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그리움이' 공연 <사진: 한국가곡연구소>
'그토록 그리움이' 공연
'그리움'이라는 추상명사는 예로부터 수많은 예술가들의 영혼을 사로잡았던 화두다. 조선 후기의 대화가 김홍도가 신윤복에게 "그린다는 것은 대체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린다는 것은 그리워한다는 것이 아닐는지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강화에 사는 시인 함민복은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선천성 그리움'을 노래했으며 타계한 고정희는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고 토로했다.
할리우드 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죽자 딸인 제다는 아버지 영전에 "사랑해요. 그리울 거예요. 하늘을 계속 볼 게요"라고 시작하는 글을 바쳤다. '그토록 그리움이 떠나지 않으면/ 밤새워 초생달을 따라가 보아요'라는 시각적 시를 쓴 차길진은 아예 그리움을 청각화하는 공감각 작업에 나섰다.
차길진 시인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겨레아리랑연합회가 한국가곡연구소(소장 최영식), 극단 후암과 공동 주관한 '그토록 그리움이' 공연이 12일 오후 7시 30분 무대에 오른다. 장소는 국립극장 KB국민은행 청소년하늘극장. 이번 공연은 차 시인이 지은 서정시에 작곡가 임준희가 곡을 붙인 가곡 7곡과 아리랑예술가곡 7곡이 첫 선을 보인다.
1부는 '해와 달의 이야기'(소프라노 장은진, 바리톤 나건용), '오직 사랑뿐'(소프라노 장은진), '비가 내리면'(바리톤 나건용), '사랑의 비'(소프라노 강은현), '그토록 그리움이'(테너 진성원) 등의 가곡이 최은주, 공희상의 피아노 반주로 소개된다.
2부는 우리의 '아리랑'을 세계화한다는 뜻으로 꾸며졌다. 한국예술가곡과 접목시킨 '메이 아리랑'(소프라노 강은현, 테너 진성원), '아리랑 산천에'(바리톤 나건용), '장터 아리랑'(바리톤 나건용, 북 우민영), '경상도 아리랑'(소프라노 강은현), '독도 아리랑'(테너 진성원), '정선 아라리'(소프라노 장은진, 임준희 곡)가 연주된다.
이번 공연을 준비한 한국가곡연구소는 우리 민족의 예술혼이 담긴 한국예술가곡을 글로벌 브랜드화하여 홍보하는 단체이다. 매년 시인을 선정해 가곡을 공연한다는 최영식 소장은 "차길진의 시는 담백하고 평명하다. 그의 시는 그리움을 향한 사랑의 완성이며, 임준희 고유의 낭만적 멜로디로 되살아나 추억의 나래를 고이 펼치게 한다"고 평했다.
차길진 시인은 지난 2005년 일본 삿포로 '아사히야마 음악제'를 공동 주최했고 2009년에는 이탈리아 '피에베 디 솔리고'시의 시장 초청으로 창작 오페라 '카르마'를 초연했다. 3년 후 국립극장에서도 공연된 이 오페라로 한국오페라대상 특별상과 화관문화훈장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