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일가의 경영권 승계 꼼수로 악용되고 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공익법인에 대한 감시가 더욱 강화된다. 증여세 과세 범위를 명확히하고 공시 대상에 '회계감사보고서'를 포함시켜 공익법인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의 '2018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입법예고 기간을 갖고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친 뒤 오는 8월31일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공익법인은 국가가 모두 감당하지 못하는 사회복지, 문화, 예술, 교육, 종교 등의 분야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정부는 비영리법인인 공익법인에 주식을 증여할 때 최대 5%까지 상속·증여세를 면제해주는 등 여러 세제혜택을 주고 있다.
그 대신 엄격한 사후관리를 해야 하는데, 재산을 출연한 사람의 가족 등 특수관계인이 공익법인 이사의 1/5를 초과하거나 직접 공익법인의 임직원이 되어 월급과 차량유지비 등의 경비를 지원받는다면 증여세 혹은 가산세를 물리고 있다.
또한 공익법인 운영과 관련해 매년 주요 사항에 대한 공시의무가 주어진다.
이런 사후관리 요건에도 불구하고 주식 증여 5%까지는 상증세를 면제해주는 탓에 공익법인이 대기업 총수일가의 경영권 강화 또는 경영권 승계 작업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가장 문제가 됐던 것이 삼성그룹의 사례.
신규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물산 주식 200만주를 사들였고 재단의 이사장이었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삼성그룹 지분율이 16.5%에서 17.2%로 확대되면서 공익법인을 통해 총수의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이에 개정안은 현재 '공익법인이 출연받은 재산 등을 출연자의 특수관계자가 사용·수익하는 경우'에 더해 '출연받은 재산을 원본으로 취득한 재산, 출연받은 재산의 매각대금'도 공익법인 등이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증여세를 과세하기로 했다.
증여세 과세 범위를 명확하게 명시한 것이다.
다만 논란의 핵심인 '주식 5% 출연시 상증세 면제'는 그대로 놔뒀다.
공익법인 운영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공익법인 공시 대상 서류에 회계감사보고서를 추가했다.
현재는 총 자산가액 5억원 이상인 공익법인(종교법인 제외)은 재무상태표, 운영상태표, 기부금 모집 및 지출내용을 매년 공시해야 한다. 개정안은 여기에 외부회계감사 대상 공익법인의 경우 회계감사보고서를 공개하도록 했다.
기준은 총 자산가액 100억원 이상 공익법인으로 종교와 학교법인은 제외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회계감사보고서를 공시해야 할 공익법인은 1300여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기준 1340개의 공익법인이 여기에 해당했다.
공익법인 전용계좌를 신고하지 않은 법인에 대해 신고기간을 부여, 자기시정 기회를 주기로 했다.
현재는 공익법인이 전용계좌를 개설하지 않았거나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직접공익목적 사업에 관련이 있는 수입금액의 0.5% 혹은 전용계좌 사용의무가 있는 거래대금의 0.5% 중 많은 금액을 가산세로 내고 있다.
공익법인 전용계좌제도는 사업자의 전용계좌와 비슷한 취지로 지난 2008년 도입됐다.
직접적으로 공익목적에 사용하는 대금은 무조건 전용계좌를 사용해야하며 이에 대한 수입과 지출, 사용금액 등을 기록해 관리해야 한다. 기부금이나 출연금, 회비를 받았을 때는 5일 안에 전용계좌에 입금해야 한다.
하지만 고의가 아닌 실수로 이를 위반한 경우에도 가차없이 가산세가 부과되는 등 이를 개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어왔고 정부는 이번 개정안에 2017년 또는 2018년 연간 수입금액이 5억원 미만인 공익법인은 내년 6월30일까지 전용계좌 신고시 가산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소규모 공익법인에 대해선 스스로 이를 신고하면 가산세를 면제하는 혜택을 주는 것이다. 이는 모두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