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민사87단독 최병철 판사는 12일 장씨와 이씨가 함 전 의원을 상대로 "총 9000만원을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민경찬 펀드 의혹을 제기하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을 '장영자 사건'에 비유해 표현한 것에 불과하고, '장영자 사건'은 이미 대법원의 확정 판결이 내려져 대형 금융 사기사건 내지 권력형 금융비리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함 전 의원이 장씨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함 전 의원은 당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 신분으로 권력형 비리 의혹 사건에 관해 마땅히 정치적 입장을 표명하거나 진상 규명을 요구했어야 했고, 민씨 사건'에 관한 문제 제기 자체는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련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함 전 의원은 현역 국회의원 시절이던 지난해 2월 국회 본관에서 '민경찬 사건은 제2의 장영자 사건이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고, 이튿날 조선일보에는 '민씨 653억원 모집 자영자 사건 복사판'이라는 제목으로 함 의원의 주장이 보도됐다.
이에 장씨 등은 "'장영자 사건'은 세간에 잘못 알려진 부분이 많으며, 오래된 일로 대중에 거의 잊혀져 가고 있는데 함 전 의원의 발언 및 그에 따른 보도로 다시 이름이 회자되면서 명예가 훼손당했다"며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장영자 사건'은 1982년5월 장영자씨와 그 남편 이철희씨가 어음사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구속되면서 일어난 대규모 어음 사기사건을 말하며, '민경찬 펀드의혹 사건'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돈인 민씨가 두 달만에 653억원의 투자금을 모집했다는 내용에 관한 일련의 의혹을 일컫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