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방송화면 캡처. 사진=tVN
tvN 예능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출연 이후 논란의 중심에 섰다. 프로그램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다는 시청자들의 항의글이 홈페이지 게시판에 도배됐고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출연은 거절했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등 후폭풍이 거센 모습이다.
지난 20일 '유 퀴즈 온더 블럭'에는 윤 당선인이 출연해 진행자 유재석과 조세호와 함께 20분간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이날 녹화장 도착 후에야 당선인의 출연 사실을 알게 됐다는 유재석은 녹화 중에도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굉장히 삼엄하고 그동안 방송에서 단 한번도 있지 않았던 분위기라 상당히 당황스럽긴 하다"고 말했다.
이에 "영광이죠?"라고 너스레를 떤 윤 당선인은 "국민들이 많이 보시고 좋아하는 프로라 나오게 됐다"고 답했다. 유재석이 "솔직히 얘기드리면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하자 윤 당선인은 "그럼 제가 안 나올걸 그랬냐"며 농담을 건넸다.
이후 윤 당선인은 어린 시절 장래희망, 먹는 이야기, 검사가 된 이유 등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로 했다. 그는 어린 시절 장래희망이 목사였으나 커서부터는 교수를 꿈꿨다고 했다. 윤 당선인은 "늦은 나이 검사로 임관해서 한 번 발뺐다가 다시 들어가고 오랜 시간 검찰에 몸 담을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선거 때는 잠도 잘 자고 그랬지만 당선되고 나선 잠이 잘 안온다"며 "대통령이라는 자리가 고독한 자리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이 방송된 뒤 시청자 게시판에선 1만개가 넘는 글과 함께 누리꾼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유 퀴즈 폐지하라"는 글이 쇄도했고 "결국 권력에 편에 섰다", "다시는 유퀴즈 안본다" 등 항의 섞인 글이 대다수였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시청자 게시판 캡처. 사진=tvn홈페이지
진행을 맡은 유재석에 대해서도 "유재석 하차하라", "유재석 실망이다", "유재석 다음 행보는 입당인가"라는 비판성 글이 게재됐다. 다만 ""PD가 유재석에 사과하라", "유재석은 무슨 봉변인가", "유재석은 최대 피해자" 등의 옹호글도 다수를 이뤘다.
유퀴즈 제작진이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출연 요청을 거절했다는 주장도 나와 논란이 거세졌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윤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 자체는 제작진과 출연자가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윤 당선인의 출연 여부와는 별개로 청와대를 상대로한 CJ의 거짓말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4월과 그 이전에도 청와대에서는 대통령과 청와대 이발사, 구두수선사, 조경담당자들의 프로그램 출연을 문의한 바 있으나 당시 제작진은 숙고 끝에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다'는 요지로 거절의사를 밝혀왔고 우리는 제작진 의사를 존중해 더이상 요청하지 않았다"며 "당시 프로그램 담당자와 통화한 기록이 있고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로 남아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CJ가 요청받은 바 없다고 언론에 거짓말을 한 것은 그 거짓말 자체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면서 "우리가 제작진의 거절을 군말없이 받아들인 것은 프로그램을 존중해서로 어떤 프로그램이 어떤 외압으로 인해 제작에 영향을 받는 것을 원치 않았고 그러한 태도가 문화예술을 배려하는 가장 올바른 태도라고 믿어왔다"고 말했다.
또 "당시엔 대통령과 청와대 사람들의 출연이 프로그램 성격과 맞지 않았다고 판단했고 지금은 판단이 달라져서 윤 당선인의 출연이 결정됐다고 해도 좋다"며 "바라는 것은 어떠한 외압도 없었길 바라고 앞으로도 오로지 제작진의 판단만을 제작의 원칙으로 삼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CJ ENM측이 "문 대통령 쪽에서 유퀴즈 출연을 요청한 적이 없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으며 이에 양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게 됐다.
여기에 CJ ENM 강호성 대표이사의 이력 부분도 입방아에 올랐다. 그는 서울대 법학과 출신으로 1993년 서울지방검찰청 검사를 거쳐 2013년 CJ그룹 법무실장을 맡은 뒤 2020년 12월 대표이사로 취임했으며 이 같은 검찰출신 이력이 윤 당선인의 프로그램 출연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란 해석이다.
윤 당선인의 유퀴즈 출연과 관련해 방송인 김어준과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의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21일 방송된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김어준은 게스트로 출연한 허 수석대변인에게 "유퀴즈를 보셨냐"며 "방영 전부터 꽤 논란이 됐는데 당선인이 가장 힘이 센 시점에서 시청자는 '예능을 정치가 이용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 수석대변인이 "제게 묻지는 않았으나 프로그램측에서 요청을 했을 것"이라고 추측하자 김어준은 문 대통령 출연 거부 주장이 제기된 것 등을 근거로 프로그램 쪽에서 요청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허 수석대변인은 "요청을 안 했는데 나가겠다고 하시지는 않았을 거 같다"며 "내가 뉴스공장에 출연한 것도 제작진 측의 요청에 의한 것이지 요청해서 나온 것은 아니다"라고 대응했다.
또 "유퀴즈 출연이 결과적으로 윤 당선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냐"는 물음에 "과거 SBS '집사부일체' 때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도 그렇고 출연했던 분들의 이미지가 상당히 좋아졌던 것 같다"면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