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오른쪽 두번째)과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오른쪽 세번째)이 8일 중견조선소 처리방안 기자브리핑을 갖고 있다. 사진=조세일보 DB
전임 산업은행 회장에 대한 고액 성과급 환수 목소리도
수출입은행은 임원 연봉삭감, 직원 임금인상 반납 실시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8일 성동조선과 STX조선의 처리 방향과 관련해 산업은행 본점 7층 대회의실에서 기자브리핑을 가졌다.
수출입은행이 주채권은행으로 되어 있는 성동조선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산업은행이 주채권은행인 STX조선은 고강도 자구계획을 실행하며 은행관리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자리에서 “STX조선이 다음달 9일까지 '40% + α ' 수준의 자구계획과 사업재편 방안에 대한 노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원칙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STX조선이 노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끌고 갈 능력이 안 되고 의미도 없다”면서 “확약서가 없으면 STX를 경쟁력 있게 만들 자신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노사확약서 제출을 전제로 은행관리를 추진하면서 STX조선은 한달간의 여유이지만 당장 숨통이 막히는 것을 면하는 신세가 됐다.
성동조선과 STX조선은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의 자금 투입으로 연명하면서 십조원이 넘는 혈세를 투입해야 했다는 점에서 국민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줬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이날 2010년 7월부터 2015년 10월까지 성동조선 경영정상화를 위해 5차례에 걸쳐 신규자금 2조7207억원을 지원했다고 공식 밝혔다.
반면 산업은행은 STX조선 자금지원에 얼마나 되는 돈을 투입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성동조선에 투입된 채권단 자금이 2010년부터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르기까지 3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STX조선은 채권단 여신 1조원과 출자전환 6조9000억원 등 7조9000억원 상당이 투입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산업은행이 3조5000억원 상당으로 가장 많고 수출입은행이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각각 성동조선과 STX조선의 주채권은행으로서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은성수 수출입은행장은 이날 기자들의 책임감을 묻는 질문에 “책임감을 느끼고 그 일환으로 2016년에 손실 책임을 지기 위해 임직원 연봉 삭감도 하고 경비 감축, 조직 축소 등을 했다”면서 “국회에서 이를 관리·감독 중”이라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이날 자료를 통해 2016년 조선사 부실과 관련한 손실에 책임을 지기 위해 임원 5% 연봉삭감, 직원들의 임금인상 반납, 경비 10% 감축 및 부행장 감축 등 강도높은 자구계획을 마련해 이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 산업은행의 책임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산업은행도 2016년 수출입은행과 비슷하게 산업은행 임원 및 집행부행장의 기본급을 5% 상당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이 조선사 경영부실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며 임원들의 연봉을 삭감했지만 십조원이 넘는 혈세가 투입된데 대한 국민들의 반응은 싸늘한 편이라 할 수 있다.
조선소의 경영부실은 산업은행의 재무구조를 크게 악화시켜 또다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어야 하는 악순환을 가져오기도 했다.
◆…자료=금융감독원, KDB산업은행
산업은행은 2015년부터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산업은행은 2015년 별도기준 순이자이익 1조5782억원, 영업손실 1조2193억원, 당기순손실 1조8951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2016년에는 별도기준 순이자이익 1조4244억원, 영업손실 1조2705억원, 당기순손실 3조6411억원을 나타냈다.
산업은행의 주주분포는 정부가 지분 100%를 갖고 있어 산업은행의 적자는 고스란히 정부의 부담으로 되며 부족한 재원은 국민의 세금에서 충당되어야 한다.
산업은행은 2016년 10월 낙하산 인사의 전면 금지, 자회사 지분 매각 규정 강화, 부행장 체제로의 개편 등을 약속했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문재인 캠프에서 일한 이동걸 동국대 교수가 산업은행 회장으로 낙점받았다.
또 최근에는 10개월 전에 임기만료된 산업은행 감사 자리에 뒤늦게 기획재정부 고위급 간부 출신의 서철환 감사가 선임되는 등 2016년 당시의 개혁 약속이 슬그머니 사라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은 이동걸 회장 이전에 전임 회장 가운데 조선소 경영부실 단초를 제공하면서도 성과급 등으로 연봉이 5억원을 넘게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조선사 경영부실을 가져온 전임 산업은행 회장에 대해서는 산업은행이 나서서 성과급을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조선소 부실경영은 법정관리 신청이나 강도높은 자구책 요구 차원이 아니라 보다 근원적인 문제점을 찾아나 곪은 상처를 도려내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