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이하 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 15일 로스앤젤레스 인근 파사데나에 있는 미국 성공회 올 세인츠 교회에 공문을 보내 2004년 대선 직전 행한 설교문 및 그해에 발행된 문서, 이메일, 세금보고 내용 등 모든 자료를 29일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이 교회는 대선을 이틀 앞두고 열린 미사에서 초청자로 참석한 조지 F. 리거스 신부가 이라크 전쟁을 반대하는 내용의 강론을 했었고 국세청은 이를 근거로 지난해 여러차례 공문을 보내 반전 강론을 주목하고 있으며 공식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었다.
미 연방법상 교회를 포함한 비영리단체는 특정 후보와 관련한 선거 캠페인을 하지 말도록 규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 면세 혜택을 박탈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는데, 국세청은 이를 근거로 올 세인츠 교회측을 압박해왔다.
실제로 지난 1992년 뉴욕의 한 교회가 "빌 클린턴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죄악"이라는 내용의 전면 광고를 USA투데이에 게재했다가 1995년에 면세혜택 박탈 조치를 당한 바 있다.
성공회 측은 그러나 올세인츠 교회에서 있었던 강론은 초청자가 행한 1회성이었는데도 국세청은 이를 문제삼아 광범위한 조사를 벌이려 하고 있다면서 이번 조치는 헌법에 규정된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므로 따르지 않겠다면서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맞설 것임을 분명히했다.
에드 베이컨 신부는 900여명의 신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17일 미사에서 약 20분간 국세청의 조치를 공개하고 이를 강도높게 비난하며 법정에서 진실을 가릴 것임을 밝혔다.
베이컨 신부는 "법적 절차를 밟기 전에 변호사 및 교회 관계자들과 협의하겠지만 교구내 신자들 대부분은 국세청의 조치를 따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15년간 부당하게 정치적인 활동을 해온 종교 시설과 관련, 58건의 소송을 제기했던 '정경분리를 위한 미국인 연맹'의 배리 린 대변인도 "초청 강론자가 행한 한차례 설교를 놓고 이번 처럼 광범위하면서도 심도있는 조사가 진행된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