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동안 모은 재산을 자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비난하기 어려운 일이다. 다만 그에 응당한 세금을 내면서 부의 대물림을 하느냐가 문제인데 우리나라 부유층의 상속·증여실태를 보면 아직도 문제가 많은 것이 사실.
최근에는 재벌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해 편법 상속이라는 논란이 뜨거운 상황이지만, 일반적으로 부유층의 상속·증여세의 대표적인 탈세방법으로는 차명주식을 이용한 변칙상속을 들 수 있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차명주식을 통한 증여는 적발할 수 있는 근거가 부족해 과세가 힘들기 때문.
이와 함께 공익법인의 지주회사화, 부동산 명의신탁과 가격이전 및 결손상계처리 등의 방법은 부유층이 상속·증여세를 탈세하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꼽히고 있다.
■ 차명주식·부동산 명의신탁 변칙상속은 고전적 수법
거액의 채권계좌를 남의 이름이나 가명으로 보유하고 있다가 자식에게 물려주는 수법은 지금도 상속·증여세 탈루의 고전적 방법으로 꼽힌다.
지난 1993년부터 금융실명제가 실시되고 있어 이러한 변칙상속 또는 증여사례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적발이 어렵다.
또한 부동산 명의신탁제도를 악용한 상속도 빠질 수 없는 변칙 증여방법.
당초 명의신탁제도는 문중재산에 대한 종증명의의 등기가 인정되지 않는 것을 구제하기 위해 도입됐으나, 고율의 상속·증여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가족, 친지, 하수인 등 재산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은밀히 이용되고 있는 것.
가령 A씨가 자신의 명의로 부동산을 등기한 후 자식에게 법원에 명의신탁 해지소송을 청구하도록 하고 자신은 재판에 참석하지 않음으로써 궐석재판을 통해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이다.
■ "가격이전·공익법인 출연 등 상·증여세 문제 많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기업체계가 정착되지 않고 대부분 기업주 경영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경영과정에서 계열회사와의 내부거래 등을 통해 합법을 가장한 증여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
예를 들어 중소기업 대표 B씨가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줄 경우, 상속·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아들에게 부품회사를 설립해주고 부품을 싸게 구입해주거나 자신이 원료를 값싸게 공급할 경우 상품의 가격에 묻혀 '부의 세습'이 자연적으로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가격이전을 통한 변칙 상속·증여는 부당행위계산부인을 통해 규제가 가능하지만, 일선 세무서 직원들이 물건 값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이상 적발이 어려운 문제가 있다.
회사를 통해 자식에게 간접적으로 재산을 이전하는 방법도 있다.
결손이 누적된 회사의 경우 사장이 사망 직전 모든 재산을 회사에 기증하면 누적된 결손과 상계처리되고, 이에 따라 회사의 재무상태가 좋아지면서 대주주로 있는 자식의 재산이 자연스럽게 불어나는 것.
또한 공익법인에 계열회사 주식을 출연하고 이사장에 자식을 취임시켜 재단과 계열회사를 함께 지배하는 방법도 있다.
C그룹 등 일부 재벌그룹에서는 아버지가 보유한 계열회사 주식을 사회문화재단에 출연하고 그 재단을 계열회사 최대주주로 만든 다음, 재산 이사장에 아들을 취임시켜 계열회사를 함께 지배하도록 했다.
이러한 폐해를 막기 위해 세법에서는 공익사업에 출연하는 주식 등이 법인의 발행주식 총액 또는 출자총액의 5%를 초과할 경우 그 초과부분은 상속세의 과세가액에 산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밖에도 할아버지의 재산을 손자에게 바로 넘겨주는 세대생략 상속방법도 재산가들 사이에서 흔히 이용되는 탈세수법. 즉 상속단계를 한번으로 줄여 합법의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상 법의 허점을 최대한 이용한 상속이다. 현행 세법에서는 이러한 세대생략 상속의 경우 세액의 20%를 할증해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상속·증여세 현실에 맞게 개선해야"
최근 상속세를 자본이득세로 대체해야 한다는 내용의 상속·증여세 존폐논란이 두드러진 가운데, 제도를 현실성 있게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오제세 한나라당 의원은 17일 "현행 헌법상 국가가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소득세제의 보완 관계에 있는 상속·증여세를 폐지할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상속세를 합리화하고 완화해 실효성 있게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의원은 "국제적인 경제이동이 빈번한 상황에서 상·증여세의 과도한 부담은 1회성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상속받은 재산을 조세부담이 낮은 국가로 지역으로 이전해 국부를 유출할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특히 오 의원은 "기업상속시 할증제도는 경영권 상속을 어렵게 해 변칙상속·증여의 유인이 될 수 있다"며 "기업경영권 상속 관련 할증 완화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상속시 할증제도한 기업 경영권 프리미엄에 대한 과세로 지분율 50% 이상일 경우 30%, 50% 미만일 경우 20%를 최대주주 주식가액에 할증하는 상속·증여세법상 제도로서 기업들이 상속·증여세를 부담스러워 하는 대표적 원인으로 꼽힌다.
또한 오 의원은 "장기적으로는 주식 등 유가증권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도입하고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며 "상속·증여세의 폐지는 그 이후에 논의하는 것이 더욱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