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이 2013 회계연도 당시, 이연법인세 부채 등과 관련해 자사에 유리한 쪽으로 감사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 '안진회계법인'을 외부감사인으로 선정한 정황이 포착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7일 "대우조선은 2012년 10월, 다음 회계연도 외부감사인 선정을 앞두고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가득한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강조했다. 안진은 2010년부터 대우조선의 외부감사를 맡아 왔으며 이 보고서를 토대로 대우조선해양과 다시 3년짜리 계약을 맺었다.
박용진 의원에 따르면 대우조선이 안진을 외부감사인으로 뽑은 사실이 석연치 않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본격 도입되면서 기업 회계처리가 더욱 엄격해졌음에도 대우조선은 안진이 이와 관련된 여러 이슈에서 무작정 자사에 유리한 방향으로 처리해 줄 것으로 분석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는 '종속기업에 대한 이연법인세부채 인식' 문제가 언급돼 있다. 또 "안진이 아닌 다른 회계법인은 이연법인세 부채가 없다는 것을 명확히 증명해 줄 만한 문서가 없을 경우 원칙적으로 이를 인식할 것이지만, 안진이라면 그런 문서가 없어도 우리 경영진이 설명하면 인식하지 않을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또 '50% 이하 지분을 가진 자회사에 대한 실질지배력(De Facto Control) 인정 범위'에 대해서는 "안진이 아닌 다른 회계법인은 재무 및 영업정책에 대한 의사결정 능력이 있고 사실상 종속회사를 지배하고 있을 경우 지배력이 있다고 판단할 것이지만, 안진은 이에 대한 강력한 증거가 존재하지 않는 이상 지배력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연법인세 부채는 실제 납부해야 할 법인세 금액이 회계상 법인세보다 적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미래의 법인세 부담액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연법인세는 수주업 영위기업에 대한 핵심감사제가 지난 7월 시행되며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이에 각 회계법인들은 조선업종의 반기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이연법인세 문제를 엄격히 해석함으로써 납부할 법인세 금액이 회계상 금액보다 많을 때 발생하는 이연법인세 자산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이연법인세 자산은 올 1분기 1조187억원에서 2분기 3658억원으로 대폭 축소돼 계상된 상태다.
대형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법인이 감사를 하기도 전에 회계처리 방식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불법은 아니지만 상당히 부적절한 행위"라며 "대우조선이 이연법인세 부채를 인식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안진을 외부감사인으로 선택한 것이라면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대우조선해양의 외부감사인 선정사유와 같은 기초적인 자료도 챙기지 못한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의 직무유기가 대규모부실의 단초를 제공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금융당국이 문제를 알고도 눈감았다면 부실을 방조한 것이고, 몰랐다면 무능의 극치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