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5000억원 대손충당금 쌓아
부동산금융 건전성 저하로 재무안정성 악영향 우려
중소형사는 부동산PF, 대형사는 해외부동산 부실 리스크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대 증권사가 2분기 차액결제거래(CFD)와 부동산PF 등 부실위험에 대비해 쌓은 대손충당금 규모는 5000억원에 육박했다.
하나증권은 CFD 미수금과 펀드 보상에 대비해 1000억원이 넘는 충당금을 적립했고, 한국투자증권도 1000억원가량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도 900억원대 미수금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부동산 PF 규모는 미미한 수준이어서 대부분 CFD 손실 위험에 대비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은 CFD를 취급하지 않아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만 220억원을 쌓았다. 메리츠증권과 NH투자증권이 적립한 충당금 규모는 300억원대로 추정된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일정부분 충당금 설정이 이뤄지면서 자산건전성 지표의 상승세가 멈췄으나, 향후 부동산금융을 포함한 위험익스포저의 부실화 부담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이 짙어진 가운데 부동산금융 건전성 저하가 계속된다면 증권사의 재무안정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됐다. 한신평은 국내 부동산PF와 해외부동산 투자 부실화를 주의깊게 모니터링하는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국내 부동산PF의 경우 중⋅후순위성 브릿지론 익스포저 부담이 큰 중소형사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 수석은 "고위험성 부동산금융의 비중이 높아, 자본적정성이 훼손될 경우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해외부동산 투자의 경우 대형사가 주로 익스포저를 보유하고 있다. 김 수석은 "최근 해외 선진국 주요 도시 오피스 공실률 상승, 가치하락에 따라 손실 위험이 매우 높아졌다"며 "관련 자산의 손실 수준과 익스포저 해소, 재무안정성 영향 등을 지속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증권사의 부동산PF 규제 변화에 따라 경쟁구조에 변화가 나타날 여지도 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의 부동산PF 관련 위험액 산정 시, 세부 리스크를 감안해 적용하기로 했다. 현재 순자본비율(NCR) 지표 산정 시 부동산 대출에 적용되는 위험값(100%)보다 부동산 채무보증(18%) 위험값이 낮게 적용된다.
PF-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등 유동화증권을 대출로 전환하고 부동산PF 익스포저의 위험값을 실질에 맞게 세분화해 적용하게 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NCR 지표 하락 및 영업 위축 등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 수석은 "단기적으로는 자본적정성 여력이 크지 않거나, 고위험 부동산금융 취급 비중이 높은 증권사의 경우 영업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부동산PF 익스포저의 양적 및 질적 위험을 보다 정교하게 관리할 수 있어 재무안정성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