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은 올 들어서도 성실 수출입업체의 물품에 대해서는 검사비율을 더 축소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오로지 신속통관에 '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우리나라 실정에서 수출입 물품의 신속통관은 국가 경제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차대한 과제라는 점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금·보석류 등의 밀수는 물론 위조수표나 마약 등 반사회적인 물품의 유입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들 반사회적 물품의 '밀수 급증'이라는 부작용이 가시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청도 지난 4일 열린 전국조사관계관회의에서 "최근 반사회적 범죄물품이 밀반입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대응책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신속통관에 따른 밀수 증가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관세청이 이런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다행이다.
실제로 올 들어 지난 3월까지 3개월 동안 인천공항세관에서 적발된 밀수·부정무역 규모는 314건(327억35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금액기준으로 84%나 늘어났다.
특히 인천공항세관의 경우 휴대품 반출입은 불법자금 이동수단임에도 재산도피나 자금세탁과 연계한 조사가 미진하다는 것은 관세청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얘기다.
또 마약류나 위조 지폐 등의 경우 수출입업체 명의로 국내로 몰래 들여오는 것이 아니라 개인화물로 위장해 밀반입될 가능성이 높아 이에 대한 단속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관세청의 신속 통관을 위한 고집스런 노력으로 해외 여행자나 수출입업체들의 통관이 편리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사회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마약·위조 수표 등이 국내로 유입되고 있는데도 통관시간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목표만을 내세우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관세청의 한 직원은 "최근 들어 밀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렇지만 최근 몇 년간 통관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애써 왔는데 이제 와서 밀수단속을 하겠다며 다시 검사비율을 높일 수는 없지 않냐"고 털어 놓았다.
'통관 시간 단축'이라는 애써 쌓아 놓은 공든 탑을 밀수가 늘어난다고 무너트릴 수는 없다는 말이다.
두 마리 토끼를 잡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다. 특히 그것이 상반된 모습을 하고 있다면 말이다.
그렇지만 진정한 '초일류세관'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한 마리의 토끼라도 제대로 잡겠다는 고집보다는 이런 우려에 대한 대책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 국민들을 안심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