 도전도 얼마든지 헤쳐 나갈 수 있다"고 거듭 호소했다.
□ 국회 이야기에 '한숨'…野 신당창당 '이합집산' = 특히 정의화 국회의장이 쟁점법안의 '직권상정' 불가 입장을 내놓은 것에 대해 "지금 직권상정 밖에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한숨을 내쉬고, "국회의장께서도 국민과 국가를 생각해서 판단을 내려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압박했다.
또 '규제완화'에 대한 질문에서도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만들어서"라고 말하면서 "어휴…"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지금 같은 국회에서 어느 세월에 되겠나. 만들기도 겁난다"고 거듭 국회를 질타했다.
박 대통령의 국회 질타가 '국회 심판론'으로 제기되는 것에 대해 "적어도 20대 국회는 최소한 19대 국회보다 나아져야 한다"며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할 걸로 본다"고 19대 국회를 비난했다.
최근 야권의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서도 "선거를 목전에 두고 정당이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며 "국민 심판을 회피하기 위한 것인지, 국민을 위한 진실한 마음에서 하는 것인지 봐야 한다"고 질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