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만명 숨진 데르나에 민간인 출입금지령
WHO "존엄한 관리" 당부...시신 집단 매장 중단 촉구
ICRC 법의학자 "시신이 전염병 유발한다는 증거 없어"
◆…구조대원들과 리비아 적신월사 대원들이 바다에서 시신을 수색하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대홍수로 막대한 인명피해를 본 리비아 당국이 시신이나 고인 물로 인해 전염병이 돌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피해 도시를 봉쇄했다.
15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주요 외신 따르면 리비아 당국은 댐이 무너지면서 발생한 홍수로 최소 1만 명이 숨진 동북부 항구도시 데르나 대부분 지역의 민간인 출입을 통제했다.
리비아 응급서비스 국장인 살렘 알 페르자니는 "데르나 대부분 지역에는 수색 구조팀만 진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거리 곳곳에 방치된 시신이나 고인 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2차 피해를 막고 긴급 구조 요원들에게 필요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데르나 봉쇄 계획은 리비아 적신월사가 대홍수로 사망자( 1만1300명)와 실종자(1만100명) 수에 대한 추정치를 발표한 직후 나왔다. 실종자 수색이 계속되면서 사망자 집계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압둘메남 알가이티 데르나 시장은 13일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사망자 수가 1만8000명에서 최대 2만 명이 될 수 있다고도 추산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소속 아프리카 지역 법의학 책임자 빌랄 사블루는 브리핑을 통해 "시신이 길거리에 널려 있고 해안으로 밀려와 무너진 건물과 잔해에 파묻혀 있다"면서 "동료 중 한 명은 2시간 동안 데르나 인근 해변에서 200구 넘는 시신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빵집을 운영하는 누리 모하메드는 로이터통신에 "전염병이 두렵다"면서 "지하에 그대로 있는 시체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데르나의 한 의사는 신원 미상의 시신의 경우 유족들이 나중에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매장하기 전에 사진을 찍어 보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집트 군 구조대원들이 시신을 옮기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데르나에서는 시신 1000구가, 또 다른 해안도시 알 바이다에서는 100구 이상의 시신이 집단매장됐다고 전했다. 리비아에 100여명의 구조대원을 파견한 노르웨이 난민위원회(NRC)는 시신 관리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NRC의 아메드 바이람은 "구조대원들이 음식과 물보다는 우선 시신을 처리할 수 있는 가방을 가져다 달라고 호소하는 것을 들었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ICRC는 전날 공동성명을 내고 시신으로 인해 전염병이 돌 수 있다는 성급한 판단 때문에 시신을 집단 매장하고 있는 것을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들 기구는 "지역 당국은 사망자를 빨리 매장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지만 사망자의 신원 확인 절차 없이 매장할 경우 유족에게 정신적 고통을 줄 뿐 아니라 사회적 및 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ICRC 법의학 부서 책임자 피에르 기요마흐는 "자연재해와 같은 상황에서는 시신보다 생존자가 오히려 질병을 퍼뜨릴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신의 배설물이 유출될 수 있기 때문에 식수원 근처에 시신이 방치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