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총리직 수락 입장발표를 하며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그는 "이 책임과 소명을 다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결코 자리에서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며 울먹였다. 하지만 야권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의 '국면전황용 개각'임을 지적하며 인사청문회 보이콧 방침을 철회하지 않아 그의 총리 임명의 험로가 예상된다.
'노무현의 남자'에서 하루이틀 사이에 '박근혜가 선택한 남자'가 된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3일 "국무총리가 되면 헌법이 규정한 총리로서의 권한을 100% 행사하겠다"며 책임총리 역할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파문으로 박근혜 대통령 하야(下野)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의 '김병준 책임총리 카드'는 국면전환은 커녕 오히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형국이 됐다.
무엇보다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야권에 신망이 높았던 그가 전격적으로 박 대통령의 '부름'을 받아들였다는 것을 놓고 박 대통령은 물론 그 또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본질과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책임총리'라는 달콤한 꿀단지를 얻기 위해 눈이 먼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 김병준 '책임총리' 의지 표명, "자리 연연하지 않아" 울먹 =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3당이 '최순실 개각'을 전면 부정하며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해 그의 총리직 임명은 험로가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이날 삼청동 금융연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통해 총리직 수락배경과 책임총리로서의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경제와 사회 정책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이 부분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제게 맡겨달라고 했다"고 말한 후 "박 대통령은 동의했다고 생각한다"고 책임총리로서 권한을 위임받았음을 강조했다.
여소야대 국면을 의식한 듯, "개각을 포함해 모든 것을 국회 및 여야 정당과 협의할 것"이라며 "대통령이 국민적 비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국회와 여야 정당은 국정동력의 원천이고, 이 원천으로부터 동력을 공급받지 못하면 국정의 불은 꺼지게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설협의기구 같은 채널을 만들어서 여야 모두로부터 동력 공급을 받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입장 발표 말미에 "이 책임과 소명을 다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결코 자리에서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 "총리 수락, 노무현 정신 부합" 野 감정 호소 = 그는 눈물의 의미에 대해 "참여정부에 참여하면서 아무래도 걱정이 많았다. 국가에 대한 걱정, 국정에 대한 걱정 그때 다 못했다"며 "하고 싶은 것을 다 못하고 좌절하고, 무너지기도 하고"라며 다시 눈물을 보였다.
김 후보자는 총리직 수락과 관련해 "노무현 정신에 부합 한다"며 "노무현 정신의 본질은 국가를 걱정하고 국정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한 야당의 감정선을 자극한 '호소'로 풀이된다.
그는 또한 '협치'를 강조하며 "앞으로 협치 구도가 아니면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다. 모든 사람이 같이 앉아서 협치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구도"라며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뜻을 다 모아야 되는데, 큰 뜻으로 큰 그림을 그리다 보면 협치 정신이 살아날 것이라고 본다"고 야당에 거듭 호소했다.
□ 野, 자진사퇴 압박…野 내부 '안타까움' 팽배 = 그러나 김병준의 눈물은 그 누구도 감동시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의 냉랭함은 더해졌다. 특히 야권 관계자들은 그의 총리직 수락에 대해 "사람 하나를 잃었다"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 역시 이날 오전 정책조정회의에서 "김병준 교수가 총리 적임자냐, 아니냐에 대해 논란을 펼치고 싶지 않다"며 "스스로 지명 수락의사를 철회해 주시라. 어차피 야3당이 이 인준을 거부하고 부결시키기로 합의했다. 굳이 명예를 더럽히면서 총리를 하겠다고 하실 이유가 없지 않은가"라고 안타까움을 내비친 바 있다.
한 관계자는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야권이 전부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한 상황에서도 총리직을 하겠다고 하는 건 결국 권력욕이 빚은 참사 아닌가"라며 "김 후보자의 이력으로 볼 때 제일 큰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안타깝다. 결국 박 대통령의 최순실 사태 국면전환용 카드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통령이 말로는 경제, 사회 문제를 통활 하는 책임총리 역할을 줬다고 해도 그걸 믿을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박 대통령이 그렇게 정치를 한 사람인가. 상황이 안 좋으니 국면 전환을 위해 쓴 카드인데 (김병준 총리 후보자가)너무 덥석 문 게 아닌가 싶다. 야당이 보이콧 철회할 일은 없다. 성난 민심 앞에서 자진사퇴하는 게 순리"라고 강조했다.
□ 제자들도 외면, "아! 김병준" = 특히 김 후보자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순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본질에 대한 질문을 받은 후 박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삼간 채, "대통령 권력과 보좌체제의 문제"라고 두루뭉술 넘겨버렸다.
민감한 문제를 슬기롭게(?) 넘겼다는 평가를 받을 만도 한 대목이지만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박 대통령이 아무런 권력을 위임받지 않은 비선실세가 국정을 농단하도록 용인하고 도와준 데 대해 분노하고 있는 지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김 후보자가 재직 중인 국민대학교 제자들이 그의 총리 지명을 환영하기는 커녕 '부끄럽다'며 반발해 체면까지 구기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면피성 총리임명에 반대하는 국민대 학생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명백한 책임 회피성 총리 임명"이라고 규정하면서 "김 교수가 박근혜 정권을 사실상 적극적으로 인정했다"고 비판했다.
학생들은 "내각 참여 논의를 통해 박근혜 정권을 사실상 적극적으로 인정한 김 교수에 대해 부끄러움과 안타까움의 감정을 느낀다"며 "이것은 김 교수 개인에 대한 비난이 아닌 같은 국민대 구성원으로서의 문제 제기"라고 밝혔다.
야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개각 발표에 갈수록 민심이 분노하고 있다. 야권도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지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청문회가 열릴 가능성은 없다. 김 후보자의 판단 미스(실수)"라며 "그동안 중도적이고 상식적인 주장을 해서 여야 모두 신망이 있었는데 그동안 쌓아놓은 것을 한 번에 잃었다"고 안타까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