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조세일보 DB
역대 회장 임기 제대로 못채워…정권교체시 전리품 전락
경영개선 절실한 KDB생명 대표에 경영경험없는 교수 선임
KDB산업은행 회장직은 정권의 전리품으로 인식되어 왔다.
산업은행은 정권이 바뀔때마다 대선후보를 지지선언 한 인물이 자리를 꿰차거나 역대 대통령의 측근이라고 불려지는 거물급 인사가 차지하는 몫이라 할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도 산업은행의 낙하산 인사는 변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산업은행에는 '친박인사'로 분류되어 온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자리를 떠나고 문재인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친문인사'인 동명이인의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자리를 이어 받았다.
전임 이 회장은 임기가 2019년 2월까지 1년 5개월여 남아 있었지만 자리에서 물러났다.
산업은행 회장은 금융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전임 이동걸 회장은 2016년 2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제청했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했다.
산업은행 노조는 전임 이동걸 회장 임명에 대해 “민간은행의 금융경력으로 대표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의 특성과 현안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전형적인 비전문가형 낙하산 인사”라며 “공정·투명·자율의 균형인사가 아닌 대선당시 선거지원을 한 대가의 보은인사”라고 지적한 바 있다.
전임 이동걸 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금융인 1365명은 지난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가 경제 민주화와 금융선진화를 실천할 최고의 적임자”라며 박 전 대통령 후보지지 선언을 주도해 '친박인사' 꼬리표가 붙었다.
통상 금융권 회장이나 CEO(최고경영자)의 임기는 3년으로 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산업은행 회장이 임기를 제대로 채운 사례가 없다는 것도 낙하산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후임 이동걸 회장은 문재인 정부의 금융정책 기틀을 닦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이 회장은 재벌개혁론을 주장하는 진보성향 인사로 평가되는데 동국대학교 초빙교수로 재직할 때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캠프 비상경제대책단에 참여해 대선 공약을 기획한 바 있다.
이 회장은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으로 일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인수위원회에서 재정정책자문을 맡기도 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산업은행지부는 “이동걸 교수가 산업은행 회장 후보자로 내정됐다면 이것은 전형적인 특제 낙하산 보은인사”라며 “보수정권의 낙하산인사를 문재인 정부도 되풀이하고 있다”고 반발한 바 있다.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이 대주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국민경제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는 것도 숱한 낙하산 인사의 적폐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에 산업은행을 맡게된 민유성 회장은 산업은행 민영화와 리먼 브러더스 인수 추진 물의로 산은을 떠나야 했다.
후임 강만수 회장은 이명박 대선후보의 경제캠프 브레인 역할을 했는데 대우조선해양 일감몰아주기와 경영비리가 뒤늦게 터져 나오며 곤혹을 치르고 있다.
홍기택 회장은 박근혜 대선후보의 경제교사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은 회장으로 낙점됐으나 대우조선해양 관리부실과 서별관 회의 관련 돌출발언으로 임기를 마저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어 박근혜 대선후보 지지선언을 한 신한은행 부행장 출신의 이동걸 회장이 산은 회장 자리를 물려받았으나 문재인 대선후보의 대통령 당선으로 동명이인 이동걸 교수에게 산은 회장 자리를 넘겨줬다.
산업은행 회장은 정권이 바뀌면 떠나야 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재임기간 중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면서도 한국GM과 같은 전문적인 식견을 발휘해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일에는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의 가장 큰 적폐인 낙하산 인사는 계열사까지 이어 지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산업은행은 최근 계열사 KDB생명에 새 대표이사에 정재욱 교수를 내정하고 지난 21일 취임식을 마쳤다.
◆…정재욱 KDB생명 대표
정 대표는 보험사 근무 및 실무 보험경험이 전혀 없는 학자 출신이어서 적자 투성이인 KDB생명보험을 제대로 끌고 갈수 있을지 의문이라는게 보험업계의 시각이다.
정 대표는 1961년생으로 한양대 금속공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 조지아 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 윈스콘신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분야는 금융보험이다.
이후 보험개발원 부연구위원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하다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했다.
KDB생명은 지난해 12월 산업은행으로부터 3000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승인받으며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그동안 8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고 이번에 3000억원을 넣게 됨으로써 국민 세금 1조1000억원 상당이 들어간 셈이다.
KDB생명은 유상증자에 이어 UBS와 노무라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3억 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또다시 국민의 세금으로 자본금을 늘리는 모양새가 되고 있다.
KDB생명의 대표는 그동안 최익종 전 사장과 안양수 전 사장 등 산업은행 출신의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왔다.
신임 정재식 대표의 경우 이동걸 회장과의 인연으로 KDB생명 대표로 낙점된 것으로 전해졌다. DB생명의 적자는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경영혁신을 이룰 전문경영자 대신 낙하산 인사가 계속되는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KDB생명에 대한 산은의 계속된 낙하산 인사가 경영부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악순환을 초래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산업은행의 KDB생명 유상증자는 결과적으로 국민이 낸 세금으로 하는 것이다. 따라서 KDB생명 경영부실에 따른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