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조세일보 DB
산업부의 구조조정 콘트롤 타워 역할 수행에 회의적 반응
정부·산업은행, 한국GM 사태 관련 정확한 통계 내놓지 못해
한국GM의 2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한국GM의 경영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함에 따라 한국GM 사태 해결책 마련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GM과 관련한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건의 발단에서부터 군산공장 폐쇄 결정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제대로 분석한 후 지원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2대주주인 산업은행은 그 내막을 몰라 사태가 터지자 실사작업에 나서겠다며 허둥지둥하고 있다.
산업은행의 실책으로 인해 정부 마저 GM사태 해결을 위한 주무부처 선정에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컨트롤 타워가 어디냐'고 묻는 질문에 “주무부처는 산업부이고 조율은 기재부가 한다”며 “주무부처인 산업부와 부처 간 협의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한국GM에 대한 지원을 결정하는 주무부처가 산업은행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로 바꿔지게 된 셈이다.
산업부는 느닷없이 산업은행의 실책을 뒷치닥거리해야 하는 주무부처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하지만 한국GM 사태는 자동차 기업의 산업경쟁력 등 실태를 분석하는 것 못지않게 주주인 산업은행의 경영참여와 투자전략이 더욱 중요하다는 점에서 산업부가 제대로 구조조정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산업은행에 대해 아무런 권한을 갖지 못하고 있는 산업부가 과연 한국GM 사태를 제대로 헤쳐나갈 수 있는지와 부서간 협조가 제대로 될 것인가에 대한 회의도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주무부처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한국GM 문제와 관련해 산업부, 기재부, 금융위 등 관계부처간 확고한 공조체계를 구축하고 공동으로 긴밀히 대응하고 있다”면서 “불필요한 논란과 혼선을 최소화하기 위해 산업부를 공식적인 대외 발표 창구로 일원화하여 대응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콘트롤 타워가 한국GM 뿐만 아니라 미국 GM 본사와도 협상을 벌이려면 무엇보다 정확한 통계를 근거로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콘트롤 타워는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와 미국 GM 본사의 한국 철수 시 국내 고용효과가 얼마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제대로된 통계조차 갖고 있지 못한듯 하다.
군산 지역에서는 공장 직원 2000여명과 협력업체 1차 35개사 6000여명, 2차 99개사 5000여명이 길거리로 내몰릴 판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한국GM 군산공장 전경. 자료=한국GM 홈페이지
정부가 한국GM 사태시 고용에 미치는 효과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정책을 집행하면 그만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들은 한국GM의 과도하게 높은 매출 원가율도 철저하게 분석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90%가 넘는 매출원가율을 보이고 있는 기업에 세금을 지원할 경우 자칫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의 매출원가율은 80%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이 미국 본사에 지불한 연구개발비와 높은 이자에 대해서도 조사가 불가피하다. 특히 국내에서도 저렴한 이자를 쓸 수 있는데 구태여 GM 본사에 높은 이자를 지급하며 돈을 빌어쓴 배경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고 있고 외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높은 과세를 부과하려는데 대한 대비책 마련도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GM이 군산공장을 폐쇄한다는 결정에 “내가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이런 소식들은 듣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들이 한국에서 디트로이트로 돌아오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한국GM은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뿐만 아니라 강성 노조와 고비용 구조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한 실정이다.
한국GM이 미국 본사로부터 빌린 차입금 규모와 산업은행에 요구하는 증자 규모도 정확하게 밝혀져야 한다.
GM 본사는 한국 정부로부터 1조원을 지원받고 세금 감면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한국GM이 본사에 진 빚을 주식으로 바꿔주는 방식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우 GM 본사가 부담하는 신규 비용은 전혀 없고 한국정부는 1조원의 혈세를 투입해야 한다.
한국GM이 보유한 부지에 대한 정확한 가치 평가와 앞으로의 처리 방향에 대해서도 사전 점검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국GM이 진 빚의 본사 상환을 위해 공장을 담보로 설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도 시급하다.
한국GM 사태는 여러모로 호주와 닮은 꼴이라는 지적도 있다. 호주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완성차 업체에 자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취했고 GM은 호주 정부의 보조금이 끊기자 곧바로 호주 시장을 버렸다.
한국의 콘트롤 타워는 산업은행의 무능력으로 인해 더욱 현안 파악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운데 전문가들은 한국GM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영부문과 재무부문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10개항의 체크리스트를 제시하고 있다. 한국GM과 협력사에 미치는 고용효과는 물론 고비용 구조를 해소할 대책, 한국GM이 지원만 받고 떠나는 것을 방지할 대책 등의 체크리스트가 제시되고 있다.
한국GM의 경영 부실을 가져온 체크리스트 10개항을 제대로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면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가 마련하고 한국GM 사태의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