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에 서울민사지법에서 어느 손해배상 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다방마담 정년 40세라는 판결을 했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다방마담은 경험적으로 볼 때 젊은 나이인 40세까지 근무할 수 있다고 보았다. 구두닦이는 정년이 40세라고 했는데 40세가 되면 자녀들이 취학하기 때문에 전업하는 것이 보통이라고 판결이유를 말했었다.
정년은 조직원이 법정연령에 달해 그 직에서 물러나게 되는 연령이라고 말한다. 내 의지가 아니고 타의에 의해 일손을 놓아야 하는 인생살이의 선고같은 것이다. 타인이 칼자루를 잡고 있으면 어쩔 수 없는 운명이다. 정년전에 이런저런 사유로 직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정년을 맞는다는 것은 엄청난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중장년취업박람회의 채용공고를 보면 연령제한을 두고 있다. 직종에 따라 다르지만 55세,60세 혹은 65세가 구직 상한 연령대이다. 정년을 정해놓은 것이나 다름 없다.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하여 채용하는 곳은 특수 전문직을 제외하고는 거의 없는 추세이다. 자기일이 아니고서야 일정 나이가 초과하면 일자리 찾기가 매우 힘들다. 나이를 정해놓고 일자리 제한을 하는 것이 잘하는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해가 바뀌면 정년을 결정하는 출생년도가 한해 올라간다. 사회의 뒷전으로 물러나는 출생년도가 1년 늘어나는 것이다. 구인공고에서 나이불문이라고 공지한 공고문도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나이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자기 자신이 칼자루를 잡고 있으면 이런 정년맞이는 없을 것이다. 자신이 일을 놓치 않는한 자신의 삶에 정년은 없다. 그 일이 무슨 일이냐는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본다. 사실 나이제한이나 정년에 우울해하거나 낙심할 필요는 없다. 살아가는 삶의 흐름은 그것들과는 상관없이 계속되고 있지 않는가? 나의 생애설계가 내가 생각하는대로 가고 있는가를 늘 점검하고 확인해가면서 살아가는데서 삶의 멈춤은 없다.
유대인의 성전 탈무드에 보면 남자의 일생을 7단계로 나눈다. 그중 5~7단계는 인생살이의 고단함을 잘 나타내고 있다.
결혼을 하면 당나귀이다. 가정이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당나귀처럼 힘겹게 걸어야 한다.중년은 개다. 식구 먹여 살리려 남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다른 사람들의 호의를 구한다.노년은 원숭이이다. 다시금 애처럼 되지만 누구도 거들떠 보지않으려 한다. 탈무드의 인생살이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대체적으로 점점 고단한 삶이 계속되고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중고령층을 대상으로하는 생애설계 상담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분야가 일자리와 경제문제 분야이다. 경제적인 문제가 안정적이지 못하면 생애설계가 불안하기 마련이다.
건강의 문제는 두말할 필요가 없다. 기본적인 건강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모든 삶의 설계가 무너진다. 또한 노년의 시기에서는 급속히 위축되는 대인관계측면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동창회 모임이 사라지고 있다는 등 사회에서의 관계망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특히나 인터넷 디지털 문화에 취약한 사람들에게는 더욱이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생의 삶의 여정에서 정년을 맞거나 구직공고의 나이제한에 걸리는 경우라도 반드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여정에서 절대로 기죽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고단한 삶이라 여기고 웅크리고 움추려 들면 들수록 좋지 않다. 나이대에 따라 해야 할 일이 있고 그 일들을 찾아 해나가야 한다.
언제나 당당한 삶을 위해서 오늘이 제일 젊은 날이고, 제일 예쁜 날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보자. 가슴을 펴고 당당하게 숨을 쉬고 눈을 크게 떠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