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지휘감독체계 총리실로 격상시켜야" 의견도
한국GM 사태가 한국경제에 먹구름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 속에 2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개혁이 시급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산업은행은 지난달 26일 상임감사에 서철환 전 기획재정부 국장을 자리에 앉혔다.
서 신임감사는 행정고시 31회로 재정경제부 국유재산과장, 기재부 회계제도과장, 통계청 통계개발원장, 대통령직속 청년위원회 실무추진단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산업은행은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선언에 따른 대책마련 보다는 감사자리에 전직 공무원 출신을 영입하는데 더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산업은행은 전임 신형철 감사의 임기가 지난해 4월에 끝났지만 후임 인사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가 10개월만에 한국GM 사태가 터지자 뒤늦게 감사 인사를 실시했다.
전임 신 감사는 또한 기획재정부 국장 출신이며 대통령 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산업은행의 감사자리는 기획재정부에서 퇴임한 국장 출신들이 번갈아가며 자리를 차지하는듯한 모습이다.
산업은행은 정부인 기획재정부가 지분 100%(자본금 17조8731억원)를 갖고 있고 감사는 통상 금융위원회가 임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업은행 회장은 대주주가 정부인 만큼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인물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왔다. 산업은행의 낙하산 인사는 계열사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21일 KDB생명 대표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친분이 있는 정재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선임했다.
정 대표는 보험사 근무 및 실무 보험경험이 전혀 없는 학자 출신이어서 적자 투성이인 KDB생명보험을 제대로 끌고 갈수 있는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과 관련 산업은행에서 파견한 한국GM 사외이사 3명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산업은행은 한국GM 사외이사에 자동차 전문가 보다는 산업은행 퇴직 임원들을 선임한 것으로 알려져 한국GM 사태를 맞게 됐다는 비난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산업은행에 대한 개혁을 벼르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평화당은 산업은행에서 파견한 사외이사 3명이 한국GM 이사회의 구조조정 안건에 대해 부결 결정을 내렸다면 군산 공장 폐쇄를 막을 수 있었다고 보고 지난 22일 산업은행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반면 산업은행의 지분 100%를 갖고 있는 기획재정부나 산업은행 감독업무를 맞고 있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산업은행의 한국GM에 대한 부실 관리감독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분위기다.
기재부나 금융당국은 산업은행에 대해 책임을 묻거나 관련자에 대해 조사를 벌이겠다는 언급조차 없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는 기재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가 공동 책임으로 대처하면서도 대외 발표는 산업부에 창구를 맡기겠다”면서 “산업은행은 한국GM의 2대 주주로서 적극적으로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가 산업은행에 대해 책임을 묻는다면 그동안 낙하산으로 산업은행 감사에 취임한 기재부 국장들에 대한 문책도 뒤따르게 되고 이는 기재부로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7일 열린 정무위 임시회에서 “산업은행은 소수주주(17%)로서 경영통제를 위해 적극 노력했으나 권한 행사에 사실상 한계가 있었다”면서 “한국GM측도 비협조적으로 대응했다”면서 산업은행에 대한 책임 추궁보다는 두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위원회 또한 기재부와 비슷한 처지로 산업은행 감사를 실질적으로 임명하는 위치에 있어 산업은행에 대한 책임을 묻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
산업은행은 지난 2010년 12월 GM대우 장기발전 최종 합의안을 발표하면서 GM대우는 미국 GM이 떠나더라도 기술개발을 이전받아 자체적으로 차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7년여만에 산업은행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책임을 지려는 부처나 고위 임원들은 아무도 없는 실상이다.
그동안 산업은행의 수장은 새로 바뀐 정권의 몫이 됐고 감사자리는 목줄을 죄고 있는 관이나 감독당국의 고위 인사들이 자리를 차지하면서 한국GM 사태를 맞게 됐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에 대한 지휘감독체계를 기획재정부에서 총리실로 격상하고 산업은행 감사에는 감사원 출신이나 회계법인 임원 등을 선임해 제대로 된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