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R&D 조세특례 대기업만 '홀대'… 역차별 고쳐야"

기업의 연구개발(R&D) 육성을 통해 반도체, 인공지능, 바이오 등 4차 산업혁명 기반을 다지기 위해선 기업규모(대·중견·중소) 별로 차등 없는 세제지원이 이뤄져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연구개발에 대한 세제지원에 기업규모에 따른 차등을 둬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없으며, 대기업이 연구개발에서 뒤처져 국제경쟁력이 떨어질 경우,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을 홀대하는 것은 국가경쟁력 강화에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 윤성만 과기대 교수 "R&D 인센티브 차등적용은 불합리… 개선 필요"
  25일 조세일보 사옥에서 진행된 '연구개발과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방안' 웹세미나에 패널로 참석한 윤성만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기업의 연구개발 활동에 대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중소기업과 비교해 과도한 차별을 받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연구개발에 대한 정부지원목적이 국가경제의 성장 동력과 기업의 국제경쟁력 제고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지원할 필요가 없다는 게 윤 교수의 주장이다.

일본이나 영국, 프랑스 등 해외 주요국의 경우 최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차등세율을 폐지하거나 대기업의 공제한도를 없애는 기조를 취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에 연구개발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하는 것이 이들 국가의 추세라고 윤 교수는 지적했다.

윤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이한 공제율을 적용하지만 최근 한시적으로 세액공제 한도를 상향조정했다.

영국에서도 환급 방식의 세액공제 제도를 도입해 최근까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R&D 투자에 대한 정부의 조세지원율은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프랑스의 경우 대기업의 공제율이 중소기업에 비해 낮은 수준이지만 대기업의 공제한도가 없도록 개선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는 기업의 연구 개발활동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라는 프레임으로 차별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며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역차별을 받는 만큼) 이는 본래의 정부지원 취지가 퇴색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연구개발 관련 재정지출은 우리나라가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에 있으며 관련 정부예산도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그 만큼 정부에서도 연구개발이 우리 국가경제의 성장 동력을 육성하고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제고하는 원천이라는 점 때문에, 상당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교수의 발언대로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관련 재정지출 규모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다. GDP 대비 총 연구개발비 측면에서는 이스라엘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유형별로 연구개발비 지출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2019년 기준 대기업은 44조7000억원, 중견기업 10조2000억원, 중소기업 8조원, 벤처기업은 8조6000억원 수준이었다. 정부의 연구개발 관련 재정지출계획인 정부연구개발예산은 지난 2000년 4조2000억원 수준에서 2021년 기준 27조4000억원 수준으로 연평균 9.3% 증가했다.

조세지출 측면에서도 전체적인 연구개발과 관련 세액공제 혜택을 받은 기업이나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기업유형별로 수치는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연구 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신고현황을 살펴보면, 중소기업의 신고건수는 지난 2012년 1만5564개사에서 지난 2019년 3만2669개사로 연평균 1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경우 같은 기간 1148개에서 1453개로 연평균 3.4% 증가하는 등 차이를 보였다.

신고금액을 살펴봐도 중소기업은 지난 2012년 9702억원에서 2019년 1조3000억원으로 연평균 3.9% 증가한 반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같은 기간 1조6000억원에서 9658억원으로 연평균 6.6% 줄어들었다.

윤 교수는 "기업규모에 따라 연구개발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를 차등화 하는 불합리를 개선해야한다"며 "현행 중소기업과 대기업·중견기업 간 공제율의 차등 폭을 축소하거나 대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율 한도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토론회 주제발표를 한 홍기용 인천대 교수도 같은 주장을 내놓았다.

홍 교수는 "현대 국제사회는 바이오, 반도체, 인공지능 등 글로벌 대기업의 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고 있다"며 "해당 분야는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대기업에 대한 연구 개발지원 제도를 중소기업과 차등을 둘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홍 교수는 "연구개발의 경우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구분할 필요성 및 논리성이 약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3년 이전까지의 고도 성장기엔 연구 개발관련 조세특례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차등을 두지 않았다"며 "실제로 2013년 이후 우리나라는 국제경쟁력을 잃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도 급격히 하향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 전병목 본부장 "설비투자 확대하려면… '즉시상각제도' 활용해야"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본부장은 기업의 설비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즉시 상각(비용 처리) 등의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업의 투자비용에 대한 공제를 현행 감가상각율보다 높게 설정함으로써 비용을 빠르게 인정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 본부장은 "(기업의 설비투자를 늘리기 위해) 복잡한 세액공제 방식을 운영하기보다 제도를 단순하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면서 "다만, 그 시기는 제한될 필요가 있고 대상 역시 국내 공급여건 등을 감안해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전 본부장은 기업의 연구개발(R&D)의 경우 제조과정 등의 혁신을 유발하고 이를 다른 기업 또는 산업분야로 확산하도록 함으로써 다른 경제주체들의 생산성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러한 긍정적 외부효과를 개인기업의 의사결정에 반영하기 위해 정부는 동 활동에 세제혜택을 제공하고 있다"면서 "그 방식은 투입 인건비 공제 방식을 취하고 있어 R&D활동과의 연관성에 대한 관리에 어려움도 일 부분 존재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설비투자의 경우 R&D와 같은 외부성은 없으나 설비투자를 통해 경기 변동성 완화, 고용유발의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D와 달리 상시적인 조세지원보다 경기침체기에 경기회복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 역할을 주로 수행한다는 게 전 본부장의 설명이다. 

그는 기업의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를 유도하는 등 조세지원제도취지에 걸 맞는 제도의 재설계를 검토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전 본부장은 "R&D 활동의 경우, 기존의 투입중심 지원에서 벗어나 투입과 성과에 대한 균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설비투자에 대한 지원은 국가안보와 산업안정이라는 관점에서 조세지원을 검토해야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