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
朴 대통령, 기간제법 양보…野 파견제법 처리 '거부'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 관련 5법 중 기간제법(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을 사실상 양보하고 파견제법(파견근로자보호법)을 포함한 4개의 법안을 처리할 것을 국회에 압박한 것에 대해 새누리당은 야당의 '양보'를 촉구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의 역제안에 '거부'의사를 밝히며 "고용 불안을 악화시키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박 대통령은 전날(13일) 대국민 담화에서 노동 5법인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 ▲기간제법 ▲파견법 개정안 중 야권의 반대가 가장 심한 기간제법과 파견법과 관련해 "기간제법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파견법은 받아들여주시기 바란다"며 노동4법 처리를 촉구했다.
이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대통령의 발언에 힘을 실으며 "노동개혁 5법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된 유기적인 법안으로 5개 법안 모두가 통과되어야 시너지효과가 나게 된다"며 "하지만 야당과 노동계가 노동개혁을 개악이라고 낙인찍으면서 한 치도 움직이려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최선이 안 되면 차선이라도 선택하는 것이 낫다는 현실적인 판단 아래 대승적인 양보를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야당을 향해 "노동개혁과 관련해서 대통령께서 먼저 양보하신만큼 야당과 노동계도 타협과 양보의 미덕을 발휘해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대표는 노사정 대타협과 관련, 한국노총의 대타협 파기 선언에 대해 "강력한 개혁을 원하는 국민과의 약속을 일방적으로 깬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지금 많은 국민들은 한국노총의 합의파기로 인해 대한민국의 미래와 청년일자리를 위한 노동개혁이 용두사미가 되고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를 많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통계청의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2%로 사상 최악을 기록하고 있고 체감 실업률은 20%에 육박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며 "한국노총은 자신들의 노동개혁 반대로 인해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과 수많은 비정규직들이 눈물을 흘리게 된다는 점을 알고 최종판단에 신중을 기해주기 부탁드린다"고 한노총을 압박했다.
서청원 최고위원 역시 사상 최악의 청년 실업률을 지적하며 "이런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하는 국회가 존재 가치가 있느냐"며 "비상한 각오를 통해 젊은이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경제활성화법, 노동법을 이번 임시국회에서 꼭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대통령이 촉구한 테러방지법 제정에 대해서도 "우리는 분단국가로 언제 북한이 핵실험 이후 다른 도발을 할지 모르고 IS(이슬람국가) 테러집단들이 우리도 노리는 가운데 테러방지법 하나를 몇 년간 잠재우는 국회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고 힐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을 통해 '안보와 경제'위기를 강조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국회를 맹비판하며 경제활성화-노동관련 법 처리를 압박했다.(사진 청와대)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박 대통령이 역제안한 노동 4법 처리에 대해 거부 입장을 밝히며 전날 대국민 담화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노동5법 중 기간제법과 파견제법에 대해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불법파견을 용인하는 법안"이라며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을 악화시키는 악법중의 악법으로, 19대 국회를 통틀어 최악의 법안"이라고 말했다.
문 대표는 "우리 당은 노동5법과 관련해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제외한 3개 법안은 우선 처리하자고 누누이 제안했으나, 정부여당은 일괄처리만을 고집하며 무작정 밀어붙였다"며 "노동법안들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여당의 편협한 고집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활력제고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테러방지법과 북한인권법도 마찬가지"라며 "지금까지 우리 당은 정부여당이 요구하는 경제활성화 법안처리에 적극 협조, 30개 법안 중 27개 법안이 이미 처리됐으며 지금도 9개의 쟁점법안에 관해 끊임없이 절충안을 제시하며 합의안을 도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법안처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정부여당"이라며 "정부여당이 국정에 책임지는 모습도 없이 야당 탓만 한다면 우리 사회에 어떠한 희망도 만들어낼 수 없다"고 일갈했다.
특히 문 대표는 박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식물국회'라고 비난한 것에 대해 "식물국회가 아니라 식물여당이다. 대안도 없이 억지와 생떼가 난무하는 협상장, 청와대 눈치 보느라 제대로 된 협상 한번 못하는 무능한 집권여당을 만든 것은 대통령 자신"이라며 "국회를 통법부로 생각하는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대통령은 '국회 탓'할 자격이 없다"고 정면 비판했다.
그러면서 "하청정치의 당청관계가 바로 서는 것이 우선"이라며 "국회선진화법은 국회가 문제가 아니라, 새누리당 배후에 있는 대통령이 문제"라고 질타했다.
누리과정 공약에 대해서도 "누리과정이 '대통령 간판공약'이란 건 변하지 않는 진실로, 역대 선거에서 가장 많은 선심성 정책들을 약속하고 대통령에 당선됐으면서 가장 무책임하게 공약을 파기한 대통령이 포퓰리즘 운운하는 건 안타까운 일"이라며 "사과와 공약이행이 먼저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또한 위안부 협상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스스로 "최상의 결과", "인정해주셔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대통령의 자화자찬에 얼굴이 다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럽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정의 최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며 "국민에게 정치문화 변화를 호소하는 만큼 국회를 존중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켜주시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 대표는 내주 초 신년 기자회견을 갖고 정국 전반에 대한 구상과 해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